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과 함께 보낸 슬기로운 격리 생활
오미크론과 함께 보낸 슬기로운 격리 생활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2.04.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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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37. 코로나19 확진 그리고 일주일 격리 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일 0시 기준 1658만 3220명이 되었습니다. 국민 3명 중 1명꼴인 32.3%가 감염된 것인데요. 제주지역 역시 누적 확진자 수는 21만 2783명이 되면서 확진자가 제주도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용케도 코로나를 잘 피해왔던(?) 저에게도 지난 13일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확진의 순간부터 격리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현재의 상황까지 오미크론과 함께 보낸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오늘 이야기해보려 하는데요.  

오미크론이 나를 포함해 온가족에게 찾아왔다. ⓒ김재원
오미크론이 나를 포함해 온가족에게 찾아왔다. ⓒ김재원

#당황

두 아이의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우리 가족에게도 코로나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었다. 괜스레 목이 따끔거리고 가래가 생긴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자 아침저녁으로 코로나 간이키트를 수시로 해보게 되었다. 매번 음성을 의미하는 한 줄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에서 말하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급기야 신속 항원 검사까지 했지만 음성이었다. 그러다 목이 심하게 아프고 진한 가래가 섞여 나오는 걸 보고 ‘이제는 확진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PCR 검사를 통해 정확한 판정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근처 보건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길 한나절. ‘코로나19 양성’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한다고 했지만 확진 판정 소식은 나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다. 은연중에 슈퍼항체 혹은 무증상으로 코로나가 지나간 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나 하는 착각 속에 살아서일까 괜한 실망감과 패배감도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코로나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지급되는 건강관리세트. 어린이 확진자들은 제주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김재원
어린이들에게 지급되는 건강관리세트. 어린이 확진자들은 제주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김재원

#걱정

‘결국 코로나가 나에게도 벌어지다니...’ 한탄도 잠시 아내와 10살과 5살 두 자녀들도 연이어 확진이 되었다. 우리는 한 방에서 부대끼며 놀기를 좋아했기에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우린 분명히 모두가 확진될 거라고 늘상 말해왔었다. 그래도 막상 두 자녀까지 확진이 되고 나니 아이들이라도 무사히 지나가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온 가족 재택치료를 겸한 일주일간의 오미크론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비대면 진료 

다행히 우리가 확진이 되었을 때는 확진자도 개인병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다.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전화로 진료예약을 하면 순번에 따라 의사 선생님과 통화로 증상을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처방전을 약국으로 팩스로 보냈다. 약국에서 제조가 완료되면 약을 찾으러 가면 됐다. 다만 우리 가족은 대리인이 없어서 우리가 직접 약을 찾으러 가야 했다. 대신 약국 내부로 들어가진 않고 외부에서 약을 수령했다. 격리 초기부터 약을 함께 복용하며 재택 치료를 했기에 마음속에 불안감은 없었다. 이 부분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코로나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비대면 진료의 모든 과정은 원활했고 선진 의료의 현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확진된 이후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 처방과 함께 재택치료를 할 수 있었다. ⓒ김재원
확진된 이후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 처방과 함께 재택치료를 할 수 있었다. ⓒ김재원

#격리

PCR 검사를 받았기에 검체를 채취한 날부터가 격리기간으로 산정되었다. 다행히 가족들 모두 심각한 증상은 없었기에 감기약 외에 따로 약 처방을 받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약간의 열과 함께 하루 이틀 감기 증상이 나타난 뒤 일상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나와 아내는 코로나 증상이 심하진 않았지만, 가래 섞인 기침과 몸살 그리고 미각과 후각이 이상해졌다. 그밖에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 왔으며 쉽게 지쳤다.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증상이라 생각했기에 그저 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사실 양성이 되고 격리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증상이 크게 없어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고 글도 써야지 했는데 격리 기간 내내 그 정도의 컨디션이 되지 못했다. 

격리 기간은 생각보다 무료했다. 끼니 챙겨 먹는 것도 체력이 따라와 주지 않으니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다. 쉽게 지치고 처지는 통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 영상과 영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여의치 않아 덩달아 아이들도 TV와 더욱 친해졌다. 

#해제

일주일간의 격리가 끝났다. 대부분 증상은 사라졌다. 그러나 피로와 무기력과 함께 여전히 약간의 어지럼증은 훈장처럼 남았다. 신기한 증상 중 하나는 짠맛과 신맛은 느껴지는데 다른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주변에 먼저 확진된 지인들에게 문의해 보니 나와 비슷한 증상들이 있었다는 답변과 함께 생각보다 후유증이 오래갈 수도 있다는 말도 함께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병원에 방문하여 대면진료를 받고 약을 계속 복용할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병원에 다시 가는 것 대신 격리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제주 바다로 달려갔다. 바다를 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두통도 어지러움도 사라지는 듯했다. 

코로나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제주 바다로 달려갔다. ⓒ김재원
코로나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제주 바다로 달려갔다. ⓒ김재원

코로나 확산세가 경감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변 지인들도 속속 코로나 막차에 올라타고 있고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확진되면서 코로나 확진 후기를 찾아보는 것도 어색한 상황이 되었는데요. 뒤늦은 감염이었지만 코로나와 함께한 일주일의 기록이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에 칼럼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 몸 상태는 평상시에 비해 ‘75%’ 정도인 듯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엄청난 고통이 오진 않았지만 그냥 쉽게 지나가진 않았네요. 확진되고 나니 솔직히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세상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코로나라는 하나의 시대적 전염병을 몸소 겪은 것이 한편으로는 행운이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직접 경험한 세상을 독자분들과 나눌 수 있으니까요. 독자 여러분 갑작스러운 확진 통보에 절대 당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인하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2017년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지금은 제주살이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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