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저희의 업무는 유치원 한 학급당 한 명씩 배치돼 등원유아 맞이하기, 급식, 간식준비 및 뒷정리, 필요한 교재교구 제작하기, 작품집 정리하기,물품관리, 아이들 신변처리, 교실환경정리와 청소, 각종 유치원행사 지원 등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일을 매일매일 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직종 특성상 휴게시간을 가지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너무나도 바쁜 일과에 휴게공간도 없습니다.”(유치원교육실무원 이미혜 씨)
“경기도 초등보육전담사의 근무시간은 다양합니다. 하루 2시간부터 3시간, 4시간, 6시간 최종 8시간까지 있습니다. 다양한 노동시간 초등보육전담사 들 중 휴게시간으로 학교관리자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경기 일부 지역에 5시간, 6시간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5시간, 6시간의 계약자의 휴게시간을 주려면 노동시간 중간에 2시 30분~3시쯤 주는 게 상식인데, 그분들은 12시 출근, 12시 30분부터 1시까지가 휴게시간입니다. 수업준비를 비롯해 서류 정리, 학부모의 문의전화, 교실 환경 정리, 간식 확인 등으로 30분의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이 되고 있습니다.”(경기도 초등돌봄전담사 5시간 30분 근무자 김은희 씨)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이 25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법정 휴게시간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시간제 교육실무원,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 특수교육지도사 등의 교육공무직들이 휴게시간 및 공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휴게시간 보장을 촉구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 시 중간에 1시간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는 근로자가 4시간 노동을 하면 30분 이상, 8시간은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낮잠 재우고 나서 쉬라니… 안전 문제로 불가능"
아이들에게 돌봄이 최대로 필요한 시간은 급식, 간식시간, 최소한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시간일 것이다. 이러한 시간은 대부분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돌봄이 최대로 필요한 시간이 곧 최대의 노동시간인 것이다. 결국 이들의 근무시간 중간에 주어지는 휴게시간은 아이들을 두고 별도의 공간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휴게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못된다. 이들 근로자는 대체인력, 관리자의 배려가 없이는 쉬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인 셈이다.
특히, 방학이 되면 유치원방과후과정전담사, 초등돌봄전담사는 온전히 홀로 아이들을 전담하는 상황이 된다. 휴게시간은 당연히 보장받을 수도 없고 학기 중과 다른 근무시간 변경, 과중업무로 인해 건강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2일 낸 보도자료에서는 “휴게시간은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업무 능률을 증진시키며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중에 반드시 줘야 하는 것으로 수당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례1
“한 학급인 경우 휴게시간을 할 수 없습니다. 방과후전담사가 책임자이기에 아이들을 두고 휴게시간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낮잠시간에 모두 재우고 나서 휴게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자는 동안 유아의 안전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유치원방과후과정전담사 조모 씨)
#사례2
“학기 중 근무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5시이며, 휴게시간 30분은 별도이지만, 근무시간 중 30분 휴게시간은 불가능하므로 12시에서 12시 30분까지 점심 먹는 시간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워서 오후 5시 아이들이 귀가 후 화장실에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초등돌봄전담사 서모 씨)
◇ "근무 준비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는 잘못된 관행 만연"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편법으로 출근 10분 후나 퇴근 전 30분 등을 휴게시간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근무를 위한 준비·마무리 시간, 관리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는 사용자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교육부에 인원확충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아이들을 상시·지속적으로 대면하는 교육공무직조합원들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반드시 휴게시간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현장으로 바꿔야 한다”며 “만약 전담인력의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휴게시간을 연장근로로 인정하고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현직 유치원교육실무원 이미혜 씨는 “저는 유치원교육실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5시간 시간제 근로자입니다. 우리는 학교비정규직 중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전에는 8시간 근로자처럼 똑같이 수당을 받다가 지난 2014년부터는 각종수당을 5/8 비례로 받고 있습니다. 5시간 월급에 업무표준화도 없이 8시간 근로자들처럼 일하는데 말입니다. 누가 이 직종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까요?”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에서 참석한 현직 초등돌봄전담사 김은희 씨는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단체협약에서 8시간 통상근로자로 학교근무자의 경우 지방공무원과의 형평성과 학교여건을 고려해 근로시간을 지방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경기도교육청 담당자에게 나 같은 단시간 근무자도 포함해달라고 협조를 구하니 소극적인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경기 일부 지역의 단시간 선생님들은 단체협약을 맺지 않았다고 해서 학교에서 30분의 휴게시간을 지키라고 강요받고 있다. 5시간, 6시간 선생님들은 학교 밖 근무자인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이런 차별을 해도 되는지 경기도교육청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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