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우울증·경력단절은 어디에다 말해야 하나요?”
“아빠의 육아 우울증·경력단절은 어디에다 말해야 하나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5.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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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남성, 돌봄노동을 말한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김상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경기부천 소사)은 24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경기부천 소사)은 24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올 1분기 출생아 수가 8만 96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24일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9.2%, 9100명 감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저출산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반등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출산 기피를 야기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 여성의 ‘독박육아’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한 가운데, ‘남성, 돌봄노동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24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경기부천 소사)은 이날 환영사에서 “돌봄과 관련해 여성의 ‘독박육아’를 많이 얘기한다. 고정적 성역할로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다 부담 지우는데 여성들이 자기실현을 하는 데 있어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기초적인 돌봄은 사회적 돌봄을 넘어서서 엄마·아빠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함께 즐기는 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천 부평을)도 참석해 축사를 통해 “남성의 돌봄노동은 너무나 당연하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과 (돌봄을) 사회적 문화로 인식하고 제도와 환경,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세금이 17조 정도 더 걷어진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쓸 수 있도록 당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송파병)은 축사에서 “돌봄에 있어 남성 참여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독일도 남성의 돌봄과 육아휴직 참여가 40~50% 된 것은 메르켈 총리의 육아휴직 급여를 70%로 끌어올리면서 가능해졌다”면서 “가장 최우선 의제는 예산과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남성들이 돌봄의 권리를 되찾으시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비혼·1인·한부모 등 새로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와 가정에서 돌봄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에서 남성 육아휴직 기간 가장 긴 나라…우리나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한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 제도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한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 제도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계에서 남성 육아휴직 기간을 가장 길게 보장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적막을 깨고 정 교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입니다. 1995년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 여성 또는 그를 대신한 배우자인 근로자가’라는 내용으로 개정해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2001년에는 ‘근로여성 또는 배우자인 근로자’ 대신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로 표현이 바뀜으로써 부모가 각각 1년씩 육아휴직을 자녀출산 1년 이내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겨났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남성이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이 탄생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처럼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으나 실제 남성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된 제대로 된 공식통계자료 하나 없어 기초자료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날 포럼에 주제 발표를 맡은 정재훈 교수는 ‘성평등한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 제도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저출산국에서 벗어난 독일 사례를 들어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사업과 사회적 돌봄체계 확대, 남성의 돌봄 참여를 통한 성평등한 돌봄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정책체계 변화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했다.

독일은 2005년을 전후로 연방정부 가족정책에서 가족 개념이 혼인 중심이 아닌 돌봄 중심으로 변했다. 2007년 가족친화경영 사업이 연방독일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재훈 교수는 “연방 가족여성부와 유럽사회기금의 100% 재정 지원을 받아 연방상공회의소가 ‘성공요소로서 가족: 가족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주요사업으로 ▲미래지향적 가족친화 근무시간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직장문화로서 일·가정 양립 ▲직장생활·돌봄노동의 조화 ▲가족친화 교육과 재교육 제공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부모수당·부모시간 실시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의 부모수당 수급 시간은 12개월~14개월까지로 부모 중 한 명만 육아 휴직을 할 경우, 부모시간은 최대 12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최대 부모시간 12개월 활용 후 남는 2개월은 다른 한 명이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는 부모시간은 그대로 없어지는 형태다.

“즉, 자녀출산 부모의 경우, ‘12개월+2개월’, ‘10개월+4개월’, ‘7개월+7개월’ 등 다양한 형태로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도모한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독일의 경우, 아버지 육아휴직자 비율이 부모시간 시행 직전 연도인 2006년 3.5%였던 것이 시행한 2007년 10.5%, 2014년 34.2%로 올라갔다. 그러나 부모시간 평균 사용 기간이 여성은 11.6개월, 남성은 3.1개월로 여전히 남녀 간 격차가 있는 현실은 존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부터 3세 미만 어린이집 자리 법적권리 보장을 위한 어린이집 확대 작업을 시작해 2013년부터 모든 1~2세 영유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 사회적 돌봄체계 확대도 영유아기에 이어 초등학교 입학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 “우리나라 저출산 요인, ‘독박육아’ 여성의 성차별 경험”

‘남성, 돌봄노동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24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주관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성, 돌봄노동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24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주관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재훈 교수는 “여성만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여성이 인지하는 성차별 경험이 사회현상으로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적 요인”이라며 “출산과 양육 관련 성차별 양상이 여성적 경험으로서 나타나는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독박육아’ 담론일 것”이라고 꼽았다.

‘독박육아’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결국 한국사회 돌봄노동이 성평등하지 않고 여성에게 돌아가는 일방적인 부담이 됨으로써 사회현상으로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육아휴직급여로서만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의료, 돌봄 차원의 비용 부담이 사라질 수 있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확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통상임금의 67%, 월 상한액 1800유로인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0만 원 정도다. 우리나라도 ‘아빠의 달’ 급여를 비롯해 선진국과 같은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교수는 남성 돌봄 참여 확대를 위해 장기적 정책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탄력근무 형태 확산 ▲성별임금격차 완화, 중·단기 대책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육아휴직 사용 시간과 분리하는 방안 ▲가족친화경영 확대 등을 제안했다.

◇ “아빠의 육아 우울증·경력단절은 어디에다 말하나요?”

김진성 씨는 ‘성평등한 돌봄노동 경험, 무엇이 달랐고 변화했나?’라는 주제로 남성 육아휴직 전후와 관련해 사례를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진성 씨는 ‘성평등한 돌봄노동 경험, 무엇이 달랐고 변화했나?’라는 주제로 남성 육아휴직 전후와 관련해 사례를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집에 있다는 건 가사·육아·교육을 함께 해야 해서 할 일이 많다는 것,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티도 안 나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아빠가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엄마의 역할은 생각보다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육아휴직을 하고 가장 크게 얻은 지식 세 가지라며 ‘성평등한 돌봄노동 경험, 무엇이 달랐고 변화했나’라는 주제로 남성 육아휴직 전후와 관련해 사례를 발표한 김진성 씨의 말이다. 김 씨의 사례발표를 통해 그동안 육아휴직과 관련한 모든 제도가 여성 중심으로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면서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도 해도 끝도 없고, 티도 안 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는 게 집안일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이 말을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서 들으니 좀 다르게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김진성 씨는 “맞벌이를 하더라도 배려가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회사 생활할 때 두 번 정도 오전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니 팀장이 ‘네 아내는 뭐하느냐’고 하더라”며 당시 경험을 털어놨다.
 
김 씨는 “‘육아휴직 전 10명 정도 육아휴직 선배들한테 무엇이 가장 힘이 드느냐’고 물었더니, ‘우울증이라고 하더라’”며 김 씨의 경우도 우울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자신을 보면서 ‘아 우울증이구나’ 인지하고 우울증에 대해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고 혼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찾아봤지만 여성의 산전, 산후 우울증에 대해 보조는 있었지만 남성 우울증을 돌봐주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도 떨고, 정보교류도 활발하게 하지만 엄마들의 강한 커뮤니티에 아빠는 낄 수 없는 한계를 지적했다. 아빠 육아의 한계 극복을 위한 아빠들을 위한 지역 기반의 육아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로 ‘경단녀’로 불리는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교육센터나 취업과 관련해 도움을 주는 곳은 있으나 경력단절남성을 위한 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게 김 씨의 지적이다. 일자리와 관련해선, “정부가 청년층과 노년층 취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와 같은 40대 중반의 남성 육아휴직자들은 경력을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진성 씨는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어린이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학교는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1시 반. 어쩔 수 없이 퇴사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다. (돌봄을) 정부가 해야 하는 건지, 개인인 제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퇴사한 것”이라며 “이런 고민들이 3~4년 후에는 다른 고민들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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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bi**** 2018-05-28 10:07:36
양육의 책임이 여전히 가정에 다 떠맡기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데. 여자 혼자 독박쓰다 안되니 남자까지 달라붙는다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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