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응원봉이 왜 집회에... 엄마도 한 번 흔들어도 되겠니

NCT 응원봉이 왜 집회에... 엄마도 한 번 흔들어도 되겠니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4.12.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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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육아] "교과서에서 보던 계엄을 겪을 줄이야" 내란 사태 후 우리 가족 이야기

12월 3일 밤 10시 반을 지난 시각. 텔레비전을 켰다. 그러던 찰나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 같았다. 뭐지? 갑자기 웬 기자회견? 낮에 그런 말 없었는데? 자막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비상계엄? 뭔데? 채널을 돌려봤지만 그때만 해도 SBS에서만 뉴스특보가 나왔다. 뭐야, 이런 뉴스가 왜 SBS에서만 나와? 

그리고 울리는 회사 단톡. 사진기자 선배였다. 선배는 내가 본 뉴스 화면과 같은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렸다.  '이거 뭐죠? 비상계엄 선포라니'. 내가 묻고 싶은 거였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일하는 언론사는 비상. 기자들은 국회로, 부서장들은 회사나 자택대기. 분명 저녁나절 퇴근을 했는데 6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벽 상황은 모두가 아는, 뉴스로, 유튜브로 생중계 된 그대로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어렵게 들어왔고(190명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나는 사실 놀랐다) 기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갔고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와 국회로 들어갔다. 국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장한 군인들을 보고 있으려니 모니터 밖에서도 움찔했다. 한밤의 내란 사태를 뉴스로 접한 중 1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교과서에서 보던 계엄을 이렇게 보게 될 줄 몰랐어. 이게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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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도 그래."

상황이 어찌나 다급했는지는 뉴스 앵커들과 기자들 얼굴에서도 나타났다. 보통의 방송기자들은 메이크업을 하는데 이날은 맨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뉴스를 본 이래 처음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유튜브 오마이TV 접속자는 내가 확인했을 때는 35만 명, 다른 시간대에는 65만 명으로 기하급수로 늘었다. 중1, 고2 아이들은 "내일 학교는 갈 수 있는 거냐?"라고 물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도 물었다. 부모인 우리도 말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아직 상황은 알 수 없고, 너희들은 우리가 지킬 테니 일단 걱정 말고 자라"는 말만 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상 계엄은 해제되었다. 뉴스에 나온 윤석열 내란 사태를 복기하면 이렇다. 

12월 3일 22시 23분 윤석열 긴급 대국민 담화.

12월 4일 0시 7분 계엄군 국회 본청 진입 시도.

12월 4일 1시 2분 국회 계엄해제 요구 결의한 가결(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

12월 4일 4시경 윤석열 비상계엄 해제 신언.

기자들, 국회의원들, 시민들이 국회로 빨리 나가 계엄군의 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 일찍 잠든 사람들은 다음날 뉴스를 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경우도 있었다. 내란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빨리 해제되어 내 일상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잠깐의 소동으로, 해프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만약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하고 국회의원들의 소집을 막아 국회 계엄해제 요구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매일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7일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정되었다. 우리 가족은 현장에는 가지 못했다. 다만, 하루 종일 뉴스에 귀 기울였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오전에는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가 다시 있었다.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대국힘담화문'이라고 비판했다. 

7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우리 가족은 이날 하루 종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최은경
7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우리 가족은 이날 하루 종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최은경

7일 오후 3시부터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오후 5시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를 주목했다. 우리 가족도 그랬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건희여사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결과는 아는 대로다. 참담한 마음이 연거푸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가 ‘김건희여사특검법’ 표결 후 자리를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돌아와 투표해 달라고 할 때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이라도 돌아와 주길 간절히 바랐다. 고2 큰아이는 이렇게 중대한 일을 국회의원들의 투표에만 맡겨도 되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그때 저녁을 먹던 중2 둘째 아이가 뉴스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어, 저건 NCT 야광봉인데? 지금 나오는 노래 다시 만난 세계 아냐? 집회에서 왜 이런 노래가 나와?"

집회 경험이 없는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는 아이돌의 응원봉이 나올 때마다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뉴스를 뚫어져라 보던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이번 집회에서 나는 저 야광봉이 제일 인상적인 것 같아."

아이다운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거였다. 눈썰미가 좋은 아이의 말대로 이날 저녁엔 'MZ 대거 참여... 신나고 즐거운 윤석열 퇴진 집회', "춤추고 야광봉 흔들어, K팝 콘서트 같다... 외신이 주목한 탄핵 집회', "응원봉 흔들고 민중가요 대신 에스파 '위플래시'… 달라진 집회" 같은 분위기의 제목의 기사가 다수 등장했다. 

어느 네티즌이 탄핵 집회 응원봉 물결을 보고 그린 그림. 퍼가도 좋고 프로필로 사용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어느 네티즌이 탄핵 집회 응원봉 물결을 보고 그린 그림. 퍼가도 좋고 프로필로 사용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 BTS '불타오르네', 로제·브루노마스 '아파트' 등을 부르는 등 광장의 노래가 달라졌다 했고, 집회에 등장한 깃발 역시 '전국뒤로미루기연합',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전국계란은완숙협회', '전국얼죽아협회', '민주묘총', '우리나라 정상 영업 합니다' 등 기상천외한 문구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했다. 외신도 이날의 달라진 집회 문화를 기사로 다뤘다.

내가 본 뉴스 속 앵커들은 방송 멘트에서 자주 역사를 말했다. ‘김건희여사특검법’이 부결되었을 때, 탄핵 소추안을 두고 투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뜰 때, "이것 역시 역사에 기록될 장면인데요" 혹은 "훗날 역사는 이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요"라고 말했고, "(국회 앞에) 가득 한 시민, 텅 빈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의 자리)... 역사에 기록된다"는 클로징 멘트까지 남겼다. 8일 오전 한동훈과 한덕수 총리는 질서 있는 퇴진을 하겠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 뭔지 당최 모르겠다. 그런 일을 역사에 기록하게 두고 싶지 않다. 다음주엔 아이와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 국회 앞 현장에 나가야겠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편집기자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일과 사는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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