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매서운 역주행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1회 전국 기준 시청률 5.4%로 지상파 3사 꼴찌로 출발했지만, 2회 6.0%, 그리고 3회 10.7%로 급상승하면서 단 3회 만에 역주행에 성공했다. 동 시간대 드라마 ‘파수꾼’과 ‘엽기적인 그녀’가 아직 10%대를 돌파하지 못한 것에 비해 ‘쌈 마이웨이’가 먼저 10%를 달성한 것. 이러한 인기는 6회까지 이어지며, 월화극 1위 자리를 꿰차게 했다.

‘쌈 마이웨이’의 시청률 역주행 비결은 무엇일까.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나 미녀와 야수처럼 판타지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그다지 특별한 게 없는 데에 ‘특별함’이 있다. ‘쌈 마이웨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발 묶여 있는 안타까운 청춘들 네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

세상을 뒤집고 싶었던 진드기 박멸기사 고동만(박서준 분)과 뉴스 데스크에 앉고 싶었던 백화점 인포 데스커 최애라(김지원 분)는 막역한 친구다. 또한 타고난 미각을 소유했지만 홈쇼핑 김대리가 된 김주만(안재홍 분)과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던 콜센터 직원 백설희(송하윤 분)는 6년 차 커플이다.

지난 6일 방송된 ‘쌈 마이웨이’에서는 김주만·백설희 커플의 위기가 그려졌다. 인턴 장예진의 등장으로 이들의 갈등이 시작됐다. 장예진은 기습 뽀뽀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김주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주만은 그에게 거리를 두면서도 쉽게 끊어내지 못했다. 그런 사이 백설희는 김주만의 조카 돌잔치에서 예비 며느리 노릇을 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어머니가 들고온 족발과 식혜 등을 갖고 돌잔치 장소를 찾아가 열심히 일하며 예비 시댁의 점수를 따려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뿐이었다.

회사 업무 때문에 뒤늦게 돌잔치를 찾은 김주만은 자신의 조카 돌잔치에 홀로 참석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설희를 발견했다. 주만은 수다를 떨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설희를 보고 화가 났다. 결국 설희를 데리고 나온 주만은 가족들에게 “설희 만만하게 보지 마라. 내가 뭐 대단하냐. 지방대 나와서 겨우 대리 달았다. 그동안 뒷바라지해준 게 설희다”라며 “설희랑 결혼 안 하면 아무랑도 안 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주만의 가족들은 백설희의 헌신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시했고, 김주만의 누나는 “남자가 성공하려던 처가 덕도 좀 보고 해야 되는데”라고 험담했다.

그런데 돌잔치 장면에는 시청자들을 갸우뚱거리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드라마에 백설희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쓰레기를 손수 치우는 장면이 몇 차례에 걸쳐 나오는데, 실제로 현실 돌잔치에서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돌잔치 주최 측이 직접 접시나 쓰레기 등을 치우는 일은 없다. 돌잔치 시작 전 답례품과 앨범 등을 세팅하고, 돌잔치를 마친 뒤 다시 수거해가는 정도의 일이 발생할 뿐이다.

시월드를 부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여주인공의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보여지도록 연출한 것인데, 현실감 없는 과도한 설정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은 사랑하는 여자친구 백설희를 위해 가족들에게 버럭 소리를 치는 김주만의 모습이 온전히 감동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해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랑하는 남자의 성공, 그리고 그 남자와의 결혼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듯한 설희 캐릭터도 요즘 시대 상황과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데, 비현실적인 상황까지 오버랩되니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까지 떨어뜨리는 '옥에 티'가 되고 말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말로 넘어가려도 너무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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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기자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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