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채찍질에 기업 신음
직장어린이집 채찍질에 기업 신음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3.0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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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강화, 지원은 축소…“일하기 어렵다”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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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긴 해요.”
“저희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직장어린이집 문제로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범 당시부터 직장어린이집 활성화를 주장해온 박근혜정부가 올해 들어 갑자기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은 축소한 탓이다.


◇ 인건비 지원 축소, 보육교사는 불안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의 관계자들은 돈 문제로 힘들다고 호소한다. 정부가 올해부터 대기업 직장어린이집에 지급하던 지원금을 대폭 축소하면서 당장 운영 예산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인건비를 최대 25%까지 축소했다. 직장어린이집의 원장, 보육교사, 취사부 직원에게 1인당 한 달에 최대 80만 원을 지원하던 것을 최대 60만 원으로 줄인 것이다.


결국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줄어든 예산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예산 운용에 제약이 있는 공공기관은 줄어든 예산 규모에 맞춰서 어린이집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직장어린이집을 8개 운영하는 A공공기관은 직장어린이집 운영비 부담이 늘면서 복리후생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직장어린이집 예산이 복리후생비로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A기관의 관계자는 전체 직원 숫자가 2만 8000여 명 수준인데 1인당 복리후생비가 1만 5000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총액으로 따지면 4억 2000여만 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A기관 관계자는 “복리후생비가 늘어나면 큰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박근혜정부가 2014년부터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감축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를 적정하게 조절하라고 해서 줄이려고 노력하는 도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기존의 정책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예산이 축소되면 보육교사들의 고용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A기관의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서 규정한 영유아와 교사의 비율은 지킨다”면서도 “보조교사의 숫자가 정상적인지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어린이집을 1개 운영하는 B기관은 “교사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탄력 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올해부터 초과보육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시‧도지사가 보육 여건을 고려해 어린이집의 총 정원 내에서 만 0세를 제외한 영유아 반에는 최소 1~3명까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달 24일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직장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C기관은 “비용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교사 숫자나 급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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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난 규제에 기업은 한숨만


지원은 축소됐는데 규제는 더 강화됐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강제하는 이행강제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며,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1년에 최대 2억 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설치 대상인 1204개 기업 중 아직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은 39.6%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한숨짓는다. 어린이집이 들어서기에 적절하지 않은 위치에 있는 기업, 어린이집을 운영하기엔 재정이 부족한 기업 등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다.


창원상공회의소가 올해 들어 창원시에 있는 업체 중 설치 대상 기업 25개를 조사한 결과 직장보육시설(공동 운영 포함)을 갖춘 사업장은 10곳, 설치 중인 사업장은 4곳, 위탁계약을 검토 중인 사업장은 2곳이었다. 9곳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설치하지 못한 곳 대부분이 중화학 업체여서 남성 근로자가 많고 거주지와 직장의 거리가 멀어 어린이집 수요가 많지 않다. 직장어린이집이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근로자들이 원하지 않는 부분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라고 탄식했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이런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을 위해 ▲강제금 예외 조항 신설 ▲보육수당 지급을 의무 이행으로 간주 ▲기업회생 중인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29일까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지원금을 주는 절차에도 규제가 늘었다. 직장어린이집 지원금은 기업이 먼저 급여를 지급한 뒤 그 내역을 정부가 확인하고 지정 계좌로 주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지원금은 전용계좌로만 받아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동안은 전용 계좌가 아니어도 지정된 계좌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회사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지원금을 신청하고 받아서 다시 회사 계좌로 이체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것.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D기업의 담당자는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이 더 잘하도록 절차를 줄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비효율적인 절차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데도, 정부는 왜 이 제도를 만들었는지 말하지 못했다. 관계 기관은 설명마저 서로 떠넘겼다. 기자가 전용 계좌가 필요한 이유를 고용노동부에 묻자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로 전화하라”고 안내했고, 직장보육지원센터 측은 “고용노동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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