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기 자유로운 세상 꿈꿔요”
3000여 명 부모들 모여 ‘영유아 보행권 보장’ 촉구

아이와 부모의 편리한 외출을 돕는 유모차는 아이의 보행권과 이동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어렵기만 하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은 유모차 이용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뉴시스(대표이사 김현호)와 베이비뉴스(대표이사 최규삼) 주최로 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 2기 소망식에 참여한 영유아 부모들은 자신들과 이웃의 자녀들이 유모차를 타고 편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부모들은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대중교통 노선은 편리하게 구성했지만 영유아를 위한 편의 시설은 정작 부족해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역이 아직 많고 저상버스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버스 탑승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온 김한경(33) 씨 부부는 “지하철 맨 앞과 끝칸에 자전거와 유모차를 댈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용하기 너무 힘들고 출퇴근 시간에는 유모차를 갖고 지하철 탈 엄두도 못 낸다. 버스도 유모차를 접고 타야 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들 부부는 “울퉁불퉁하고 상태 안 좋은 인도도 문제”라면서 “지금 동네에 9호선 전철 공사를 하느라 인도가 제대로 정돈돼 있지 않은데 그 길로 유모차를 끌 수밖에 없어서 아이 머리에 충격이 갈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3살 딸아이와 함께 온 정경아(관악구보라매동·33) 씨는 “유모차를 끌고 이동할 경우 막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유모차 크기가 아무래도 크다 보니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된다. 택시를 이용하려고 해도 택시들이 아예 세워주지 않을 때가 많다”며 “대중교통 자체는 잘 돼 있지만 대중교통에 유모차를 위한 편의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유모차가 아닌 아기띠를 하고 온 부부도 보였다. 관악구 은천동에서 온 최지희(36) 씨 부부는 1살 아들을 아기띠로 안고 3살과 6살 딸의 손을 잡은 채 걷고 있었다. 최 씨는 “엄마 혼자 유모차를 몇 번씩이나 들었다 놨다 하기엔 힘이 든다. 병원이나 커피숍도 자동문이 아닌 유리문일 때는 등으로 들이 밀면서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늘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가 벌어질 장면이 상상이 돼서 아기띠를 하고 나왔다. 유모차는 엄마만 편하자고 갖고 나오는 게 아닌 만큼 배려의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둥이 엄마인 박현정(강동구 고덕동·33) 씨는 “유모차가 사람에 비해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짐으로 느껴질 때가 많지만, 오늘은 일부로 그 경험을 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솔직히 이런 행사는 유모차를 가진 사람만 아는데 친척이나 이웃,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모차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질 수 있도록 뉴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보행권 보장에 대한 필요성은 국경을 초월하는 아젠다였다. 이날 외국인 부모들도 보행권 캠페인에 동참했다. 베트남 출신 홍(32) 씨는 “유모차로 계단 올라가기 힘들고 육교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있으면 화가 난다”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없는지 검색부터 해보고 없으면 아예 가지 않는다. 이런 점이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함께 유모차를 끌었다. 4살 아들을 둔 이민재(경기도 성남시·39) 씨 가족은 “이번 행사로 유모차 보행이 한 번에 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행사들이 모여서 좀 더 괜찮은 유모차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아이와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는 유모차 보행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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