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기자님도 한번 주사위 던져보세요!”
‘임산부 배려 주사위 퀴즈 캠페인’을 진행하던 담당자가 캠페인을 참여하면 초코우유를 드린다는 말과 함께 기자를 불러 세웠다. 갑작스러운 전개상황에 기자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지만 옆에 있던 사진기자도 웃으며 '주사위를 던져보라'고 말했다. 부끄러워 손을 내저었던 기자의 손에는 어느새 커다란 주사위가 들려 있었다.
14일 9호선 가양역과 5호선 여의도역에서 열린 ‘임산부 배려 9월 공동 캠페인’. 임산부 배려 캠페인 현장을 취재하다가 기자도 직접 주사위를 던져 퀴즈를 풀어봤다. 주사위 퀴즈는 1~6까지 각 숫자마다 임산부 배려에 대한 문제들이 적혀 있었다. 기자가 던진 주사위는 숫자 4가 나왔고, 해당 문제를 풀어 초코우유를 획득했다.
이날 취재를 준비하면서 기자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에 대해 관심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던 것. 그동안 보아온 임산부 배려 없는 지하철 풍경을 생각하면,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나름의 근거였다. 하지만 잠시 후 기자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체험형 임산부 캠페인에 시민들 적극 동참

오전 10시, 임산부 배려 주사위 퀴즈가 시작되자마자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젊은 여성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캠페인에 적극 참여했다. ▲주사위 퀴즈 ▲임산부복 체험 ▲임산부 배려 포스트잇 작성 등 다양하게 구성된 체험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 것.
퀴즈풀기에 참여한 장아무개(53, 여성) 씨는 “사실 이런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어줬으면 사람들이 인지해서 임산부들을 배려해줘야 하는데 요즘 임산부 배려석을 보면 임산부들보다는 다른 분들이 앉아 가는 것이 보여 안타깝다. 사실은 이렇게 홍보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사람들이 배려를 해줘야하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로 사람들에게 인지를 시켜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임산부 배려 스티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아무개(22, 여성) 씨는 “홍보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임산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신들이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초기 임산부 배려 배지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양보를 안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홍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최아무개(38, 남성) 씨는 “임산부 배려석을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러한 홍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노약자석’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보니까 임산부 배려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은 임신·출산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신언항)가 서울 메트로 9호선, 서울교통공사와 ‘임산부 배려문화 조성 협약’을 맺은 후 매년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고 서울 메트로 9호선, 서울교통공사가 주관한 올해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도 함께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곰 인형을 놓았더니...

10시 30분께,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과 서울 메트로 9호선 관계자들은 가양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가는 급행열차를 탑승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임산부 배려 홍보물과 물티슈를 나눠주는 활동을 펼쳤다. 아울러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곰 인형 '테디베어'를 비치해 자리 양보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했다.
테디베어가 놓인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자가 칸을 옮겨가며 살피던 중, 임산부 배려석에서 테디베어를 들고 앉아 휴대폰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임산부가 서 있었다.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라면, 하루에 한 번씩은 마주칠 법한 우리의 민낯 같은 장면이 이날 캠페인 현장에서도 재연된 것.
'임산부를 배려합시다'라는 어깨띠를 두른 협회 관계자가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 임산부 배려 홍보물을 건네주자, 이 여성은 처음에는 '뭔일이냐'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옆에 임산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선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해요 아가씨. 임산부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양보했다. 자리에 앉은 임산부는 “자리를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웃으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양심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의 피로를 풀어줄 좌석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남성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남성은 협회 관계자의 홍보물을 받은 뒤에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면전에서 펼쳐지는 임산부 배려 캠페인에도 꿈쩍않는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설득해야 임산부 배려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또 다른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캠페인 현장이었다.
#임산부 배려석,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 때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은 “이 행사는 우리가 자녀를 잉태하고 생명을 기르는 것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임산부들을 배려함으로써 그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그들이 또 우리 사회를 발전하게 하는 큰일을 해주시기를 바라는 뜻에서 진행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는 결혼에 대해서 아이를 출산하는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젊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이다. 일자리 문제, 집 문제, 아이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는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아이 기르기 좋은 세상, 결혼생활하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국민 개개인도 임산부를 배려하는 인식을 가진다면 인구문제는 자연스럽게 잘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여의도역 김명재 역장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많은 홍보로 인해 임산부 자리 비워두기도 실천하고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홍보를 더 많이 해서 모든 시민들이 임산부가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캠페인 현장에는 임산부 지하철 배려 캠페인 홍보대사를 맡은 가수 양수경 씨도 동참했다. 최근 SBS 인기 프로그램 '불타는청춘'에 출연해 반가운 얼굴을 보인 바 있는 양 씨는 여의도역을 찾아 인구보건복지협회 직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임산부 배려를 외쳤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