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뼈 부러진 큰 아이와 미국 어린이 전문 정형외과 병원 방문기
발가락 뼈 부러진 큰 아이와 미국 어린이 전문 정형외과 병원 방문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05.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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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엄마들이 바라는 건 건강 또 건강, 안전 또 안전

너무 당황스러웠다. 층간 소음 없는 타운 하우스로 이사 온지 몇 달이 지나도록 아이는 가끔 빨리 걸어 다녔을 뿐 딱히 집안에서 쿵쾅 거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아빠와 투닥투닥 장난 치던 것이 좀 과해지더니 두 사람이 집안에서 공을 이리저리 던지면서 노는 것이 아닌가.

조심하라고 훈계하려던 찰나에 깔깔 거리고 뛰던 아이가 계단 근처에서 삐끗하더니 넘어졌는데 발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아이는 발이 아프다며 주저 앉았고 남편과 내가 다가가 발을 자세히 살펴보니 엄지 발톱 가운데가 부러진 듯 금이 가 있었다. 벽을 잡고 일어나서 몇 걸음 걷더니 걸을 때마다 통증을 호소했다.

일단 얼음 찜질을 해주고 될 수 있으면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다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특별히 격렬할 것도 없는 공놀이에 작은 실수로 넘어진 것처럼 보였기에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밤 8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일단 재웠다.

다음 날 학교 빠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큰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학교를 보낼까 하다가 아이가 아직도 아프다고 하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제일 일찍 여는 예약이 없이도 갈 수 있는 몇 안되는 병원 중 한 곳을 찾아 데려갔다. 병원에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다쳤는지를 자세히 묻더니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엑스레이를 확인 한 뒤 의사는 발가락 뼈에 금이 갔다고 하면서 어린이 전문 정형외과로 갈 수 있도록 리퍼럴(미국의 주치의나 일반 병원의 의사가 전문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당 기록을 전달해주고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는 것)을 해주기로 했다.

해당 전문 병원에 바로 전화를 해보니 그나마 가장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 2주 뒤였다. 겨우겨우 사정사정해서 나흘 뒤 다른 예약과 예약 사이에 짧은 진료 시간을 억지로 잡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아이는 작은 부목같은 것을 데고 의료용 부츠를 신고 다녀야 했다. 아이는 그렇게 그 날 부츠를 신고 좀 늦은 시간에 학교에 갔다.

의료용 부츠를 신고도 공원 탐색 중인 큰 아이와 작은 아이: 한달이 넘어가자 답답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큰 아이. ⓒ이은
의료용 부츠를 신고도 공원 탐색 중인 큰 아이와 작은 아이: 한달이 넘어가자 답답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큰 아이. ⓒ이은

나흘의 시간이 참 더디게도 갔다. 미국에 살다 보면 원하는 때 거의 대부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당일에도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참 한국에 사는 사람들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초하게 나흘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어린이 전문 정형외과에 갔다. 미국의 대부분의 공간은 이미 마스크 착용이 선택적인 것이 된 곳이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끼지 않는다) 그나마 병원 등 진료 기관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강하게 추천하거나 의무화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들어갔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담당 간호사가 내게 몇가지를 묻고 확인하더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양해를 구하며 아이와 의료진 둘만 남아서 따로 이야기를 했다. 이미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나는 ‘아, 바로 그 질문을 하려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외상이 있는 아이들이나 여성, 노약자들에게 미국의 많은 병원에서는 혹시 학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의 대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호자나 가족들이 없는 상태에서 질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정확히 어떻게 다쳤는지에 대한 상황을 다시 한번 자세히 물어보고 평소에 기분 상태나 가족들과의 관계 등도 물어봤다고 한다.

엑스레이 재촬영을 하고 아이는 다행히 특별히 더 치료를 할 단계는 아니고 의료용 부츠를 6주가량 더 신고 매일 상처 부위 드레싱을 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항생제도 복용해야 했고 다리 움직임을 조심해야했지만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치유될 것이라고 했다. 겨우 마음이 놓였지만 한창 활발한 남자아이가 6주가 넘도록 앉아있기만 해야할텐데 걱정이 됐다. 아이는 그래도 아직 아이인지라 친구들이 모두 신기해하는 의료용 부츠를 좀 더 착용할 생각에 나쁠 것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나오는 길에 아이들의 선물 상자가 놓여있었다. 미국의 많은 어린이 병원이나 진료센터는 방문한 어린이들을 위해 스티커나 사탕, 혹은 작은 장난감 같은 것들을 놓아두는 경우가 많다. 이번 병원에는 특이하게도 팔찌와 여러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큰 아이는 자기 몫으로 책을 한 권 고르더니 근처에 있던 병원 직원에게 집에 있는 여동생 선물도 챙길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당연하지. 넌 참 좋은 오빠구나”라면서 선물 상자를 더 크게 열어놓아 주었다. 아이는 여동생에게 줄 색색깔의 팔찌를 골라서 주머니에 넣었다.

의료용 부츠를 신고 절뚝이며 걷는 아이를 보니 그래도 계속 속상했다. 정작 아이의 기분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으랴. 더구나 병원 방문하는 것도 한국보다 훨씬 힘들고 또 병원비도 의료 보험비도 참 비싼 미국에선 건강 또 건강이 최고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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