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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문제로 사사건건 싸우는 부부

자신의 과거 털어놓고 양육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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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 참 많이 싸웠다. 그래서 결혼하면 다른 부부보다 덜 싸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로 그랬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면서 부부의 삶에 별 탈 없이 적응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였다. 우리는 다시 자주 싸우게 되었다. 아기 때문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갈등이었달까. 서로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이 다르다면 타협하거나 아니면 한 쪽이 포기하면 그만이었다. 상대를 사랑하기에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녀에 대한 일은 달랐다. 아빠가 자녀 양육에 무관심한 가정이라면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겨 놓고 나 몰라라 하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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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문제로 사사건건 다투던 어느 날 두 가지 이유로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아이와 잘 놀아주던 아내가 나와의 말다툼 후에는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아내와의 갈등도 마다하지 않으려고 했건만, 아이에게 너무나 중요한 엄마가 그 갈등 때문에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말다툼을 목격한 아이가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 아이 앞에서 절대로 싸우지 말자고 약속을 했었다. 싸울 일이 있어도 아이가 없을 때 싸우자고 했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성’이 강해서 모든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부모의 갈등(싸움, 이혼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사실은 내 자신도 경험했던 바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싸웠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든 것이 내 탓 같아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이에게 서로 좋은 것을 주겠다고 계속 피터지게 싸우다가는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양육법이 제 아무리 좋다고 한들 계속 아내와 갈등한다면, 그래서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로 나는 모든 것을 아내와 상의하면서 이전보다 아내의 의견을 더 존중해 주었다. 여전히 내 생각을 밝히고 아내와 타협을 시도했지만, 만약 더 이상의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아내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굽히고 들어가자 아내 역시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큰 틀에서는 아내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아빠건 엄마건 자녀가 잘 되고 행복하길 바라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본질적이라기보다는 방법에 국한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의견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

 

우리처럼 많은 부부들은 아이를 놓고 갈등한다. 자녀문제에 대한 갈등은 부부문제 갈등보다 더 심하며 해결도 어렵다. 물론 원래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들이 아이를 핑계 삼아 갈등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잉꼬부부라고 불렸던 이들이 아이 때문에 갈등하기 시작해 결국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이 연애와 다른 점은 자녀 양육이다. 연애를 할 대상으로는 그저 잘생기고 예쁘고 나에게만 잘 해주는 사람이면 되겠지만, 결혼할 대상으로는 내 자녀에게 좋은 아빠나 엄마가 될 사람이어야 한다. 굳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좋아서 연애하다가 결혼한 경우도 결국에는 상대방에게 좋은 아빠와 엄마 역할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아니라면 상대가 좋은 아빠나 엄마가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경험을 통해 이상화된 부모상을 가진다. ‘우리 부모는 이렇게 날 키웠지만, 나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겠다’면서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 다짐을 스스로에게만 하면 좋겠지만, 자녀 양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배우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쉽다. 하지만 배우자도 나름의 경험을 통해 갖게 된 부모상이 있지 않겠는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부모상’이 다를뿐더러, 게다가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이상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아빠의 역할은 무엇이고 엄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양육을 받았는지를 서로 털어놓으면서 양육 원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한 번 정했다고 계속 고수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

 

학교든지 회사든지 잘 나가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는 소통이다. 부부가 양육을 주제로 언제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자녀 양육이란 아빠와 엄마가 양육자로서 누가 더 훌륭하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겨뤄보는 대결의 장이 아니다. 부부는 경쟁 상대가 아닌 한 팀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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