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결정한 우리 아이 COVID-19 백신 1차 접종기
고민 끝에 결정한 우리 아이 COVID-19 백신 1차 접종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12.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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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미국 엄마의 우리 아이 코로나 백신 이야기
큰 아이가 접종 받은 약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공간. ⓒ베이비뉴스
큰 아이가 접종 받은 약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공간. ⓒ베이비뉴스

 

나와 남편이 처음 백신을 맞을 때부터 부스터 샷을 맞을 때까지 사실 망설임은 거의 없었다. 기저질환이 있던 나만 주치의에게 백신 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했을 뿐 그 이후에는 우리 두 사람 다 딱히 접종 여부 자체를 고민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노인 인구 말고는 도무지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내가 사는 지역의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위해서, 아직 접종을 받을 수 없는 내 아이들과 이웃을 위해서 얼른 백신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큰 아이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1년 11월 3일 5~11세 아동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아직 접종이 불가능한 둘째는 고민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된 첫째를 두고는 남편과 나의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1차와 2차 접종 때는 짧은 몸살로 잘 지나갔으나 부스터 샷을 맞고는 지독한 고열과 오한, 근육통으로 이틀 가량 죽은 듯이 쓰러져 있어야했던 나로서는 덜컥 겁이 났다. 훨씬 나이가 많은 청소년기 아이들도 백신 부작용이 의심되는 심각한 위험에 빠진 사례들이 한국 매스컴에 자주 보도 된 것을 보면서 내 두려움도 점점 더 증폭됐다. 지극히 과학적인 통계로 접근하는 남편에게 나의 고민은 이해는 가지만 공감이 되지는 않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조금 더 설전을 주고 받았다.

그러던 도중에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로부터 우리아이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몇 주 전 점심 시간에 큰 아이의 뒷 쪽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던 다른 반 아이가 며칠 전에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황한 우리는 아이를 방 하나에 자가 격리 시키고 당연히 다음 날 학교도 안 보내고 담당 소아과 의사와 상의하고 코로나 검사도 준비했는데 우리의 반응이 민망할 정도로 학교와 지역 교육 당국에서는 아이가 열도 안나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굳이 학교를 안 보낼 필요도 검사를 받게 할 필요도 없다고 연락을 해왔다. 게다가 확진자 아이가 그동안 밀접 접촉했던 스무명 남짓의 모든 아이들 중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한 명을 빼고는 모두 학교에 계속 나오고 있었고, 밀접 접촉자 몇 이외는 알려주지 않았을 뿐 확진을 받았거나 현재 받은 아이는 학교 전체에 그 아이 한 명만도 아니었다.

지역 학교에 온라인 수업 옵션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직접 출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미 코로나에 무방비 한 상태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있었고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나마 안전한 마스크를 차용하게 하고 손을 자주 씻게 하는 것 뿐이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점심 시간에도 아이들을 가림 막도 없이 나란히 앉아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다고 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점심을 굶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우리 아이는 코로나 음성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자 나도 백신에 대한 남편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집에서 아무리 조심해도 학교에서 언제든지 코로나에 노출될 수 있는 지금 상황이라면 백신을 맞는 것보다 안 맞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 더구나 접종 가능한 백신조차 존재하지 않는 어린 동생을 위해서도 큰 아이가 백신을 맞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큰 아이는 엄마의 고민과 두려움으로 두달 가까이 미뤄왔던 백신 접종 1차를 마쳤다. 미국의 약국 체인 중 하나인 CVS 에서 큰 아이는 담담하게 주사를 맞았다. 엄마와 아빠가 주사를 맞았던 걸 기억하고는 자신도 열이 나거나 아플까봐 조금은 걱정되는 듯 보였지만 아이는 주사를 잘 맞고 컬러 밴드를 붙인 후 돌아 오는 차 안에서 간호사가 준 막대사탕을 먹으며 신나했다. 평소에 엄마가 거의 주지 않는 막대 사탕을 얻어서 마냥 행복한 듯 했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주사 자체는 독감 주사가 코로나 백신보다 더 아팠다며 조금 아팠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신을 맞은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아직 부작용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그래도 코로나의 극심한 위험에서 아주 조금은 멀어진 게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있다.

현재 20%를 조금 웃도는 5~11세 미국 아동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번 이상 맞았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 상에 문제가 있는 성인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무조건 백신을 강제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위험에 놓이지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아이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럽고 걱정거리도 많은 엄마이지만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우리 주변에 질병에 취약한 이웃들에게 잠재적인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번 더 침착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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