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또 사망
10년간 가습기살균제 사용한 이시연 씨, 지난 9일 숨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고통 받아온 이시연(45·여) 씨가 지난 9일 새벽 사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10일 공식 성명을 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충남대학교병원에 입원해있던 이시연 씨가 지난 9일 오후 2시경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족 등에 따르면 이 씨는 2001년 둘째 출산 전후부터 옥시레킷벤키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해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가 발표될 때까지 겨울철마다 매달 3~4개씩을 사용해왔다.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을 사용하면서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도 한 두 번 사용했다.
이 씨는 2001년 말 둘째 아이 출산 후부터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라는 정부의 역학조사가 발표되기 전에는 결핵으로 인한 피해인 줄 알고 결핵약을 복용했으며, 상태가 악화돼 쓰러져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후 폐포가 터지는 기흉이 발생해 수술을 받았으며 2014년 말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 씨는 지난 4월 환경부의 2차 조사에 등록, 조사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거의 확실’한 1단계 판정을 받았다. 이 씨의 병명은 폐섬유화증 등 폐질환 관련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이 씨는 심장과 신장기능이 떨어져 지난 4일 충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퇴원 예정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호흡곤란이 심해지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씨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생존환자들의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1차 조사와 2015년에 발표된 환경부의 2차 조사결과를 합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모두 530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6.4%인 140명이다. 그러나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2014년 4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 발표 때 생존환자였던 성인 피해자가 이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확인 중인 상황으로, 이 경우 사망까지 확인되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정부 조사 당시 사망자 140명에서 2명이 추가된 14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망자의 상당수가 3세 전후의 영유아와 30대 임산부 연령 등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어린이 사망자들은 1년~ 6개월 이내의 짧은 사용 기간 동안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인해 호흡곤란과 폐섬유화 등의 폐질환이 급성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씨의 경우는 성인이고 10여 년동안 장기적인 노출과정에서 겨울철 가습기 살균제 사용기간의 노출로 인해 폐질환이 심해졌다가 여름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폐기능이 떨어지면서 심장기능이 같이 떨어지고 신장도 나빠지는 등 신체기능이 전반적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경우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은 안타까움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도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으로 아내를 잃은 최주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자꾸 늘어 안타깝다. 지난 4월말 피해자모임에 참석했던 고인의 남편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아내를 위해 피해자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사건초기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상태를 파악해오고 있는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정부의 지원대상인 1-2단계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물론이고 ‘가능성 낮음’의 3단계나 ‘가능성 거의 없음’의 4단계 판정을 받은 경우 중에 상태가 나빠져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거나 반복적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3-4단계로 판정받은 피해자들은 정부의 지원범위 밖에 있어 사망자가 나와도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빠른 피해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온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고된 피해자들 모두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이 분명한 만큼 판정단계의 구분 없이 모두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하고 제조사들은 하루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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