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처럼 안 돼요"... 이상과 현실의 거대한 간극

"오은영 박사님처럼 안 돼요"... 이상과 현실의 거대한 간극

  • 칼럼니스트 김선희
  • 승인 2025.12.22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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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 2. 미디어가 알려준 훈육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필요한 것

과거의 권위주의적 훈육을 거부한 현대 부모들은 이제 어디에서 답을 찾고 있을까? 이전 세대가 자신의 부모를 모델로 삼았다면, 지금의 부모들은 미디어라는 새로운 '훈육 교과서'를 펼쳐 든다. '오은영 박사님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맘카페, 인스타그램, 블로그, 육아 서적을 섭렵하며 적극적으로 공부한다. 이는 기성세대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며 시대에 맞는 훈육법을 익히려는 현대 부모들의 긍정적인 특징이다.

민주적 훈육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베이비뉴스
민주적 훈육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베이비뉴스

◇ 미디어가 가르쳐준 '민주적 훈육', 현실에서는 왜 무너질까?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새로운 훈육의 핵심 트렌드는 명확하다. 첫째, 절대 때리지 않는 것. 둘째,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 셋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하며 대화로 푸는 것이다. 과거가 '부모의 통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아이의 자율성'과 '존중'이 훈육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 방법들이, 왜 실제 육아 현장에서는 수많은 부모를 좌절감에 빠뜨리는 것일까? 미디어가 제시하는 '민주적 훈육'은 과정 중심적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모가 마주한 현실은 즉각적인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괴리 속에서 부모들은 다음의 세 가지 딜레마에 봉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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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 1: 이성은 알지만 감정이 따르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와 차분하게 대화하려고 끊임없이 다짐한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 행동이 반복되고 내 말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이성의 끈은 허무하게 끊어진다. "설명했을 때 딱 그만두면 좋겠는데, 반복하면 제 감정이 주체가 안 돼요"라는 한 부모의 호소는, 훈육의 실패가 지식 부족이 아닌 인간적 감정의 한계에서 옴을 보여준다. 결국 감정을 쏟아내고 나서 "내가 아이에게 감정을 던졌다"며 자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딜레마 2: '기다림'의 무게 vs '즉각적 효과'의 유혹

민주적 훈육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바쁜 등원 시간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처럼 즉각적인 통제가 필요한 순간, 부모는 엄청난 답답함을 느낀다. 이때 "혼을 내면 즉각적으로 행동이 교정되던" 과거 강압적 방식의 유혹이 고개를 든다. 인내라는 새로운 가치와 즉각적 통제라는 과거의 효율성 사이에서 부모는 매일 시험에 든다.

◇ 딜레마 3: 정답 없는 정보의 홍수 속 불안감

넘쳐나는 육아 정보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마다 조언이 다르고, 수많은 사례가 쏟아지다 보니 부모들은 "이게 잘못된 건지 잘된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훈육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아 자신의 방식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혹시 내 방식이 아이를 망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외부의 기준에 의존할수록 정작 가장 중요한 부모 자신만의 훈육 철학과 중심은 흔들리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필자(김선희)의 논문 ‘영유아 부모의 자녀 훈육 경험 및 인식’(유아교육학논집, 2025)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선희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연구자다. 아이와 부모, 교사를 직접 만나며 쌓아온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박사과정에서는 아동권리와 부모의 양육태도를 연구했다. 그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현재 영남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예비교사를 지도하며, 연구교수로서 강의를 맡아 교육의 이론이 가정과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부모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을 학문적 근거를 통해 차분히 풀어낸다. 교육 현장의 시선과 연구자의 사유를 함께 담아, 아이의 삶을 길게 바라보는 양육의 관점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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