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 '유보통합'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 '유보통합'
  • 기고=송대헌
  • 승인 2022.0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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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이크 특별기고] 3. 송대헌 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비서실장

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송대헌 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비서실장. ⓒ베이비뉴스 
송대헌 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비서실장. ⓒ베이비뉴스 

유아에 대한 교육과 보호는 그 국가 정책에서의 중요성과 부모들의 절박함에 비해 국가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고, 지역에서는 교육청과 시·도청으로 나뉘며, 시설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고, 운영자로는 국공립과 사립, 민간과 법인, 그리고 직장으로 나뉘고, 수백 명의 규모의 몇 층짜리 시설에서 아파트 한 채로 나뉜다. 대학원을 졸업한 교사로부터 평생교육시설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료한 보육교사까지 접근 경로와 채용 방식, 그리고 교사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자격이 천차만별이다.

유아교육과 보육 모두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상의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해놓았으나 실제로는 설립자나 시설에 따라서 수십만 원까지 부모에게 교육비와 보육비를 징수하고 있다. 법령이 현실에서 힘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교육청과 지자체로 나뉘어 영유아 수요에 대한 통합적인 파악도 하지 않고, 공급에 대한 통합적 계획도 없이 각자 자기 역할만 다 하면 된다는 식의 행정으로 초등학교 다니는 언니와 오빠는 걸어서 학교로 가지만 어린 동생은 노란 통학버스에서 몇십 분을 지나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게다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어떤 시설을 어떻게 줄이고, 어디를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한 통합적 관리도 안 된다. 결국 사립과 민간시설들이 원아모집이 안되거나 안될 것이 예상되면 알아서 폐원하고 그 지역에 있는 영유아들은 각자 알아서 다른 지역의 시설을 찾아야 한다. 시설도 부모도 각자도생의 상황이다.

대한민국 장애아동에 대해서 법률은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 3세 이상 유아 중에서 장애유아들은 어린이집에 더 많은 데 국가가 장애유아에게 행하고 있는 의무‘교육’이 교육부의 관할이어서, 즉 ‘의무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어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할 장애유아는 6975명, 보건복지부 관할 장애유아는 1만 2229명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유아는 ‘교육시설’인 유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사배치, 교육비, 교육 기자재, 재활치료기구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 유보 이원화가 빚은 참극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세종시교육청에 근무했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보면, 세종시교육청과 세종시청은 영유아에 대한 자기 업무를 열심히 한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면 세종교육청에서 초등학교와 그 초등학교 정원의 1/4에 해당하는 공립유치원을 짓는다. 3세에서 5세의 3개 연령 유아의 반을 담당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종시교육청은 해당 지역에 어린이집의 설립 계획을 모른다. 그냥 자신의 일만 충실할 뿐이다. 해당 지역의 어린이집 공급계획을 알고, 그에 맞추어 조절하지 않는다. 그러니 유치원이 늦게 설립되거나 어린이집이 제대로 설립되지 않으면 유아들이 갈 곳을 찾아 헤매지만 교육청에서는 어린이집을, 시청에서는 유치원 핑계를 댄다. 세종교육청에서는 유치원 원아들에게 완전 무상급식을 하는데 어린이집은 그렇지 못하다. 같은 연령대의 대한민국 유아가 어느 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주는 혜택에서 차별받는 상황이다. 

각 지자체와 교육청의 공무원이나 정책 담당자 중에서 유보 일원화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세종교육청과 세종시청이 원아모집 홈페이지를 연동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담당자들은 “우리는 별문제 없이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부모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995년 처음 유보통합 논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런 혼란이 계속되는 책임의 가장 많은 부분은 정부에 있다. 얼마 전까지 교육부는 유아교육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청에서도 유아교육은 ‘찬밥’ 신세였듯이 교육부 내부에서도 유아교육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2019년 ‘사립유치원 문제’가 터지면서 ‘공립유치원 확대’ 등의 유아교육정책이 발표되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보육시설의 교육부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당연히 정부안에서 일관되고 정리된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민간을 포함한 논의에 떠밀어 버린 셈이다.

유아교육과 영유아보육 정책의 수립은 다양한 설립운영자 집단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곳이다. 이미 대부분 민간(사립)의 영역이 다수를 차지하고, 국공립은 소수다. 영리와 공익이 부딪치는 곳에서 영유아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에 더해서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민간(사립)시설의 운영난을 해결하면서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어느 지역에 어느 시설을 정리할 것인가가 시장원리에 의한 도태가 아니라 교육청과 지자체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학급당 원아 수의 축소 등 교육·보육환경개선과 더불어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30년 정부가 책임감 없이 세월을 허비한 결과다. 만일 10년 전, 아니 5년 전이었다면 각 시설의 격차를 우선 해소하고 천천히 접근해가는 방안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지금 상황은 그동안 30년간 해왔던 논의를 더 해보자는 것으로는 해결이 난망하다. 차라리 한 개 부처로 통합한 이후, 그 부처 안에서 정리해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교육부도 보건복지부도 유보일원화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다. 따라서 한 부처로 이관을 해버린다면 그 일원화 작업은 그 부처의 ‘업무’가 될 것이다. 업무가 아닌 것을 하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업무로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사립어린이집들이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사립학교에 적용하는 예산 운용을 요구하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원아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폐원을 선택하고, 업종 전환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러나 꼭 해야 할 일이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노란 버스, 노란 승합차를 타고 아파트 사이사이를 지나 머나먼 등원 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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