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유 대란 직접 겪어본 소감
미국의 분유 대란 직접 겪어본 소감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03.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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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인류학] 미국 분유 공장에서 발견된 박테리아로 혼란에 빠진 미국 엄마들

지난 2월 18일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엄마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당황한 엄마들의 포스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국 FDA가 특정 분유를 먹은 후 감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감염 증상을 보이던 아이 중에 한 아이는 심지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미국의 분유 회사 중에 가장 큰 브랜드 중에 하나인 애보트의 미시건 공장에서 제조된 씨밀락, 같은 분유 라인의 알리멘텀 그리고 엘레케어에 유해한 박테리아 등이 포함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됨에 따라 해당 제품의 전량 리콜이 발표되었다.

위 브랜드의 분유 중에 유통기한이 2022년 4월 1일 이후이면서 분유 용기 바닥에 K8, SH, 그리고 Z2와 같은 코드를 포함하고 있는 제품들이 해당 리콜 대상이라고 한다(NBC News 2월 18일자 참조). 리콜 대상에 해당하는 분유를 이미 아기에게 먹여버려서 걱정하는 엄마들도 있고, 리콜 대상에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구입처에서 영수증을 소지 하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지 않고 교환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예전 영수증을 찾을 수 없어 당황한 엄마들의 이야기도 있다.

해당 분유는 미국의 많은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제품이고 나 역시 두 아이 모두에게 먹였던 미국에서는 아주 흔한 브랜드라 나에게도 몹시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다. 리콜 해당 제품은 주변의 많은 미국 친구 엄마들이 쓰는 분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잠깐 머물 때 한국의 엄마들도 해외직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들었다. 비단 한국만의 일일까. 애보트 사 역시 해당 분유 제품들이 미국 전역 및 해외 많은 지역으로 판매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모든 식품이 그렇지만 더구나 특히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이 먹는 분유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끔찍한 소식이었다.

지역 마트 분유 코너 상황. 텅텅 비었던 매대에 직원들이 빠르게 분유를 채워 넣었지만 여전히 분유를 한 사람당 4통 이상 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은
지역 마트 분유 코너 상황. 텅텅 비었던 매대에 직원들이 빠르게 분유를 채워 넣었지만 여전히 분유를 한 사람당 4통 이상 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은

더 당황스러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 상점의 분유들이 동이 나기 시작했다. 보통은 분유가 넉넉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리콜 대상 제품들을 가지고 찾아와 새 제품으로 바꿔가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현재 상황 때문에 안전한 분유를 확보하지 못할까봐 겁이 난 일부 부모들이 분유 사재기를 시작한 것도 한 몫 했다. 다른 분유 제품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면서 다른 분유 제품들도 재고가 평소보다 줄었다. 결국 몇몇 상점들에서는 한 사람 당 4개 이상 분유를 살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하였다. 텅텅 비어가는 분유 진열대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 역시 오로지 분유 밖에 먹지 못하는 신생아를 둔 엄마라면 불안감 때문에 솔직히 분유를 미리 사두었을 것 같다.

특히 리콜 대상에 포함된 락토스 프리나 분유 알레르기 방지 제품이 꼭 필요한 아기의 부모들은 민감한 아기의 건강 상태를 위해서 쉽게 분유를 바꿀 수도 없고 가능한 많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 중에서 리콜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FDA의 조사가 더 진행되어 봐야 후속 조치가 더 자세히 결정되겠지만 당분간은 해당 제품의 분유 대란이 이어질 듯하다. 아기들의 건강, 너 나아가 목숨과도 직결 될 수 있는 신생아 분유 제품들은 특히 더 위생과 안전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다시금 꺼내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분유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분유 나눔을 하기도 하고 다른 분유로 바꿔 보려는 엄마들에게 민감한 아이를  위한 분유 제품을 샘플 삼아 미리 써보라고 나누어주는 엄마들도 있는 등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는 해당 제품의 영수증이 없어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해주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 및 해외 많은 지역에 해당 제품을 사용한 아기들과 그 가족의 불안은 그 어떤 대책으로도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다. 부디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고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뿐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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