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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소년 임산부를 퇴학으로 내모나

대안교육기관 가겠다고 하니 담임·교장이 “퇴학하라” 학습권 보장 지침 내려도 일선 학교서는 정보 숨겨

euni@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임신 9개월인 한가영(16, 가명) 양과 박지은(19, 가명) 양이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인 홀트고운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받고 있따. 다른 책상 서랍에는 이들과는 다른 연령대의 미혼모가 사용하고 있는 수업교재가 들어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임신 9개월인 한가영(16, 가명) 양과 박지은(19, 가명) 양이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인 홀트고운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받고 있따. 다른 책상 서랍에는 이들과는 다른 연령대의 미혼모가 사용하고 있는 수업교재가 들어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 후 남동생이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알려줬어요. 그런데 다니던 학교에서 안 된다면서 자퇴를 하라고 했어요. 학교 이미지 안 좋아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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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 홀트고운학교에 다니는 고3 박지은(가명, 19, 임신 7개월) 학생을 만난 것은 지난달 19일. 지은 양은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자퇴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남동생이 인터넷을 검색해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알려줬다고 한다.


지은 양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싶어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대안위탁교육기관을 가겠다고 했지만, 자퇴를 하라는 답변을 들어야했다. 게다가 ‘네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 한다’며 대안위탁교육을 허락해 주는 대신 같은 학교 학생인 남자친구를 전학시키나 자퇴시켜도 좋겠냐는 협박까지 받았다.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 측이 나서서 학교 측을 설득하지 않았다면 지은 양이 내년 2월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수면 위로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학습권 보장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9년 4월, 임신한 청소년이 퇴학을 당한 후 부모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하면서부터다.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임신을 이유로 교육시설 이용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측은 피해자를 재입학시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청소년기의 학업중단은 취업관련 지식이나 기술부족으로 이어지므로 청소년 미혼모의 학업을 지원하는 것은 미혼모 개인의 성장과 발전뿐 아니라 빈곤의 악순환을 막는 선제적 투자로 이해돼야 한다”며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이후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기존 미혼모 시설을 ‘청소년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은 청소년이 임신한 경우 출산까지의 기간 동안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지원하는 곳이다. 청소년 임산부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 학과목과 시설별로 마련된 특별활동 수업을 받는다. 이 곳으로 옮겨 수업을 받는 것은 '전학'이 아니라 위탁교육이다. 위탁교육 기간은 수업일수로 인정된다. 최장 1년 안에 청소년 미혼모의 예정졸업일이 도래한다면 기존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으며, 졸업날짜 전 출산했다면 몸을 추스른 후 기존 학교로 복귀하게 된다.


현재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은 서울 애란원(나래학교), 부산 마리아 모성원과 사랑샘, 인천 자모원(바다의별학교), 울산시민학교, 경기 고운뜰(홀트고운학교)과 에스더의 집, 강원 마리아의집 등 전국적으로 8곳이 있다. 울산 물푸레도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울산시 측에서 미혼모 시설 내 교육은 인정해 주지 않아 4개월 만에 운영을 중지했다. 한편 울산시민학교는 검정고시 지원기관이라 입소해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권위가 조사한 임신한 청소년 수가 연간 약 1만 5,000명(인공임신중절 포함)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 8곳으로는 수요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해야하지만, 현재 모든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 수는 총 15명에 불과하다. 인천 자모원 7명, 서울 애란원 5명, 경기 고운뜰 3명 외에는 교육받고 있는 학생이 없다.


지난해 청소년 미혼모 1명을 교육한 마리아의집 관계자는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에 다니는 것은 비밀보장이 원칙이지만 학교 측에서 비밀 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임신한 청소년들이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리느니 차라리 자퇴를 하는 게 낫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사도 청소년도 모르는 대안교육


지은 양과 같이 수업을 받고 있는 한가영(가명, 16, 임신 9개월) 양은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은 몰랐어요. 미혼모 시설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먼저 입소하고, 나중에 학교에 전화해서 허락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 임산부들은 대부분 미혼모 대안위탁교육시설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측에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성가족부 박재근 사무관은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은 홍보가 잘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청소년이 임신한 경우 당사자가 본인의 임신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알리고 학생에게 권유하도록 규정해 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를 받은 교육청이 전국 중고등학교에 사실상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에 대한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 정책권고 이행’ 공문을 수차례 발송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강인식 장학사는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세 차례, 올해 한 차례 학교 측에 문서를 보냈고, 학생부장 교사 회의나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필요한 학생들에게 안내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알려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의 존재는 일선 교사와 학생들에게까지 전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소재 모 중학교 교사는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학교 측으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임신한 학생이 생기는 경우, 처음에는 가능하면 전학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수원의 홀트고운학교 명은주 원장은 “학교는 보수적인 곳이라 다른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미혼모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알리기 꺼리는 상황”이라며 “학교의 결재권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담임교사나 상담교사들에게 전파되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는 나와야 뭐라도 하는데…”

 

한 달 후면 엄마가 되는 가영 양은 아이를 키우며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이제 엄마가 되고 내년에 중학교를 졸업하는데, 아기도 키우면서 고등학교도 꼭 졸업하고 싶어요. 임신하고 아기가 있다고 다른 애들이랑 다른 시기에 공부하고 학교 못 다니는 거 싫어요.”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지은 양은 요즘 아기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거의 지원되는 것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혼모에 대한 정책들을 알아보니 월 10~15만원 준다던데, 혼자 아기 키우기에는 부족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요즘 고등학교는 나와야 뭐라도 하잖아요.”


지은 양은 “청소년 임산부가 있다면 요즘 인터넷에 정보가 많으니깐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찾아서 졸업도 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도 챙겨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아기랑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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