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구경 나온 아이들, 담배연기에 '캑캑'
말구경 나온 아이들, 담배연기에 '캑캑'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3.10 21:3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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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담배와의 전쟁' 벌이는 서울경마공원

경마장. 도박 중복에 빠진 사람들이 뻐끔뻐끔 담배를 피어대는 모습부터 연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마권과 담배꽁초는 경마장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경마장이 달라졌다.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이 담배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공원 전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일부 지역에만 금연구역을 설치했다. 가족 모두가 찾을 수 있도록 건전한 레저문화를 선도하는 공원으로 거듭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9일 오전 10시 10분 경마공원역 1,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꿈으로(路)’ 입구 앞에서 주황색 옷에 모자를 쓴 남성이 ‘금연거리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서있다. ‘꿈으로(路)는 경마공원 정문으로 향하는 고객전용통로다. 금연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첫 모습이었다.
 
한손에는 경마정보지, 다른 한손에는 거리 한쪽에서 나눔봉사회가 나눠준 원두커피 종이컵을 든 사람들이 오전 11시 시작하는 첫 경기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아이들과 함께 경마공원을 찾은 가족들은 겨울을 보내고 첫 나들이에 나선 듯 들떠 보였다.

 

솔밭공원 입구에 금연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솔밭공원 바깥 외에도 곳곳에 금연 표지판이 눈에 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솔밭공원 입구에 금연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솔밭공원 바깥 외에도 곳곳에 금연 표지판이 눈에 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담배연기로 인한 간접 흡연은 비흡연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경마가족공원에서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한 임신부가 남편과 함께 경주를 관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담배연기로 인한 간접 흡연은 비흡연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경마가족공원에서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한 임신부가 남편과 함께 경주를 관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경마공원에 들어가자 ‘KRA’라고 쓰인 해피빌 건물과 그 왼쪽 옆으로 럭키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들 앞으로 경주하기 직전의 말을 보여주는 예시장에는 어느 말이 잘 뛸지 살피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경마공원 직원들이 ‘고객님, 금연공원입니다. 흡연은 지정된 장소에서만!’이라는 안내 띠를 두르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건물 곳곳의 벽과 기둥에도 ‘공원 전 지역 금연구역’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담배는 어디서 펴야 되느냐”는 질문에 직원은 럭키빌로 향하는 쪽의 2층 계단 위 등에 마련된 흡연장소를 안내했다. 직원들의 금연 안내 덕분인지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정된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는 듯 했다.

 

해피빌 건물 1층으로 들어가자 경주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야외광장 스탠드가 이어졌다. 20도 가까이 오른 따뜻한 날씨에 많은 인파들이 스탠드와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경마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40대 남성은 “추운 날은 실내에서 (화면을 통해) 구경하는데 날이 따뜻하면 보는 재미가 있으니 밖에서 구경한다”고 말했다.

 

스탠드에 자리한 사람들은 늘 그러하듯 경마정보지를 보며 승전보를 울릴 말을 예상하느라 바빠 보였다. 야외광장은 경주의 최종골인점이 있는 곳이라 경주의 생생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단골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은 말들이 빠르게 달려 들어오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야외광장에서도 공원 직원들의 금연 안내 및 계도는 계속됐다. 직원들은 몸에 금연 안내 띠를 두르고 스탠드 좌우를 돌며 지정 흡연구역 외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있는지 감시했다.

 

해피빌 건물 스탠드 내 금연 안내를 진행하는 김아무개 씨는 “경기 5분전에는 3명, 쉬는 타임에는 2명씩 금연 안내를 하고 있다”며 “멘트를 하면서 흡연구역 쪽으로 계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응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퇴장조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법 제47조 및 한국마사회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금연구역 내 흡연자는 퇴장조치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흡연 행렬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직원들이 지나가면 숨바꼭질을 하듯 냅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흡연구역 안쪽으로 이동해 달라”는 직원들의 외침에도 아예 대놓고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심지어 직원들이 등을 떠밀며 흡연구역으로 이동시켜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경기 시작 몇 분 전이나 경기가 끝난 바로 뒤에는 더욱 심했고, 예상 밖의 경주 결과에는 더욱 그랬다.

 

제2경주, 12번 말이 최종골인점을 불과 몇 m앞에 두고 3번 말에게 따라 잡혀 1등자리를 내주자, 12번 말의 승리를 확신했던 사람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스탠드 맨 꼭대기 건물 유리벽에 기대앉은 60대 남성은 12번 말의 패배가 아쉬운지 “아오. 에이 XX”을 연발하며 연신 담배를 펴댔다. 바로 앞쪽에는 아빠와 함께 경주를 구경하던 여섯 살배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경마공원 경주를 관람할 수 있는 스탠드 중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스탠드에서 관람객들이 담배를 피우며 경주정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아이을 동반한 가족이 스탠드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마공원 경주를 관람할 수 있는 스탠드 중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스탠드에서 관람객들이 담배를 피우며 경주정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아이을 동반한 가족이 스탠드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마가족공원에서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이 뒤로 경마장 관람 스탠드에서 관중들이 경주를 관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마가족공원에서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이 뒤로 경마장 관람 스탠드에서 관중들이 경주를 관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오후가 되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다. 야외광장 잔디밭에 자리한 가족들의 수도 늘었고 가족공원이나 솔밭공원에 있다가 경주를 구경하기 위해 야외광장으로 걸어오는 가족들도 많았다. 하지만 신나서 야외광장으로 들어오던 가족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가족공원, 솔밭공원에 있다 야외광장으로 오려면 반드시 스탠드 쪽 흡연구역 앞을 통과해야 하는데, 담배연기가 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연구역 스탠드를 직접 걸어 내려오고 흡연구역 앞을 지나가보니 메케한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 살배기 아이가 흡연구역 쪽으로 뛰어가자 한 엄마는 기겁을 하며 “안 돼! 담배냄새나!”라며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솔밭공원 쪽으로 돌아갔다. 흡연구역인지 모르고 흡연구역 스탠드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말의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야외광장에 진입하는 아이들 모두가 간접흡연 대상이 되고 있었다.

 

담배연기는 야외광장 잔디밭까지도 고스란히 날아왔다. 수원에서 아들과 함께 가족나들이를 나온 윤재을 씨는 “두 번째로 경마공원을 방문했다. 아이가 말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잔디밭에 앉았는데, 담배냄새 때문에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흡연구역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윤 씨는 의아해하며 “어디에 있느냐. 그래도 담배냄새는 계속 난다”고 말했다.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승마장, 자전거대여소 등이 있는 가족공원에도 흡연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기는 했다. 비록 공원 구석 쪽 마권발매기가 있는 자리에 흡연구역이 위치해 있었지만 도시락을 까먹는 가족들과 뛰노는 아이들에게까지 담배냄새가 전달되고 있었다.

 

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가 가족 나들이객을 위해 서울경마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실천하는 것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안전관리팀은 흡연구역 외 모든 장소에서 흡연을 할 수 없게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마사회 혁신실천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마사회는 고객들을 위해 매 주말 ‘금연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간접흡연의 피해 속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가족공원’으로 발돋움하기엔 여전히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말과 함께 숨을 쉬세요’라는 금연 안내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였다. 공원 전 지역 금연구역 지정 1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서울경마공원의 담배와의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듯 했다.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주안동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제9라운드 경주가 시작된 가운데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관전하고 있다. 스탠드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간간히 담배를 피우는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주안동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제9라운드 경주가 시작된 가운데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관전하고 있다. 스탠드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간간히 담배를 피우는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흡연구역 지정 불구하고...'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주안동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6라운드 경주가 시작하기 전 한 경마팬이 솔밭공원 주변에서 경마정보지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뒤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보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흡연구역 지정 불구하고...'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주안동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6라운드 경주가 시작하기 전 한 경마팬이 솔밭공원 주변에서 경마정보지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뒤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보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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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ikw**** 2013-03-12 09:06:00

무조건 금연구역 지정해 버리고 못피게 하는건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공원내 부스형태

djasld**** 2013-03-12 08:53:00

담뱃값을 5,000원으로

tarz**** 2013-03-12 08:28:00

이런데서 벌금 때려...세수 확보

mch**** 2013-03-11 21:15:00

담배는 진짜 싫어요.
담배없는

pe**** 2013-03-11 19:38:00

담뱃값이 오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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