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성교육 어떡하죠?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우리 아이 성교육 어떡하죠?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 칼럼니스트 노미정
  • 승인 2022.09.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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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마을육아+지구수다] 스스로 배우고 나누는 부모교육이 필요한 시간

◇ 아무튼 ‘성수다’로 시작된 양육자들의 모임 

작년 7월부터 아이 성교육을 고민하던 4명의 양육자들이 성교육 도서 10권을 선정해 읽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을 진행했다. 부모들도 성교육이 처음이라 알고 싶은 게 많았다. 나도 아들만 셋을 키우다보니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성교육'이 아이 양육에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독서모임을 같이 했던 지인이 '울산문화재단' 시민기획사업에 ‘양육자 성교육’을 제안하고 선정되서 함께 참여하게 됐다. 「발도르프 성교육」,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아들아 성교육하자」, 「딸아 성교육하자」,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등 6월부터 9월까지 10권의 책을 정해서 읽고 기록하고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성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을 걱정했고, 아이가 자위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계속 생각한다. 차라리 보지말자. 하지만 책을 읽고 나누면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집에서도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성교육 책을 참고하며 상황에 따른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궁금증을 조금씩 해소해 나갔다. 만날 때마다 쏟아낸 많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양육자들의 자발적 성교육모임이 곳곳에서 생기면 좋겠다고 다들 한목소리를 냈다.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방법을 알고 싶어 시작했지만 모임을 할 수록 ‘성교육’은 ‘성’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몸교육’ ‘생명교육’으로 확장해서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부모교육이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이해하고, 타인을 소중히 생각하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배우는 게 먼저였다. 성교육 정보를 얻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던 것부터가 짧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비폭력대화, 회복적생활교육, 퍼실리테이터같은 대화법을 배워야 겠다는 얘기도 했다. 들어주는 것 너무 중요하다. 성교육주간, 월간 성교육 이런 단기프로그램도 하면 좋겠다.

아무튼 성수다 두 번째 모임, 동네책방에서 4명의 양육자들이 성교육독서모임을 함께 했다. ⓒ노미정
아무튼 성수다 두 번째 모임, 동네책방에서 4명의 양육자들이 성교육독서모임을 함께 했다. ⓒ노미정

◇ 더 많은 사람들과 ‘성’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다

그래 우리가 한번 열어보자. 각자 성교육 수다모임 기획서를 써와서 취합하기로 했다. 기획서, 제안서를 써본 경험을 살려 제목, 날짜, 장소, 인원, 참고도서를 정하며 행사개요를 짰다. 사전준비에 필요한 홍보물 만들기, 온라인 신청양식, 홍보 및 모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당일 행사준비에는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을 전시하고, 들어가는 영상으로 성교육에 관한 짧은 인터뷰동영상과 우리모임 소개도 간단히 하면 좋겠다. 성교육 공부를 왜 하게 됐고 모임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참석자를 모집할 때 미리 나누고 싶은 궁금한 질문을 받아서 현장에서 함께 토론하는 계획을 세웠다. 성교육에 관한 초성퀴즈도 제안했다. 모임 멤버인 4명이 각자 퍼실리테이터(진행도우미) 역할을 해서 3모둠으로 소규모 토론을 진행한다. 조별로 활동내용을 발표하면서 마무리하고, 사진찍고, 후기 적는 역할 분담도 했다. 행사를 의논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지고 점점 일이 커졌다. 우리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정리해서 자료집을 만들기로 했는데 행사당일 나눠주면 좋겠다고 해서 더 바빠졌다. 전시하기로 한 성교육 책에 각자 짧은 소개글도 적기로 했다. 

더많은 사람들과 성교육을 말하다. 2021년 11월 16일 / 11월 23일(다가서서책방). ⓒ노미정
더많은 사람들과 성교육을 말하다. 2021년 11월 16일 / 11월 23일(다가서서책방). ⓒ노미정

◇ 양육자 성수다모임을 준비하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웹자보가 완성되고, 맘카페와 교육커뮤니티 등에 홍보를 했다.

“다른 분들은 아이 성교육에 대해 어떤 부분이 궁금하신지 어떻게 아이 성교육을 하고 계신지 알고 싶어 마련한 행사예요.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아이 성교육을 어떻게 해나갈지 함께 이야기 나눠 봐요. 정답 찾기가 아닌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주저 마시고 신청해주세요.”

2회차 모임으로 각각 12명을 모집했는데 몇 일만에 마감이 됐고 사전질문도 많이 적어주셨다. 적극적인 반응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고 우리가 잘 할수 있을까 걱정과 부담이 커졌다. 우린 전문가도 아니고 사람들이 뭔가 기대감을 갖고 왔는데 실망하거나 만족을 못하면 어쩌지? 이 문제로 한참 동안 얘기를 했는데, 우리의 역할은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선배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자녀의 연령은 상관없이 성별이 골고루 섞이도록 모둠을 구성했고, 함께 신청한 사람은 모둠을 분리했다. 공통질문 1개, 선택질문 2개씩으로 4명씩 참여한 3모둠의 자유로운 성수다 판이 펼쳐졌다.

1. 자녀 성교육 시 배우자에게 바라는 성교육 역할은 무엇인가요?

2. 성과 관련된 위험한 상황에 대해 민감성을 키우고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3. 이성 교제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전에 받았던 각자의 질문들을 나누다보니 다들 적극적이다. 전문가의 일방적인 강의식 정보전달이 아닌 당사자가 직접 느끼는 고민들을 말하는 소규모의 모둠 토론은 정말 효과적이었다. 개개인의 얘기를 꺼내고 서로의 사례에 생각을 보태는 대화방식의 진행에 다들 만족했다. 다른 이들의 경험담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참여자 모두가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해서는 양육자가 성교육과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공부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이번 프로그램으로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정기적인 성교육 독서모임에도 참여를 희망했다. 정말 뿌듯한 결과였다. 

양육자 성수다 행사진행: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속에서 많이 배우고 뿌듯함을 느꼈다. ⓒ노미정
양육자 성수다 행사진행: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속에서 많이 배우고 뿌듯함을 느꼈다. ⓒ노미정
이런 질문 해도 될까요? 공통질문, 선택질문으로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질문하고 나누며 성교육이 필요하다는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노미정
이런 질문 해도 될까요? 공통질문, 선택질문으로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질문하고 나누며 성교육이 필요하다는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노미정

◇ 함께하는 부모교육, 양육자들의 모임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양육자 성교육'이라는 내용으로 모임을 했지만 다양한 주제의 자녀교육을 스스로 기획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양육자모임이 많아지길 바란다. 주입식 교육의 틀에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부모교육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부모교육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자발적 동아리, 소규모 모임들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아이들 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공동체로 성장하면 좋겠다.

양육자 성수다 모임 [아무튼 성수다]는 매월 육퇴를 마친 저녁 10시에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다. 부모가 된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부모’란 언제나 완성형이 아니고 진행형이다. 매일 깨지고 비우고 다시 채운다. 사람을 만나서 풀고, 책모임을 통해서 쏟아내고, 그렇게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다. 좀 더 긍정의 기운을 장착하고. 함께 하는 부모모임이 필요한 이유다.

*칼럼니스트 노미정은 고등학생, 중학생, 늦둥이 일곱 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울산 동구의 더불어숲작은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동육아·마을공동체를 고민하며, 함께 읽고, 쓰고, 밥도 먹는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우리가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지금 나부터 ‘꿈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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