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화학물질, 그냥 두고만 있어도 될까?
노동자건강권포럼, ‘생활 속 화학물질 위험! 그것이 알고 싶다!’ 개최
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매일 먹는 식품 대부분에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어떤 화학물질이 들었는지,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애써 찾고 공부해야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2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생활 속 화학물질 위험! 그것이 알고 싶다!’ 포럼을 열었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줄이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정부에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이 주최하는 2016년 노동자건강권포럼 중 2부 포럼으로 진행됐다. 노동자건강권포럼은 지난 노동 안전 보건 운동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로, 시민단체와 시민 모두가 알리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노동 안전 보건 의제를 만드는 행사이기도 하다.
발제는 총 세 가지로, ▲어린이용품·교육환경 ▲생활화학용품 ▲식품표시제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활동 방향을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환경건강팀 팀장, 환경정의 이경석 다음지킴이 운동본부 팀장, 아이쿱연합회 박은경 물품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발표했다.
화학물질은 세 분야에서 모두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식품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여전히 많이 함유돼 있고, 그 사실이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이경석 팀장은 이렇게 유해한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문제가 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소개했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2011년 임산부가 잇따라 사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시판됐다. 2011년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확인한 이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43명이며, 75명의 사망 의심 사례가 추가로 신고된 상황이다.
관리 체계의 미비한 탓에 위해한 화학물질에 국민 다수가 노출됐고, 사망자가 100명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많은 분야의 법에 구멍이 많았다.

어린이용품은 환경보건법·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등의 적용 대상이나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는 표기 대상에서 빠졌고, 성인과 어린이가 함께 쓰는 제품도 적용되지 않았다. 고체 제품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대상이 아니어서 화학물질의 위해성 심사가 의무가 아니다.
먹을거리의 정보도 소비자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식품표시제는 기업이 자율로 표기하게 돼 있다. 박은경 위원장은 “현행 표시제 아래에서는 기업이 상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부 원재료 성분을 감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들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기본법의 8대 권리에는 ▲안전할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위해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는 이런 권리들이 잘 보호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경석 팀장은 “기업이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소비가 믿고 구매하는 상황이 아니다. 소비자가 공부해서 알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권리를 되찾아야 하는 사람은 소비자였고, 변화를 만들어낸 이도 소비자였다. 시민단체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2014년과 2015년 초등학생 제품을 대상으로 환경호르몬 등 위해성을 조사한 후 후 제품을 제조한 업체에 분석 결과와 안전제품 생산 요구서 발송했다. 덕분에 일부 제조업체가 문제가 된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자체 회수하고,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외에도 대형마트에 화학물질 관리 책임을 강화하라고 촉구한 ‘안심마트 캠페인’, 예외 없이 모든 재료를 표기하자는 운동인 ‘예외 없는 식품 표시’ 등이 소비자 운동 사례로 소개됐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은경 위원장은 “소비자가 QR코드 등으로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관련 운동은 총선과 연계해서도 진행된다. 고금숙 팀장은 “총선을 앞두고 화학물질 표기 제도의 개선안을 각 후보에게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소비 생활을 돕는 녹색구매조례를 만들어 교육청에 제출하는 운동도 준비 중이다.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화학물질보다 광우병의 위험성이 낮음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화학물질 관련 운동을 할 때 대중의 감정적인 부분을 고려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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