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긴급 학부모 간담회가 열렸다. 이슈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돌연 진행되어 버린 아이들의 수업 공간 이전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견들이 생기는 바람에 온라인 투표와 대면 회의까지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수업 공간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안전상의 문제들이었고, 이 부분은 이전에 사용하던 공간으로 원상 복귀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얼핏 그렇게 무마될 것 같았던 일이었지만 어쩐지 학부모들의 원성이 잦아들지 않았고, 또 다른 건의사항까지 추가되면서 새 학기의 시작이 마치 전쟁과도 같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불만은 결국 ‘소통’의 부재와 ‘소통 방식’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한 해는 (모두가 마찬가지였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든 시기였다. 물론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제 코로나19를 수많은 질병 중 하나로 인식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간 꽁꽁 닫아 두었던 문을 열어 두고 조금씩 소통을 위한 창을 여는 과정이라 시행착오가 많은, 혼란의 시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취학 아동을 원에 맡겨 둔 부모들의 마음은 그 모든 것을 기다리며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아이가 휘둘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아이를 믿고 맡긴 원의 소통 방식은 선(先) 결정, 후(後) 통보 방식의 일방적인 상황이었고, 모두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생각되었던 간담회 자리조차 원이 먼저 결정한 방식을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담화가 이어져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학부모들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대답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변명이나 사과보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장치 즉 좀 더 원활한 소통과 이를 위한 대책이었을 것이다. 또 일정 부분 기관의 방침을 믿고 따라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으로 되었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할 것이다. 많은 부분 처음 해당 원에 아이를 보낼 때 가지고 있던 확신이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들이었다. 결국 피해자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몫일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 어떤 집단이든, 규모와 관계없이 해당 공동체의 대표를 맡게 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민주적인 방법으로 다수의 의견에 귀를 많이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작은 유치원조차 소통의 부재와 잘못된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는 출구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의 자질은 언급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어떤 당선인이든 수많은 역사와 그 속의 과오들을 통해 ‘소통’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꼭 기억해 주길 당부하고 싶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우리 아이들과 미래에 바른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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