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8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육아맘 전현미 씨(가명·대구)는 그간 일회용기저귀를 애용했지만 최근에는 천기저귀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3주 가까이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종이기저귀보다 천기저귀가 재난 대비 용품으로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씨는 "만약 위급 상황에서 (일회용)기저귀를 구하지 못 하면 어쩌나 싶어 빨아 쓸 수 있는 천기저귀를 좀 사놓으려고 한다"며 "곧 큰 지진이 온다는 이야기도 돌고 불안해서 이제부터 아기를 천귀저기에 적응시켜야 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17일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재난 대비 육아용품을 찾는 등 자구책 모색에 분주하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계기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일 뿐만 아니라, 400회를 훌쩍 넘는 여진을 낳아 한반도 전체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렸다. 근래 며칠 간은 여진이 잦아들었지만 지진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규모가 센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잇는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부 국민은 불안감에 비상 생필품을 모아 넣는 이른바 '생존가방'을 꾸리고 있으며, 특히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상 육아용품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는 등 아이를 위한 재난 용품 마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액상분유 구매 증가
무엇보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재난 육아용품 1순위는 '액상분유'다. 식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재난지역에서도 물 없이 아기에게 바로 먹일 수 있는 식량이기 때문이다.
액상분유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현재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지진 액상분유'라는 검색 키워드가 자동 완성되고 있는가 하면,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액상분유 구매 정보에 관한 글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1, 4살 두 아기를 키우고 있는 김희진(가명, 서울) 씨는 "침대가 살작 흔들리는 정도에도 공포가 심했다. 아기도 있어 더 무섭다"며 "서울에 살지만 혹시 몰라 액상분유도 주문해놓고 비상짐을 싸놨다"고 전했다.
갓 돌 지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미림(가명, 대구) 씨도 "내가 죽는 것보다 아이들이 걱정된다. 친구들이 지진에 대비해 짐을 싸 놓는다기에 나도 액상분유부터 주문했다"고 털어놨다.
◇ 비상 및 안전용품 매출 급증
액상분유 외에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물티슈, 일회용기저귀, 어린이 해열제, 여벌 옷 가지들을 챙기며 '생존가방' 목록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아기 야광팔찌, 안전모와 더불어 침낭까지 준비하는 부모들도 있다.
부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육아맘은 "지난주 마트에 갔다가 둘째 아이 안전모를 사왔다. 흔들린다 싶으면 안전모를 씌워놓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달 된 신생아를 키우는 다른 육아맘은 "기저귀, 물티슈, 담요, 우비, 액상분유, 안전모, 아기띠, 맥가이버세트, 침낭 등 왜 이렇게 챙길 게 많은지 배낭 하나로 안 된다"며 "최소 물품만 챙기자니 정부가 얼마나 빨리 지원해줄지도 미지수"라고 푸념했다.
7개월 딸을 키우는 또 다른 엄마는 "아기 액상분유, 등산가방, 헬맷, 침낭, 나이프 등 사다보니 100만 원이 나왔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며 "가방 메는 날이 안 왔으면 한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수요에 따라 실제로 안전 및 비용용품의 매출은 급증한 상태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지진 발생 이후 안전야광 팔찌 거래액은 35%, 손전등과 헬멧보호장비 등은 각각 29%, 24%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G마켓도 소방 마스크, 구급함 세트, 자가 발전기 등 구조용품 판매가 전년 대비 47%, 의료용품은 129%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액상분유는 평소에도 워낙 거래량이 많아 지진 직후 수요가 증가했다고 해도 수치가 미미하다"며 "안전야광팔찌, 헬멧, 안전모, 구급약품 등 평상시 잘 팔리지 않던 상품군에서는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은 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간 규모 3.0∼4.0 지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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