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 영유아에게 투자할 때다

초과 세수, 영유아에게 투자할 때다

  • 칼럼니스트 김영명
  • 승인 2026.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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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저출생 시대, 유보통합의 성패는 ‘재정 투입’에 달려있다

정부가 최근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과 세수는 크게 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국민에 대한 분배, 그리고 위기 대응을 위한 비축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영역은 어디일까. 필자는 그 가운데 하나가 “영유아”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 추진 중인 유보통합은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그러나 현실의 유보통합은 여전히 선언과 시범사업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고, 교사의 처우를 높이며, 현재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외놀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치·확보하고,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차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유보통합이 여러 차례 논의되면서도 반복적으로 좌절되거나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역시 바로 이 재정 문제였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베이비뉴스

◇ 20년 넘게 거의 그대로인 교사 대 아동 비율과 시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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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린이집의 핵심 운영 기준은 사실상 2004년 영유아보육법 체계가 자리 잡던 시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시범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통해 제한적인 개선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사 추가 배치가 이루어졌고, 영아반 지원 확대나 환경개선 사업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국가 전체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부분적 보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현장이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사 대 아동 비율 문제다.

교사 한 명이 너무 많은 영유아를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개별 상호작용, 정서적 안정, 놀이 지원, 안전 관리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영유아기는 단순 보호의 시기가 아니라 감각·운동, 애착, 언어, 자기조절 능력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질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충분한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둘째, 교사의 처우와 인건비 구조 문제다.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부담, 과도한 행정으로 인해 교사 이탈이 반복되고 있다. 유보통합이 성공하려면 결국 좋은 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 처우 개선 없이 질 높은 교육·보육을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특히 현재처럼 교사 인건비 상당 부분을 기관 운영 구조에 의존하는 체계에서는 원아 수 감소나 지역 여건 변화에 따라 교사 처우와 고용 안정성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사 인건비를 국가가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여 기관 규모나 지역 여건에 따라 교사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교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감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물리적 환경의 문제다.

많은 기관들이 여전히 영유아의 발달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시설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영유아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실외놀이 환경은 여전히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실외놀이터 보유율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당수 영유아들이 충분한 바깥놀이와 대근육 활동, 자연 탐색 경험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내 환경 역시 문제다. 좁고 부족한 놀이 공간, 영아의 움직임과 탐색 활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환경은 오래전부터 현장의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영유아기는 단지 아이를 “맡겨두는 시기”가 아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생활하며 뇌와 신체, 정서, 사회성이 급격하게 발달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실제 발달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공간 환경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저출생 시대, 영유아 투자는 ‘복지’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영유아 정책은 여전히 비용 부담의 관점에서만 접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유아에 대한 투자는 단순 복지 지출이 아니다. 이는 미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이며, 부모의 삶의 안정성을 높이는 투자이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 투자다.

특히 부모들은 단순히 “어디에 맡길 수 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를 본다. 결국 교사 대 아동 비율, 교사의 전문성과 안정성, 시설 환경 수준은 부모의 출산 결정과 양육 안정감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저출생 대응의 핵심은 ‘출산 장려’가 아니라 ‘양육 신뢰 회복’이다

지금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가 하루를 보내는 환경이 과연 안전하고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아무리 출산 장려 정책을 확대해도 실제 양육 환경의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모의 불안은 줄어들기 어렵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많은 현실에서 저출생 대응은 단순한 현금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영유아가 생활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질을 국가가 책임지고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 과거에도 정부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과감하게 투자했다

사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 정책에 과감한 재정 투입을 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기 보육예산은 2000년대 초반 수천억 원 수준에서 수조 원 규모로 급격히 확대되었다. 당시 정부도 보육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국가 투자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노무현 공식 평가 자료에서 “보육예산이 5배 증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시 또한 영유아 보육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 보육예산은 2011년 약 6,5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2년에는 1조 원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약 1조 7천억 원 규모까지 확대되었다. 불과 4년 만에 보육예산이 1조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영유아 정책에도 충분히 과감한 재정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지금의 저출생 위기는 오히려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도 결국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 결단이다.

◇ 초과 세수는 ‘질을 높이는 유보통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선언이나 보여주기식 시범사업 확대가 아니다.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구조적 질 개선이다.

초과 세수는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기 위한 초기 투자와 기반 구축에 활용될 필요가 있다.

물론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과 교사 인건비 국가 지원 확대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구조 개혁 과제다. 따라서 초과 세수만으로 장기 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초과 세수는 이러한 체계 전환을 시작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교사 확충과 시설 환경 개선, 실외놀이터 확보 등 집중 투자를 추진하고, 이후에는 국가 재정 구조 개편과 안정적인 국고 지원 체계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필요한 경우 초과 세수의 일부를 영유아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투자 재원으로 일부 축적‧운용하는 재정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유보통합의 핵심은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단순히 기관의 이름이나 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어느 기관에 다니든 모든 영유아가 국가로부터 양질의 교육 환경을 보장받고,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국가 책임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재정의 문제다.

지금 초과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예산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미래 세대에 대해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영유아에게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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