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입양정책 놓고 뜨거운 논란
새로운 입양정책 놓고 뜨거운 논란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1.28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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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유기 조장" VS "불법입양 막는 안전망"

입양아동의 권익 보호를 위해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미혼모들의 입양 선택을 가로 막아 아동유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입장과 그동안 무시됐던 미혼모와 아동의 권리를 위한 장치를 담은 것이라는 입장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 입양특례법, 개정 6개월 만에 재개정 추진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해 8월 5일부터다. 입양특례법은 입양 전 친부모의 출생신고 의무화를 명시하고 있다. 부모가 입양을 보내려면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또 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낼 때 7일간 아이와 함께 지내며 입양에 대해 고민하는 입양숙려제도 시행되고 있다. 입양이 완료되면 친생부모와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있던 모자관계 기록은 삭제되고 추후 입양인이 원할 경우 친생부모의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입양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정 취지와는 달리 미혼모들이 출생신고의 부담으로 입양을 꺼리면서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하거나 유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단체들은 지난해 8월부터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 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출생신고 의무화 등을 담은 입양특례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 입양이 우선 추진됨에 따라 국내 입양이 많지 않은 장애아의 경우 입양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입양이 되지 않고 방치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정법원의 허가 기간이 긴 것도 입양부모와 아기의 만남을 늦추는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은 입양단체 등의 의견을 받아 지난 18일 '입양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현행 입양특례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 미혼모에 한해 입양 기관이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게 입양숙려기간을 예외로 두고, 장애아동의 입양 의뢰에 대해서는 국내·국외입양을 함께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백재현 의원은 "현행법은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얻기 위해 출생신고 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혼모들이 친자관계를 공적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영아유기, 불법입양, 낙태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청소년 미혼모는 미혼모 시설의 부족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며 모텔, 화장실에서 출산할 경우 아동과 함께 일주일 이상 머물 곳을 찾기 어렵다"며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일주일의 입양숙려제 예외 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도 '입양특례법 개정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1월 28일 현재 1500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이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송종우 씨는 "입양특례법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 때 의미 있다. 입양특례법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이 생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버리는 범죄자가 되고 아이들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며 입양특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숙려제 등을 담고 있는 입양특례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내 입양단체는 입양특례법이 아동유기를 조장하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입양인들과 미혼모단체 등은 불법입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한사회복지회가 개최한 위탁모의 날 기념식에서 한 위탁아동이 위탁모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는 모습.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숙려제 등을 담고 있는 입양특례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내 입양단체는 입양특례법이 아동유기를 조장하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입양인들과 미혼모단체 등은 불법입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한사회복지회가 개최한 위탁모의 날 기념식에서 한 위탁아동이 위탁모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는 모습.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입양특례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반면 해외 입양인·미혼모 단체 등은 현행 입양특례법에 대한 지적이 잘못됐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기존 불법으로 진행돼왔던 입양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며 입양특례법이 아동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왜곡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뿌리의 집, 진실과화해를위한 해외입양인모임, 국제입양인연대, 국제아동인권센터, 입양의 원가족모임 민들레, 풀뿌리바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임신·출산 여성과 아동의 동시보호를 지향한다. 이 법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입양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입양특례법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돼 입양 노출을 두려워하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유기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출생등록에 대한 잘못된 지적은 반드시 시정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입양절차가 완료되면 아이와 친모의 가족관계증명서상의 모자관계 기록은 일절 남지 않는다. 별도로 친양자 입양관계증명서가 생성되고 거기에 친모와 친자관계가 기재돼 관리되고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여성과 아동의 존엄과 안전의 존중을 위하여 관련 법제와 관행이 좀 더 개선되고 개정입양특례법에 적합한 새로운 응급구호체계의 가능성이 모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 청소년 미혼모 예방을 위한 성교육 ▲임신여성과 아동의 긴급체계 강화 확대 ▲친부모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체계 수립 및 강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해소를 위한 인식개선 작업 ▲미혼부모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가족관계등록제도 정비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임신·출산 여성과 아동의 생계유지 곤란 등 경제적인 제한, 미혼모나 장애아에 대한 편견 등 사회적인 제약 없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 복지부 "아동 유기, 철저히 조사"

 

입양특례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입양기관장과 입양인자조단체, 입양부모 대표, 미혼모 시설장 등과 '2013년 입양 관계자 연찬회'를 갖고, 개정 입양특례법에 대한 각 기관과 단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관계자는 28일 베이비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입양특례법 개정과 관련된 의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개정된 지 얼마 안됐고 정착되지 않은데 따른 문제일 수 있는데 성급하게 개정 문제를 꺼낸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동 유기와 관련해선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유기아동수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를 입양특례법 때문으로 볼 순 없다. 계속 언론 보도가 되면서 홍보효과로 더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아동 유기에 대해선 검토하고 조사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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