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에 임신… 애아빠 가족은 '여자가 몸조심했어야지' 야단만"
"열여섯에 임신… 애아빠 가족은 '여자가 몸조심했어야지' 야단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5.25 10:5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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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아닌 권리로 비혼출산을 말하다①] 20대 미혼모 장지은(가명) 씨 인터뷰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미혼모·미혼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비혼출산 이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양육을 선택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아동의 인권과 부모의 권리라는 새로운 가치로 비혼출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지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봉명동의 한 카페에서 장지은(가명) 씨를 만나 10대 때 두 아이 출산부터 지금까지 양육해 온 이야기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한 카페에서 장지은(가명) 씨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 모임에는 아직 한 번도 안 나갔어요.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기더라도 엄마들끼리 잘 지내면 해결하기도 쉽다고 하던데, 모임에 가면 제 나이를 밝혀야 할지 속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한테 상처가 되면 어떡하나 해서요. (다른 엄마들이) 제 나이를 알고 나면 어린 나이에 아이 낳아 키웠다고 안 좋게 보시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서….”

24살 장지은(가명) 씨는 17살에 강설민(가명), 18살에 강하민(가명) 두 아들을 낳았다. 지난 14일 장 씨가 사는 충남 천안시의 한 카페에서 장 씨를 만났다. 장 씨는 “설민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요즘 많이 달라진 분위기이긴 하지만 제 나이를 밝히는 건 여전히 고민입니다”라고 비혼출산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말했다. 

2남 2녀 중 장녀인 장 씨는 엄마와 외할머니, 동생들의 도움으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있었다. 사실 숨은 공로자는 장 씨의 아버지다.

“처음 임신한 사실을 아버지가 아시고 엄마와 병원에 가서 낙태수술을 하라고 하셔서 새벽에 집을 나왔어요. 수술을 할 수 없게 됐을 즈음 아버지께 다시 연락을 드렸는데 받아주셨죠. 둘째를 임신한 후 아이 아빠랑 헤어지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지병이 있긴 하셨지만 제 탓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못 드려 평생 한입니다.”

장 씨는 둘째 아이 출산예정일을 한두 달 앞두고 아이 아빠랑 헤어졌다. 아이를 낳고도 부모로서 책임감이 없고, 전과 변하지 않는 아이 아빠의 태도가 헤어짐의 이유였다. 당시 아이 아빠와 장 씨 모두 미성년자라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두 아이가 아이 아빠의 성을 따르고 있지만, 성을 바꾸는 문제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 때문에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했다.

◇ “중학교 3학년 때 임신…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지은(가명)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임신한 사실을 알고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지은(가명)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임신한 사실을 알고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 씨는 열여섯,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처음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장 씨는 그때를 떠올리며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심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낙태에 대해 배울 때 아이를 가지면 낙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입덧이 너무 심해 임신 이후에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동갑이었던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 아빠의 외할머니 댁에서 같이 살다가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져 미숙아를 출산하게 됐다. 임신 이후부터 출산 수술비, 양육비까지 들어간 비용도 다 장 씨의 집에서 뒷바라지해줬다. 아이 아빠 집에서는 지금껏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장 씨는 아이 아빠의 외할머니로부터 ‘여자가 몸조심했어야지’라며 욕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설민이 낳고 3~4개월 지나 또 임신을 했어요. 낙태수술만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왔지만 낳아 키워보니 현실은 아이가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 수술을 했어요. 이후 우울증도 겪었고... 그러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치 않은 아이를 가졌는데 앞서 했던 수술 충격이 너무 커서 또 (수술을) 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부모님께 사실을 알릴 수 없어서 숨겨오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장 씨는 둘째 임신을 만삭 때까지 숨겨왔다. 입양기관 상담을 받고 입양을 보낼 생각을 했다가, 출산 직전에 엄마와 상의해 입양을 보내지 않고 같이 키우기로 했다고 했다.

◇ “너무 어린 엄마이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장 씨는 설민이가 세 살 즈음부터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하러 나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장 씨가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면, 오후에는 엄마가 일하시면서 애들을 데려오거나 장 씨의 동생들이 학교 끝나고 어린이집에 가서 데려왔다. 이처럼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장 씨는 설민이와 하민이를 직접 키울 수 있었다.

장 씨는 “저도 양가의 예쁨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제가 아이를 낳고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제 잘못인 것처럼 됐어요. 남처럼 달라진 친척들 시선에 친가 쪽과는 연락을 아예 끊게 됐어요. 외가 쪽도 일부 친척들과는 연락을 끊은 상태예요”라며 ‘남처럼 달라진 시선’을 관계의 단절 이유로 꼽았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는 “어린이집 입학식, 졸업식 같은 부모 참여 행사에 갈 때 저만 너무 어린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요즘은 젊게 꾸미는 분도 많고, 어려 보이는 분도 많아서 특별히 눈치가 보이진 않았어요. 생각보다 주변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장 씨는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일부러 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동생이냐고 물으면, 아들이라고 당당하게 답한다. 그러면 "예쁘게 생겼네. 엄마가 젊어서 좋겠다"라는 반응이 돌아올 때도 있다. 장 씨는 생각보다 주변의 시선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설민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많은 걱정을 했다. 가족관계 학력란에 엄마의 학력을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장 씨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 살아가는 데 해를 끼치지 않으면 학력이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온 장 씨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검정고시를 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다.

‘학교 공부에 소홀했다’는 장 씨는 현재 자격증 취득에는 남다른 열정으로 임하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과 캔들 공예 자격증은 이미 취득했다. 최근 비누 공예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학력은 부족하더라도 실생활에 필요하고,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격증에는 목숨을 건다.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장 씨는 지역아동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여는 경제교육, 부모교육, 바깥나들이 등 자조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배우고 소통하고 있다. 

◇ “튀는 아이가 된 게 제 잘못 같아 죄책감”

장지은(가명) 씨는 지난 14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상담센터에서 첫째 설민(가명)이가 놀이치료를 받은 다음 치료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설민이는 3월부터 매주 1회 이곳에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지은(가명) 씨는 지난 14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상담센터에서 첫째 설민(가명)이가 놀이치료를 받은 다음 치료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설민이는 3월부터 매주 1회 이곳에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설민이는 두어 달째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설민이가 4살 때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렸다는 연락을 받고 왜 그런 건지 아이 마음을 알고 싶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미술치료를 받았다. 또래보다 말이 늦어서 6살 때까지 언어치료를 받았고, 8살인 올해 3월부터 놀이치료를 받게 됐다.

“설민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3월 한 달간 친구를 때리거나,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갔다가 숨어서 선생님이 찾으러 다니게 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켜서 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됐어요. 놀이에서 표현된 것 중 제일 큰 게 '엄마의 부족한 사랑'이더라고요. 아기 때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고, 성격상 살갑지 못해서 설민이가 사랑을 갈구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장 씨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놀이치료를 통해 설민이가 치료를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 행동이나 말에 대해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따뜻한 말이나 표현으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장 씨는 “설민이가 자고 있을 때,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제가 좀 더 잘 배워서 잘 키웠으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컸을 텐데… 그 당시(어릴 때) 제가 못 해줘서 반에서 튀는 아이가 돼버린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이 아파요. 저는 성인이니까 힘든 건 견딜 수 있는데 아이는 아직 어린데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미안한 맘이 커요”라면서 설민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 “경제적 지원 또는 아이돌봄서비스 중 하나는 지원해줘야”

설민(가명)이는 방과후 태권도 도장, 지역아동센터를 거쳐 오후 6시 쯤 집으로 온다. 집에 오자마자 지역아동센터에서 받은 가정통신문을 엄마인 장 씨에게 내밀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설민(가명)이는 방과후 태권도 도장, 지역아동센터를 거쳐 오후 6시쯤 집으로 온다. 설민이가 집에 오자마자 지역아동센터에서 받은 가정통신문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부모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경제적인 부분이든 아이돌봄서비스든 둘 중 하나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돼야 키울 수 있어요.”

장 씨는 19살 때부터 꾸준히 야간이든 아침이든 고깃집, 편의점 등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원받고, 틈틈이 일해 벌고, 그러고도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그동안 정규직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진 못했다. 오후에는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어린이집에는 직접 보내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장 씨는 부업거리를 회사에서 받아와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한다. 일손이 부족하면 추가로 일을 하기도 하고, 불규칙한 일이다.

1년 반 전부터 장 씨는 설민이와 단둘이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둘째 하민이는 천안에 같이 계시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가신 외할머니가 데리고 가서 돌봐주고 있다. 어릴 때 장 씨를 키워주셔서 제2의 엄마 같은 분이신 외할머니. 천안에 계실 때도 두 아이를 많이 돌봐주셨던 터라 장 씨에겐 가장 든든한 분이다.

“지금은 설민이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학교 적응, 친구들 사귐 등 신경이 쓰이는 게 많아서요. 최근에 3일 정도 설민이와 하민이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찾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 이사할 예정인데 이사하고 자리 잡고 나면 외할머니 댁에서 하민이도 데려올 생각이에요.”

장 씨는 “너무 불행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남들처럼 못 해주기 때문에, 낳기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후회를 더 많이 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엄마라고 따라오고 챙겨주는 것 보면 ‘그래도 이만큼 어떻게 키워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많이 컸다’ 싶기도 하고 그래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장 씨는 “평범한 게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설민이와 하민이가 남들처럼 기본은 할 수 있는 아이로 평범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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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nims**** 2018-06-09 19:13:09
아이에 대한 책임감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 확실히 빠릅니다. 어린게 간수못해서 라는 말은 정말 잘못된 인식이예요.조선시대였음 애 낳고도 남죠. 요즘 성적으로도 아이들 발달이 빠르고 사회적으로도 개방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인식 시선 버려야해요. 애낳기전에는 크게 못 느꼈는데 정말  애 낳아서 버리는거  그거 만큼 이해 안되면서도 그 마음이 어떨까  공감하며 슬퍼하게 되더라구요.
미혼모, 한부모 응원합니다!  

o0**** 2018-06-07 13:13:52
진짜 인식이 바뀌어야해요... 저도 지금 어떻게 보면 어린나이에 임신중인데 가끔 한번씩 안좋게 보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그럴때마다 너무 속상해요;;

db**** 2018-06-04 09:50:25
인식들이 바뀌면 좋겠어요 한부모들 응원합니다

kingka**** 2018-05-31 22:44:07
인식이 중요한데.. 너무 힘들겠네요 정말.. 이 와중에 사진 참 좋네요 이번 기사에 실린 사진들

lejp**** 2018-05-30 14:28:02
한부모로 아이키우는게 쉽지도 않은데 ... 사회시선이 많이 바뀌었다하지만 아직까지는 ... 한부모든 두부모든 그게중요한게아닌데.. 세상인식이란게 때론 다른사람들을 힘들게할때도 있다는것을 알았음 좋겠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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