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어린이를 배려하지 않은 어린이 관광지?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어린이를 배려하지 않은 어린이 관광지?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2.07.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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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어린이시설 #어린이테마파크 #어린이레저스포츠 #어린이공연 #관광지 #유원지 #연령제한 #안전수칙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른들도 일상생활을 이어 가기 힘든 날씨에 아이들이 집중해 공부하기란 더욱 힘든 계절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이 길어 아직 방학은 하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유치원 대신 시원한 물놀이나 실내 놀이 등으로 미리 방학을 즐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모님 생신을 기념해 겸사겸사 친지들과 초등학생인 사촌들까지 모두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연령대가 다양한 가족들이 한곳에 모이다 보니 갈 수 있는 장소도 한정적이었다. 대부분 어른들이 양보해 아이들이 좋아할 장소, 혹은 모든 연령이 함께할 수 있는 관광 코스를 도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사실 산과 바다 같은 자연 경관이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낮 시간의 해는 너무 뜨거워 그럭저럭 모두를 만족시킬 실내 관광지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제주도라는 지역의 특성상, 섬 전체가 관광 코스이다 보니 어디든 즐길 거리는 가득했다. 특히 물과 함께 펼쳐지는 수중 공연과 말을 타고 진행하는 마상 공연 등은 스케일도 대단하고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아 어른들도 아이들도 만족했던 코스였다. 나 또한 공연을 보는 동안에는 넋을 잃고 빠져들 만큼 흥미로웠지만 중간중간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모든 연령이 관람을 하는 공연이다 보니 내용상 특정한 장면들을 더욱 과장하거나 부각시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전쟁을 표현한 공연에서는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가 패배자를 처참하게 벌하는 모습, 다이빙 공연에서는 공연장 천장까지 루프를 타고 올라가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장면 등등이었다. 문득 그런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아이의 표정을 보았는데, 즐겁고 기뻐 놀란 표정이 아니라 실제와 혼동이 될 만큼 충격적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공연의 명장면 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 더욱 뇌리 깊게 박히고 말았다. 공연은 영상과 달라서 또 어떤 심의 규정이 작용하는지 모르겠으나, 어른의 시각에서 보아도 충격적인 장면들을 12세 이하의 아동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함께 관람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은 어린이 관광지! 연령 제한과 안전은 필수 조건 아닐까요? ⓒ여상미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은 어린이 관광지! 연령 제한과 안전은 필수 조건 아닐까요? ⓒ여상미

이러한 걱정은 공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승마, 카트, VR 체험 등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에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연령에 따라 코스에 제한이 있거나, 보호자의 동승 여부가 결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매표를 할 때 이미 패키지로 결제를 마치고 나면 그 이후 아이의 연령이나 신체 조건 등 추가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 동반 관광지이다 보니 아이들끼리만 방치되는 경우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대로 계속 진행을 해도 안전에 무리가 없을지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우려가 되는 일들은 배를 타고 투어를 하거나 낚시 체험 등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요트 투어를 앞두고 1시간가량 장대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호우라 겨우 선착장에 도착해 환불을 요청했는데, 바다 날씨와 육지 날씨는 달라서 당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설상가상 비바람이 점점 더 거세게 불자 환불을 요구하는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요트 회사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 대부분이 탑승과 환불을 포기한 채 돌아섰다. 그중에는 아기 띠 속에 잠들어 있는 갓난아기도 있었다. 이쯤 되니, 애초부터 탑승 규정이나 안전 수칙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명실상부 우리 나라 최대의 관광지라는 곳의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이러한 곳들이 아이들의 출입과 놀이를 허용한 공간, 혹은 시설이라면 더욱 문제가 되지 않을까? 물론 모든 장소와 프로그램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었고, 각 시설마다 시행되고 있는 규정들 또한 저마다 다른 법을 적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이 엄마로서 불안한 순간이 많았다.

관광 산업은 그간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컸을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다시 성행하는 분위기에 나 또한 마음을 응원의 마음을 보태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안전이나, 아이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무시한 수준에서의 무차별적 응원일 수는 없을 것이다. 곧 다가오는 여름 방학! 부디 아이들의 연령과 안전을 고려해 믿고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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