아이들은 알고 어른들은 잊은 것, '매 순간을 천천히 걷는 법'?
평생 간직한 꿈이 이뤄지기 직전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면?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유명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평생 기다려온 순간이다. 조는 너무 기뻐서 뉴욕 거리를 뛰어가다가 그만, 맨홀에 빠지고 만다. 죽을 고비를 넘겨 우여곡절 끝에 조가 도착한 곳은 태어나기 전
평생 간직한 꿈이 이뤄지기 직전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면?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유명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평생 기다려온 순간이다. 조는 너무 기뻐서 뉴욕 거리를 뛰어가다가 그만, 맨홀에 빠지고 만다. 죽을 고비를 넘겨 우여곡절 끝에 조가 도착한 곳은 태어나기 전
아동학대를 주제로 삼은 영화 ‘미쓰백’. 사실 개봉 당시엔 못 봤다. 너무 잔인할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최근 ‘양천 양부모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서 의무감으로라도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선 피해 아동보다는 성인 가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취지로 ‘정인이 사건’ 대신 ‘양천 양부모 아동학대 사건’으로 쓰고자 한다. 주인공 '백
*이 칼럼에는 영화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로 산타에 대해 잊고 살았다. 산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쌍둥이의 두 번째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돌도 안 된 쌍둥이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지나갔고,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정식으로 아기들 선물을 챙겨보기로 했다. 아직 말문도 트이지 않은 아기들은 일어나자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윤희에게’(2019)는 관객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어주는 영화다. 가만히 누르면 단아한 소리를 내는 피아노 같은 영화. 괜찮다, 괜찮다고 말하는 이 영화가 내는 소리는 섬세하고 나즈막하지만, 영화가 어루만지는 상처는 작지도 가볍지도 않다. 윤희는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여성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
까꿍놀이만 해줘도 깔깔대는 20개월 쌍둥이를 키우면서, 미리 걱정하기 선수인 나는 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됐을 때를 상상한다. 그때가 되면 웃는 거 한 번 보기가 얼마나 힘들까. 지금은 내가 이 아이들의 '우주대스타'이지만, 그때는 친구가 너희들 세계의 전부가 되겠지. 아프리카계 프랑스 여성 청소년의 삶을 다룬 '걸후드'(Girlhood, 2014년)는 국적
타인의 인생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사는 성격이라, 육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즉, 다른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를 비교하면서 아이를 정서적으로 괴롭히는 일만큼은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9개월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동네 친구의 18개월 아기가 우리 아기들보다 말을 훨씬 더 잘하는 것이다. 나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 한 여자아이가 있다. 추운 날씨에도 늘 아파트 테라스에 나와서 혼자 놀고 있는 걸 보면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인 듯하다. 이웃에 살던 한 아버지와 아들이 며칠 동안 이 아이를 보다 못해 집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여자아이를 데려온 이 가족이, 기묘하다. 영화는 이 가족의 비밀에 대한 단서를 툭툭 던지면
'미스 비헤이비어'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미스월드 대회에 반대하기 위해 여성운동가들이 대회장에 잠입하여 행사를 방해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주인공 샐리는 싱글맘이자 사학과 대학원생이다.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미스월드 대회 반대 캠페인도 한다. 자유롭게 거리를 쏘다니며 캠페인 포스터를 붙이는 샐리를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
사람이 이렇게 안 자고도 살 수 있구나. 쌍둥이의 신생아 시절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입주 도우미가 아기 한 명을 데리고 자고, 다른 아기 한 명의 밤 8시간을 4시간씩 나눠서 남편과 내가 담당했음에도 하루에 네 시간 쪽잠을 자는 날이 한 달을 넘어가자 남편도 나도 사람 꼴을 하지 못하게 됐다. 입주 도우미는 두세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아기 분유를 먹이
'겨울왕국 2'에서 안나 공주의 남자 상대역 크리스토프는 조신한 캐릭터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와 엘사 앞에서 남자랍시고 내가 리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여자 주인공들을 보조해주는 선에서 딱 멈춘다. 심지어 안나와 엘사가 아렌델을 구하는 모험 서사가 진행될 때는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다. 그가 딱 한 번 화려한 조명을 받을 때가
나는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제도라는 것이 여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 두 돌도 안 된, 말문도 트이지 않은 딸을 두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내 딸이 이성애자라는 전제로, 웬 ‘놈팡이’와 결혼한다고 하면? 내 일을 존중하고 가사노동을 철저히 분담할 줄 아
프랑스 영화 ‘해피 이벤트(A Happy Event, 2011)’는 임신·출산·육아의 모든 과정을 적나라하게, 더없이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임출육’ 3종 세트에 대한 낭만도 없고, ‘자고로 엄마란 이래야지’라는 가식도 없다. 나를 엄마로만 보지 말고 사람으로 봐 달라는, 자칭 페미니스트 엄마인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아, 난 아직도 ‘모성애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를 맞은 동네 아이들이 사탕을 달라고 초인종을 누른다. 40대 난임 부부 레이첼과 리처드는 집 안에서 불도 켜지 않고 속삭인다. “쟤네는 왜 온 거야?” “사탕 때문에.” “젠장.” -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장면 중 집에 없는 척하려고 애써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집 애들더러 “젠장”이라고 짜증을 내는 이들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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