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발생한 미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또 다시 발생한 미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05.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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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정기적으로 총기 사건 대비 대피 훈련을 하는 미국의 유치원과 학교들
큰 아이의 학교 행사 후 학교 놀이터에서 모여 놀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의 유치원과 학교는 평소 외부인 출입이 되지 않게 전체 출입구가 막혀져 있지만 이 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이터나 운동장 등을 이용하는 시간의 경우 누군가의 의도적인 침입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은
큰 아이의 학교 행사 후 학교 놀이터에서 모여 놀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의 유치원과 학교는 평소 외부인 출입이 되지 않게 전체 출입구가 막혀져 있지만 이 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이터나 운동장 등을 이용하는 시간의 경우 누군가의 의도적인 침입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은

지난 2012년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 있는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참사(당시 20세 청년이 학교로 뛰어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6~7세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이 사망했다)가 발생한지 거의 10년만인 올해 5월 24일. 텍사스 남부에 있는 롭 초등학교(Robb Elementary)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다시 벌어졌다. 18살의 청소년이 이 학교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5월 25일 기준)까지 19명의 초등학생과 2명의 성인이 사망했다. 해당지역인 우발데(Uvalde)는 텍사스의 주요 도시인 샌 안토니오에서 85마일 정도 떨어진 평화로운 작은 도시이다. 사망에 이르고 부상을 입은 학생들은 만 9세에서 10세의 초등학생들로 학부모들과 지역 사회 전체가 비통에 빠졌다. 미국 전역의 많은 사람들이 기도와 추모를 함께 하고 있으나 변하지 않는 총기 사고의 가능성과 위험함에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더욱 더 학교가 아이들에게 공포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날로 위험성이 높아지는 총기 사고와 범죄들에 끊임없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에서는 스스로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총을 총으로 막고자 하는 총기 소지 찬성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미국의 전국 교육 통계 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al Statistics)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학교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총 886건의 학교 총기 사고가 일어났고 이 때문에 383명이 사망하고 805명이 부상당하는 등 118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또 미국의 학교 총기 사고는 3분의 2가량이 고등학교(543건)에서 발생했지만 초등학교(175건)와 중학교(102건)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만 이 정도이고,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것까지 포함한 미국의 전체 총기 사건 사고는 엄청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의 미국인들은 총기 규제에 자주적인 자기 보호 목적을 제한한다면서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자유'만은 잃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많은 미국인들의 태도를 반영한 모습이다.

몇 달 전 작은 아이의 유치원이 서너 시간 동안 락다운(lockdown) 된 적이 있는데 유치원 반경 5마일 안에 있던 한 공립 고등학교에 총기를 소지한 한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 한 명을 쏘아버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학교도 아니었고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었으나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어느 누구도 나가고 들어올 수 없이 아이의 유치원은 상황이 다 해결될 때까지 닫혀있었다. 총기에 대한 '실감'이 없던 전형적인 한국인인 나로서는 그러려니 했는데 후에 같은 유치원 학부모들이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서 락다운 동안 덜덜 떨며 안절부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나 심각한 상황이었었나 하고 나 혼자 뒤늦게 실감이 갔던 적이 있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기관에서는 모두 매달 화재 대비 대피 훈련과 총기 사고 대비 대피 훈련을 한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몰래 줄지어 숨어 있는 훈련을 받았다는데 정말 씁쓸하게 짝이 없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총기 사고를 피해 숨는 훈련을 받고 조심해야 할 정도라니 미국의 총기 문제가 새삼 더 무겁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불이 나면 대피하듯이 소리를 죽이고 몸을 숙인 상태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는 훈련을 받는 다고 했다. 화재처럼 총기 사고도 언제든지 가능한 사고로 보고 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

이번 롭 초등학교 참사를 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너무나 쓰리고 아플 것이다. 이러한 상황 중에 총기 사고를 대비해 텍사스의 학교에서 교사들을 무장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니 더욱 씁쓸하다. 아이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참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의 학교지만 총기와 마약과 같은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들이 일어나는 뉴스들을 보고 나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미국 학부모의 고민도 적지 않다. 비통함과 애도를 표하는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이 모든 참사를 그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 미국인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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