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가 빨리 커요' 성조숙증일 수도
급격한 신체발달 이뤄진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만 8세 이하 여아의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가슴이 간지럽거나 살짝만 부딪혀도 아픈 증세가 나타나고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의 크기가 아빠의 엄지손톱보다 커지고 키가 눈에 보일 정도로 자란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조숙증은 2차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06년 6438명에서 2010년 2만 8181명으로 5년 새 4.4배나 늘었다.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내 아이가 진짜 성조숙증인지, 성조숙증이 맞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로서는 아이의 변화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성조숙증의 원인과 치료'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김혜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조언을 통해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우리 아이의 성조숙증'에 대해 배워보자.

◇ 6세 이전에도 나타날 수 있는 ‘성조숙증’
성조숙증이란 성호르몬의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정상적인 사춘기(소아에서 성인으로 이행되는 시기)보다 2차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여아의 경우 만 10~11세 사이에 젖멍울이 생기며 피하지방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신체의 급성장이 일어나게 되고 남아의 경우 만 11~12세 사이에 급성장을 이루는 등 사춘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성조숙증인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벌써 젖멍울이 만져지거나 아프고, 만 10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하게 된다.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2.5cm 이상 커지거나 최근 6개월 사이에 4cm 이상 키가 자라게 된다. 빠른 경우 4~6세 이전에도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성조숙증이 있으면 또래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커진다. 이 경우 우리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아기(3~12)때 1년에 7cm 이상씩 큰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성조숙증은 호르몬 분비 장애로 생겨
성조숙증은 크게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진성 성조숙증은 성별에 일치하는 2차성징을 보이며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의 활성화로 인해 성호르몬의 분비와 성성숙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진성 성조숙증은 ‘특발성 성조숙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특발성 성조숙증이란 기질적인 병변(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신체적인 변화)없이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로 주로 남아보다는 여아에서 나타나며 성조숙증 여아의 80~90%가 이에 해당된다.
이 외에 시상하부나 뇌하수체에 기질적인 병변으로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종양에 의해 발생하며 여아보다는 남아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두통, 시력장애, 경련 등의 증상을 함께 보이기도 한다.
반면 가성 성조숙증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의 활성화 없이 2차성징을 보이는 성조숙증을 말한다. 가성 성조숙증의 경우 남아에게 여성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기 때문에 남아가 여성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성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종양, 특정 호르몬 분비장애, 난소낭, Peutz-Jeghers 증후군 등이 있다.
◇ 성조숙증 아이는 성장판 일찍 닫혀
김 교수는 “성조숙증 아이는 어렸을 땐 또래보다 키가 크지만 성인이 됐을 땐 일찍 성장판이 닫혀 최종키가 작아지게 되고 또래와의 이질감, 우울감 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진단에 따라 ▲뼈나이(성장판)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갑상선 호르몬검사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자극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뼈나이 검사는 왼쪽 손과 손목을 촬영했을 때 신체나이를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다. 흔히 ‘성장판이 아직 열려있다’거나 ‘이미 닫혔다’와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 성장판은 뼈가 자라나는 부분을 x-ray로 촬영하면 검은 선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만약 성장판이 닫혔다면 검은 선이 보이지 않게 되며 이미 성장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조숙증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정밀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으로 판단되면 사춘기를 늦추기 위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를 4주 간격으로 한 번 맞게 된다. 이 치료제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나왔던 젖멍울이 들어가는 등 제 나이에 맞는 성장속도를 찾게 된다.
김 교수는 “성조숙증은 빨리 치료를 할수록 나중에 최종키가 더 커진다고 보면 된다. 6세 이전에 치료를 하면 9~10cm가 커지고 6~8세 치료를 시작하면 5~7cm가 크게 된다”고 설명했다.
◇ 올바른 식습관으로 성조숙증 예방 가능
그렇다면 성조숙증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김 교수에 따르면 성조숙증은 비만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그러므로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패스트푸드 등 비만을 부르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생선, 지방이 적은 육류, 콩류, 채소, 과일을 골고루 먹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고 식사는 최대한 천천히 하며 밤늦게 간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올바른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장기의 소아들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주므로 적어도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은 꼭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몸 안의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게 돼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컴퓨터나 TV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몸속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과도한 컴퓨터 사용이나 늦은 시간까지 TV 시청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아이가 성조숙증이라면 병원치료와 더불어 부모가 같이 운동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는 등 아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돕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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