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숙제 좀 줄여달라고 했다는 말에 중2 아이가 한 말

학원 숙제 좀 줄여달라고 했다는 말에 중2 아이가 한 말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5.03.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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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아이 마음을 모르겠어서 AI에게 물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대체 왜 그러는 거니? 묻고 싶은 당황스러운 순간이 종종 있다.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중2 아이가 학원에서 오자마자 “엄마가 학원 선생님에게 숙제 많다고 줄여달라고 했어?” 하고 묻는다. “응! 네가 힘들다고 했잖아.” 순간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아이. 뭐지? 이 상황은? 내가 뭘 잘못했나? 새벽까지 숙제하고 자는 일이 안타까워서, 본인이 숙제가 너무 많다고 하기도 했고(물론 순수 공부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러 전화를 걸어 한 건 아니고, 마침 학기 초라 학원 담임 선생님과 전화 상담할 때 살짝 이야기 했던 건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책상에 쌓여 있는 아이 학원 문제집. ⓒ최은경
책상에 쌓여 있는 아이 학원 문제집. ⓒ최은경

- 영어학원에서 나 가르치는 분이 3명인데 선생님들이 숙제 많다고 했다는 말을 다 알아.

“그랬어? 근데 나만 그런 이야기한 건 아니라고 했는데? 다른 엄마들도 그랬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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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면서 말했어. 

“학원 숙제 많아서 힘들어한 건 사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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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숙제 줄여준다니까, 애들이...

”응, 뭐라는데?(속으로는 당연히 좋다고 했겠지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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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제 줄이면 심심하다고 그냥 원래대로 내달라고 했어.

”애들이? 헐... 와, 대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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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지금 감탄한 거야?

”응, 숙제 줄여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애들이 아니라고 하니까 놀라서 그렇지. 근데 너는 지금 이 반응은 뭐야? 그래서 선생님이 숙제 줄여주셨어? (응) 근데 내가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한 게 좀 그래? 엄마가 뭐 잘못한 거야? 기분이 안 좋아?"

- 엄마가 잘못한 건 없어...     

아이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이 상황 뭘까. 함께 거실에 있던 남편도 좀처럼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야기를 하다 만 상황이 답답해서 잠시 나오라고 해서 다시 좋게 말했다. 

- 애들은 괜찮은데 너 때문에 숙제가 줄어서 좀 미안해서 그런 거야? 너 이야기 들어보니 친구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엄마도 좀 민폐를 준 것 같은 생각은 든다. 그런 생각은 못했어. 나는 너 힘든 거만 생각해서 그런 건데 미안해. 

"다음엔 나한테 먼저 물어보고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말은 "그래 그럴게"라고 했지만, 이게 그럴 일인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음 날, 별일 없이 학교를 가는 아이를 보면서도 어제의 일이 자꾸 떠올랐다. 그 상황에서 아이는 대체 어떤 기분이 들었던 걸까. 그러다가 어느 글에서 자신이 겪은 일로 혼란스러울 때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정리가 필요할 때 AI를 이용한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오호,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번 이용해 볼까? AI에게 앞서 아이와 나눈 대화 내용을 알려주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아이 마음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그랬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육아 전문가가 눈앞에 등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아이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알려줬다. 첫 번째는 노출감과 당혹감. 엄마가 선생님에게 자신이 숙제에 대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자신의 약점이나 어려움이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거다. 두 번째는 자율성 침해. 아이는 자신의 학업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을 수 있는데 엄마가 개입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였다.

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아이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엄마가 잘못한 건 없어..."라는 말에 담긴 의미도 AI는 짚어냈다. 실제로는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상태라는 것. 다른 학생들이 숙제 줄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아이는 자신만 다르게 보일까 걱정했을 수 있다는 거였다. AI는 '집단에서의 위치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개인적인 대화 시간 마련해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라는 것. 경청과 인정으로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라는 것. "선생님께 내가 얘기한 것이 너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런 기분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해. 네 허락 없이 네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미안해"라고.

그리고 엄마가 그렇게 한 의도도 충분히 설명하라고 했다.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서 도움이 되고 싶었어"라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하지만 앞으로는 먼저 너와 상의하고 싶어. 앞으로는 학원 선생님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너에게 물어볼게.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돕고 싶어"라고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AI는 나와 아이의 마음 모두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킥은 맨 아래 문단이었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부모의 개입이 때로는 자신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도움을 주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전날 미안하다는 말은 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잘 이해가 되진 않았으므로. 나는 진심을 담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다시 미안하다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의 기분도 한결 나아진 듯했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데 부모들은 지레짐작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숙제를 붙들고 새벽까지 잠 안 자는 모습이 신경 쓰여서 중요한 걸 놓쳤다. 힘들어도 아이 스스로 끝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그 마음을 알아주면서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격려가 아이를 한 뼘 더 자라게 한다는 것을 이렇게 다시 또 배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타이밍이 조금 헷갈리긴 하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 아이의 말도, AI의 말도 대충 들었나 보다. 아이는 알려줬다. 아이의 말을 선생님 등에게 전할 때는 먼저 이야기 해달라고. AI도 말했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우면 된다고. 그러려면 평소에도 아이의 말을 잘 듣고 감정을 인정해주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느낄 수 있는 혼란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엄마아빠는, 우리 집은 심리적 안전지대라는 것을 느끼게 말이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편집기자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일과 사는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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