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대한민국 엄마 팔자는 다 똑같다. 아무리 좋은 직장 다녀도 여성에게 일·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부여되는 업무는 과중하다.”
“보육시설에 0세반 있는 게 자랑은 아닌 것 같다. 일하는 엄마도 직장에서 육아휴직이 보장되면 갓난 애기 때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다니는 분들은 제도를 활용하지만 민간 기업에 다니는 엄마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어디 그 엄마들은 매몰차서 갓난 애기를 보육시설에 보내겠느냐.”
이는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하나 전 의원이 직장맘을 위한 토크콘서트 패널로 참석해 한 말이다. 지난 24일 저녁 7시 15분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 개소기념 직장맘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패널로 출연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은평갑)과 장하나 공동대표는 은평직장맘지원센터에서 준비한 ▲일·가정 양립 현황 ▲경력단절 여성 ▲남성/비정규직 ▲육아관련 정책 관련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공유하고 대안 찾기에 나섰다.
◇ 현재 자녀수는 희망자녀수보다 적다, 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재 평균자녀수는 1.21명. 희망자녀수 1.74명에 비하면 0.5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희망자녀수와 실제 자녀수에 차이가 있을까.
‘자녀계획이 없거나 미루는 이유’에 대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31.9%로 가장 높았다. ‘출산비용 및 미래 자녀교육비 대한 경제적 부담’(26.2%),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장 또는 사회에서의 불이익’(14.3%),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소득 감소 부담’(10.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장 대표는 “OECD 주요국가 중 한국이 가장 긴 시간 근로하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도 “장시간 근로, 여성에 대한 편중된 육아부담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으로 치달아 자녀계획을 미루게 되는 것 같다. 남녀 모두 근로 시간을 줄이는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이유?
남성과 달리 여성 연령대별 고용률을 보면 30~39세에 떨어졌다 이후 다시 올라간다. 'M'자 형의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여성들이 결혼하고 임신·출산과 육아에 몰두할 시기로 경력단절의 이유가 된다.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로 인한 경제적 부담’(27.5%), ‘육아휴직 복귀 후 차별대우’(21.4%), ‘업무 인수인계 인력(대체인력)의 부족’ (16.9%), ‘육아휴직 신청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11.7%) 등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장 대표는 “육아휴직 복귀 후 차별대우나 업무 인수인계 인력부족, 부당한 대우 등과 관련해선 사업주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은 단기간 일자리를 위한 대체인력을 계속 모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활용하지 않으니 육아휴식을 신청하려고 하면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사업주가 돈 안 내고 공짜로 부당이익을 취해 온 것이다. 모든 피해를 노동자에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인 약자에게 전과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받는다. 누리는 사람들이 미운 게 아니라 우리도 다 같이 누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자녀수별 육아휴직자 현황을 보니 첫째아이 일 때 32.2%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나 둘째아이를 출산 한 후 28%로 줄어들었다. 첫째아이 때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차별이나 부당함을 당해 줄어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 “2005년 남성육아휴직자가 208명에서 2015년 4874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꾸준히 남성육아휴직자가 증가해야 제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일·가족양립과 추가 자녀계획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일·가정양립과 추가 자녀계획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
이에 대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22.7%), ‘육아휴직 급여 인상’(18.2%),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배우자 포함)’(16.5%), ‘일·가족 양립제도 이용자에 대한 차별금지법’(8.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장 대표는 “제가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에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와 함께 자동육아휴직제와 비슷한 제도를 발의했었다. 당시 만든 법은 미리 출산예정일만 통보하면 되는 것이었다”며 통과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자, 박 의원은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육아휴직 제도가 실행되면 좋을 것 같다. 임신을 회사에 통보하면 대체인력 구하고….”
장 대표는 육아휴직 관련, “직장상사, 동료 눈치는 대체인력 부분이 크다. 고용노동부에서 활용하는 대체인력 구하는 홈페이지를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면 해결된다. 밑바탕은 정시 퇴근이 먼저 돼야한다. 1일 10시간 넘는 장시간 근무로 5명 일할 것을 3명이 일한다. 청년 일자리를 다 뺏고 있고 이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 대표는 “엄마들이 목소리를 안내면 정부가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제가 아직 아이가 없어 문제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여성가족부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또 장하나 전 의원을 통해 많이 배웠다. 여러 제도를 연구하고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필요한 정책 개발로 연결해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며 “저도 아이가 생기면 어떨까. 그럼 제도의 비미한 점 등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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