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 이야기
우리 아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 이야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02.03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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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백신 접종에도 안심하기 힘든 미국 상황

큰 아이가 만 5세부터 접종이 가능한 어린이용 코로나 백신 2차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1차 접종 때는 약간의 미열과 주사를 맞은 쪽 팔에 근육통을 느끼는 정도로 가볍게 지나갔었다. 1차 때도 2차 때도 주사를 맞기 전부터 물을 많이 먹였다. 접종 전 후에 물을 많이 마셔 두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의료계 종사자 지인의 충고 때문이었다.

큰 아이는 지난 번 1차 접종 후 약국에서 막대 사탕을 선물로 받은 것이 좋았던지 이번에는 무슨 선물을 받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다만 2차 접종 다음 날도 등교일이었기 때문에 조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최근에 눈이 많이 왔었기 때문에 다음 날은 학교에서 눈놀이 행사를 하기로 되어있어서 혹시라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엄마, 나 열나면 학교 못 가?” 하면서 확인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안스럽기도 했다. 혹시나 모를 부작용을 대비해서 아이의 해열제도 미리 준비해두었지만 해열제를 쓸 일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기원하면서 2차 접종을 받았다. 주사를 놔 준 약국 간호사는 작은 팝잇(Pop it) 장난감을 건네 주면서 오늘 하루 푹 쉬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시안이 거의 없는 소도시라서 그런지 삼주 전에 왔던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눈치였다.

접종을 마친 후 혹시 모를 부작용 반응을 대비해 20여분간 대기 중이 큰 아이. 주사 맞은 자리의 밴드는 간호사가 보여 준 여러가지 모양 중에 하나를 직접 골랐다. ⓒ이은
접종을 마친 후 혹시 모를 부작용 반응을 대비해 20여분간 대기 중이 큰 아이. 주사 맞은 자리의 밴드는 간호사가 보여 준 여러가지 모양 중에 하나를 직접 골랐다. ⓒ이은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여전히 평소대로 왔다갔다하면서 놀고 싶어했지만 나는 내일 학교 눈놀이에 빠지지 않으려면 푹 쉬어야한다는 말로 아이를 회유했다. 오자마자 샤워를 시키고는 얼른 책과 태블릿, 물병을 침대 맡에 놓아두고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쉬면서 놀도록 했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일단 두어시간만 누워있으라는 엄마의 말에 억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주사를 맞은 직 후 지난 번 처럼 팔 근육통이 있었지만 참을 만 하다고 했다. 두 시간이 지나고 아무렇지 않다고 했고 그 날은 그렇게 잘 지나갔고 다행이 다음 날 학교에서 눈놀이도 재미있게 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부터였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열이 조금씩 있었고 부스터 샷까지 다 접종을 완료한 남편도 나도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 아이를 찾아왔다. 아이는 “엄마 나 ‘뇌’가 아파 ( My brain hurts, mommy)!”라고 표현했다. 두통(headache)라는 표현도 아는 아이지만 보통 두통과는 다른, 머리 안이 심하게 아픈 느낌, 말 그대로 뇌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고 머리를 움켜쥔 상태로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급한대로 어린이 진통제를 찾아서 먹이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게 했다. 심한 열은 아니지만 미열도 계속 있었고 주사 맞은 쪽 팔에 근육통도 있었다. 아이는 진통제를 먹고도 한동안은 꽤 힘들어했다. 안스러웠지만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물을 자주 마시게 하고 아이가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게 해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후 늦게부터는 완전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두통도 나아졌고 열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심한 두통에 기운이 빠졌는지 하루 동안은 좀 쉬어야겠다면서 침대에 누워서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다가는 초저녁 일찍부터 잠이 들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다음날부터는 아픈 곳이 없었다. 아이가 반나절 넘게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백신 접종을 다 마친 것이다.

접종을 마친 뒤에도 우리 아이는 여전히 마스크를 열심히 끼고 있다. 나는 항상 손을 자주 씻고 손소독제를 바를 것을 반복적으로 교육한다. 큰 아이의 학교와 작은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계속해서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큰 증상이 없는 사람은 자가 격리를 권고할 뿐이지 필수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분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던 같은 반 아이가 열이 더 이상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틀 만에 등원하기도 한다. 여전히 불안한 코로나의 시대는 계속 되고 있다. 미국의 하루 하루는 위드 코로나 시대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안전을 포기하고 자유를 조금 더 찾으려는 코로나를 통해 포기를 배워가는 시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도 부모들이 끝내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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