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간, 결혼한 여자는 자른 회사
여성 단체, 결혼 여성 퇴직 논란 금복주 불매 선언
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

58년간 사무직으로 일하는 기혼 여성이 한 명도 없는 회사. 같은 기간 승진한 여성은 고작 한 명인 회사가 있다. 80년대도 아닌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 말이다.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승진한 A씨는 그나마 결혼과 함께 퇴직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결혼 사실을 상사에게 알리자마자 다른 부서로 발령된 것. A씨는 회사가 자신을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집단으로 따돌리기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대구에 본사를 둔 주류 업체 금복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A씨는 결혼 때문에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회사를 서부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고, 회사에는 사직서를 냈다. 사측은 A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이달 중순 SNS와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대구 지역의 여성 단체들은 16일 금복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A씨 사건을 포함한 퇴직 여성들의 사유를 조사하는 등 남녀가 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금복주는 같은 날 박홍구 대표이사의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여직원에게 퇴사 압박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 대구 여성회 및 대구경북여성단체회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퇴사 압박 논란에 관해서는 “현재 관계 기관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오히려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금복주의 사과문이 “구체적인 내용도 대상도 불분명한 진정성이 없는 사과문”이라며 불매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SNS와 현수막 등으로 불매운동을 알리고, 3월 말까지는 금복주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불매운동은 이제 전국적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꾸노동조합총연맹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는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복주 제품 불매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60년 가까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장은 “남녀고용평등법이 1987년 제정됐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유린당하고 있다”고 개탄했고,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금복주 사건을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금복주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결혼 퇴직 재발을 방지할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나지현 위원장은 “금복주의 결혼 퇴직 관행을 없애는 일이야말로 다른 곳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노동자들을 핍박하는 비인권적 회사는 경영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서 여성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민주노총도 불매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정부가 몰랐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금복주의 결혼퇴직제의 숨은 조력자가 아닌가”라며 금복주의 관행을 찾아내지 못한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금복주가 입주한 성서공단을 포함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기업이 있는지 전국 차원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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