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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갖고 버스타기? 꿈도 못 꿔요"

[특집기사] 유모차 엄마도 버스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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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권리가 있다. 베이비뉴스는 2013년부터 영유아의 보행권 보장을 위해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http://safe.ibabynews.com)을 펼쳐왔다. 매년 가을에는 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을 열고 있다. 올해 소망식은 10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소망식을 앞두고, 유모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 중에서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버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는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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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필수품이자, 아이의 다리가 되는 유모차. 하지만 엄마들의 필수품인 유모차가 엄마들을 가장 큰 고민에 빠지게 할 때가 있다. 바로 아이와 외출할 때다. 아이와 엄마 모두 편하기 위해서는 갖고 나가야 하지만,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하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를 꼭 타야하는 경우에는 엄마들은 두렵기까지 하다. 유모차를 향한 낯 뜨거운 시선과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 경사로까지 내려오길 기다리는 건 사치라고 할 만큼 엄두도 못내는 엄마가 대부분일 정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버스도 유모차를 갖고는 마음껏 오를 수도 없는 실정에 엄마들은 화가 난다. 저출산 시대,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기보다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유모차를 끌고 잘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엄마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서 듣기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베이비뉴스 사옥으로 세 명의 엄마가 방문했다. ‘유모차는 가고 싶다’ 특집기사 중 마지막을 장식할 엄마들의 좌담회를 위해 실제 유모차를 이용하는 엄마들을 대표한 엄마들이 베이비뉴스를 찾은 것. 유모차를 가지고도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기를 바라는 세 명의 엄마 정은경, 임차영, 최윤지 씨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버스? 불편보다 아이의 안전이 걱정돼 타기 힘들어


한 자리에 모인 세명의 엄마들. 베이비뉴스에 모인 엄마들은 하나 같이 아기띠를 메고 있었다. 17개월 딸과 함께 온 정은경 씨 혼자 유모차를 갖고 오기는 했지만 역시 아기띠로 아이를 안은 채였다. 정 씨는 “아이가 걸을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 혼자 버스에 내보내기가 위험해서 아기띠는 필수예요”라며 힘겨운 웃음을 지었다. 8개월이 된 아들을 둔 임차영 씨와 최윤지 씨도 마찬가지.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유모차를 갖고 나가지 못할 때가 많으니 아기띠는 필수죠”라며 임 씨도 말을 보탰다.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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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엄마들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까운 마트에 갈 때 자주 버스를 이용하지만 유모차를 갖고 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남편이 있을 때만 이용한다는 최윤지 씨는 “버스를 타는 것 자체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유모차를 세워놓을 공간이 없으니 버스 타기가 쉽지가 않아요. 게다가 혼자서는 아직 목을 못 가누는 아기 잡아야지, 유모차 잡아야지, 정작 내가 잡을 곳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아이까지 위험하게 되는 거잖아요”라며 유모차를 갖고 버스타기 힘든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정 씨 역시 “집이 경기도라 광역버스를 많이 타는데 광역버스는 좌석 사이가 좁아서 유모차가 접히더라도 가지고 타기가 힘들어요. 유모차를 놓으려면 공간이 넓은 앞자리에 타야 하는데 매번 비워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 번은 앞좌석이 다 차서 유모차를 들고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 뒷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뒤통수가 아프더라고요”라며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안 해도 될 일을 시킨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와서 하루를 돌아볼 때는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어요”라고 녹록치 않았던 버스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임 씨도 “그러다보니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자체가 다 겁나고 부담이고, 다 힘들어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 봐야하고 말이죠”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엄마들은 버스를 이용하기 힘든 이유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출발, 급정거는 기본에 과속방지턱이 많다보니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제 몸 챙기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기사의 과속도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정 씨의 경우 유모차를 갖고 넓은 앞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아이 안전을 위해 아기띠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정 씨는 버스를 이용하다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저상버스에 오른 정 씨는 운 좋게 넓은 좌석에 유모차를 세워 놨는데, 버스가 덜컹하자 어떤 승객이 옆에 손잡이가 있는데도 유모차를 잡으며 자신의 몸을 지탱한 것. 이를 본 정 씨는 “분명히 아이가 타 있는데도 자기 몸을 지탱하겠다고 유모차를 잡는 걸 보면서 정말 아찔했어요. 그러다 만에 하나라도 세게 잡아서 뒤로 넘어지면 어쩔 뻔했어요. 그냥 유모차를 세이프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버스 안에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유모차를 갖고 버스? 다리가 아파도 걸어서 간다


버스 이용이 힘들다보니 왠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엄마들도 많다. 본지에서 진행한 ‘유모차 엄마도 버스타고 싶다’ 특집기사 1탄 ‘유모차 엄마의 첫 버스타기 도전기’의 염혜경 씨 역시 3.5km 거리를 걸어 다닐 정도로 엄마들에게 버스는 도전 아닌 도전이다. 이에 세 명의 엄마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최 씨는 “다리가 아프더라도 걸어서 가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해요”라며 “사실 조금만 배려해주면 유모차도, 일반 승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버스라고 생각하는데 그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걸어 다니는 일 역시 녹록치 않다. 보도블럭 사정이 좋지 않아 덜컹거리는 곳이 많고, 그러다보니 개월 수가 어린 경우에는 ‘흔들린 아기 증후군’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 임 씨는 “그런 도로 사정 때문에 디럭스 유모차를 갖고 다니지만 너무 무거워서 외출 한 번 다녀오면 정말 탈진할 정도로 힘들어요. 게다가 디럭스 유모차를 갖고는 버스에 타는 건 꿈도 못 꾸다보니 휴대용 유모차를 또 사야 하고요. 뭔가 불협화음의 연속이에요”라고 말했다.


최 씨는 “여행을 갈 때 다 캐리어 들고 다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이를 위한 짐이 하나 더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들도 버스 타면서 정말 눈치 많이 보거든요. 조금더 조심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 안 끼치려고 하고 말이죠. 조금만 양보해주고 배려해주면 될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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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타는 것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어


엄마들의 의견처럼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모차를 갖고 버스를 타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행법은 유모차 이용자를 교통약자로 명시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실제 많은 엄마들은 유모차를 갖고 버스를 타는 것이 불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갖고 버스에 탔다가 사람들로부터 “왜 유모차를 갖고 버스에 타느냐”는 핀잔을 듣는 경험을 겪는다.


엄마들 역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정 씨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 주눅이 든 자신을 보며 더 화가 난다며 “분명히 아이가 예뻐서 쳐다보시는 분도 있고, 정말 우려의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 모든 시선이 부담스러워요. 자꾸 부정적으로만 들리고, 아무도 말 안했는데 날 질책하는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임 씨의 경우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말이 더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은 제가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우려를 표하세요. ‘뭐하러 가지고 나왔느냐’, ‘아기 때는 집에 있는 게 제일 좋다’고 하시는데, 그럼 아이 있으면 밖에 나오지도 말라는 말인가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 씨의 경우 버스 운전기사에게 승차거부까지 경험해 자리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모차를 갖고 버스를 타려다 승차거부를 받았다는 최 씨는 “남편과 함께 유모차를 갖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정류장 끝에 서있기에 달려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어요. 근데 유모차에 아기에 짐까지 들고 있는 저희를 보더니 정류장이 아니라며 안 열어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뻔히 서있는걸 보면서도 문도 안 열어주고 가버리시더라고요. 얼마나 서럽고 화가 나던지. 집에 가는 길에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유모차 버스 이용을 위한 저상버스 보급과 실현 가능한 법제화 필요해


그렇다면 유모차를 갖고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엄마들은 우선 저상버스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세 명 모두 생활권이 경기도이다 보니 일반 버스보다 높고 좌석 사이가 좁은 광역버스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고. 광역버스에 비해 유모차를 갖고 타기 수월한 저상버스가 도입돼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이용할 마음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저상버스의 도입은 저조한 수준이다. ‘유모차 엄마도 버스타고 싶다’ 특집기사 3탄으로 진행됐던 ‘저상버스, 찾기도 타기도 어려워요’ 기사에서 전했듯이, 2014년 말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는 총 6025대로 전체 시내버스 3만 2552대의 18.5%에 불과한 비율이다. 국토교통부의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2~2016) 현황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까지 저상버스를 41.5%까지 늘려야 하나 예산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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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저상버스 보급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도블록을 버스 내리는 턱에 맞춰 높여주었으면 좋겠어요. 매년 연말이면 보도블록 뜯어내기 바쁜데 그때 시행해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임 씨도 “앞좌석이나 내리는 문 앞에라도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빈 공간을 하나 만들면 유모차로 버스를 이용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 씨는 “저상버스 타면 앞에 짐칸이 있는데, 그 짐칸은 너무 높아서 유모차를 올려놓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높게 해놓을 것이 아니라 그 밑을 빈 공간으로 만들어서 엄마들이 손쉽게 유모차를 접어서 넣을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현 가능성 있는 법제화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최 씨는 “요즘 버스 운전기사분들도 심폐소생술을 기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하던데, 그런 것처럼 일반적인 안전교육 안에 아기나 유모차가 탔을 때의 교육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했다. 정 씨 역시 “분명 교육을 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인성문제가 있으니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승차거부 시에 패널티를 주거나, 벌금을 주는 그런 강력한 법제화가 필요해요”라고 동조했다. 임 씨는 법제화도 법제화지만 우선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든 가지고 다니지 않든, 교통 노약자에 대해서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조금만 배려하면 유모차를 가지고 타는 사람도 편안하고, 다른 사람들도 편안해지는데. 정말 배려있는 대한민국이 절실한 시점이에요”라고 말했다.


베이비뉴스를 찾은 기념으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슬로건을 들고 다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를 찾은 기념으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슬로건을 들고 다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마지막으로 유모차 이동권에 대한 바람을 말해달라고 하자, 대표로 입을 연 임 씨는 “버스 운전기사나 승객들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제발 남편의 인식이 바뀌어서 와이프가 한 번 외출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는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니겠어요?”라는 재치 넘친 말로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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