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진짜 미국에서 BTS가 그렇게 인기가 있어?”
“미국에서도 '오징어 게임' 정말 다 알아?”
“요즘에는 한국 다 안다며? 정말이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BTS를 안다. 다이너마이트가 한창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할 때는 운전하면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계속해서 다이너마트가 흘러나오곤 했었다. 가끔 블랙핑크의 노래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차 뒤에 타고 있던 두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엄마, 라디오에서 한국 말이 나왔어”하면서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귀엽다. 아이들과 자주 가는 서점에도 K-Pop 코너가 따로 있다. 한국 아이돌들의 음반과 화보집을 모아 둔 코너인데 사실 얼렁뚱땅 일본 아이돌도 교묘하게 섞여있다. K-Pop 팬들 말고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그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서점의 직원들까지도. 큰 아이만 “엄마 이건 한글 아닌데 왜 여기 있어?”라며 일본어로 적힌 일본 아이돌 앨범을 골라낼 뿐이다.
'오징어 게임' 역시 한창 인기가 많았지만 미국인들이 딱히 '오징어 게임'을 한국 드라마로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이가 유치원 점심 도시락에 종종 싸가는 김밥은 이 곳 사람들에게는 '스시'로 불리고 삼성이나 엘지 같은 기업이 한국 기업인 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그나마 희망적인 건 더 이상 나나 우리 애들에게 북한에서 왔느냐 남한에서 왔느냐를 묻는 사람들은 없다는 점이다. 십여년 전에만 하더라도 간혹 이 질문을 하는 미국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미국에 왔었던 십여년 전에 비하면 한국 문화의 위상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이제는 대도시 근처에 가면 가끔씩 아이들과 내가 서로 대화하는 것을 듣고는 한국인인 것을 짐작하고는 본인이 열심히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배우 이름이나 대사 내용을 묻는 K-drama 팬들도 만날 수 있다. 여전히 한국 문화는 마이너 적이지만 이 전을 생각하면 그래도 많이 위상이 높아졌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갖게 될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촌 동생은 어린 시절부터 한번도 주변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미국 사회에서 나의 사촌은 자신의 뿌리를 설명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아시아인의 거의 없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우리의 삶도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나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스스로 한국에 뿌리를 두었음을, 한국의 문화와 위상이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를 간절히 바란다. 옛날과 달리 미국인이 한국의 것이라고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한국어, 한국 관련 컨텐츠들의 미국의 미디어에도 조금씩 더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작은 차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뿌리와 문화가 편견과 스테레오 타입으로 자리 잡지 않고 문화적 다양성과 자긍심의 뿌리가 되기를 늘 바라는 요즘이다. 그래서 늘 듣는 라디오에서 자주 들르는 서점에서 한국 음악과 한국에 관련된 것들을 발견할수록 반갑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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