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량 사고, 슬리핑 차일드 체크만으론 100% 재발”
“통학차량 사고, 슬리핑 차일드 체크만으론 100% 재발”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8.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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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는 통학차량 허가제로 엄격관리… 한국은 운전자 이력조차 '깜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집 원아들은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차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 통학차량 내 방치사고를 막기 위해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등 도입이 검토되고 있지만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통학차량 사고를 교통정책 등 시스템을 보지 않고 ‘슬리핑 차일드 체크’와 같은 장비만 가지고 해결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임시방편일 뿐 100% 재발한다.” - 최재원(가명, 전세버스 회사 운영)

“어린이 차량 방치사고는 근본적으로 교통정책의 문제다. 보육교사가 열 명 타더라도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소용없다.” - 마이클 김(가명, 캐나다 운수업체 운영)

지난달 폭염 속 어린이집 차량에 네 살 아이가 방치돼 숨진 사고 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장치 설치를 오는 12월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장치만 있으면 방치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해당 장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국내에서 20년째 통학버스를 포함한 전세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최재원(가명) 씨와 캐나다에서 25년째 운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교포 마이클 김(가명) 씨를 지난 1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달 발생한 어린이 통학차량 방치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차량 관리 시스템 문제’와 ‘운전자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차량에서 아동이 사망한 사고면 교통정책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여론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김 씨는 “캐나다와 미국은 주 정부나 교육청에서 통학차량과 운전자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그 나라에서는 통학에 대해서도 인권을 우선한 봉사·서비스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캐나다·미국, 통학차량 전용 허가제 시행… 음주 등 적발 시 업계 퇴출” 

캐나다나 미국과 같은 북미국가에서는 통학차량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김 씨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캐나다나 미국은 주 정부 혹은 교육청에서 운송 전문업체를 입찰하고 차량과 운전자를 엄격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캐나다와 미국은 통학차량 운행기준, 법규, 통학 규칙, 사전 안전점검, 운전자 교육 등을 주 정부와 교육청이 관리하고 있고, 차량 점검은 주 정부 사정에 따라 아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캐나다나 미국 통학 차량에 부착된 스티커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가 캐나다나 미국 통학차량에 부착된 면허 스티커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교통부 산하기관인 FMCSA(Federal Motor Carrier Safety Administration)에서, 캐나다에서는 상업용 차량 안전관리 기관인 CVSE(Commercial Vehicle Enforcement Division)에서 일정 기간마다 차량을 점검받고 면허 스티커를 받아 통학차량 번호판 오른쪽 위에 부착해야 한다.

6개월~1년마다 점검을 받아야 하고, 스티커 유효기한이 지나면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 면허 스티커를 받을 때 그동안의 범칙금 부과, 위반 사례 등을 통합적으로 평가해, 일정 기준 이상을 넘기면 면허 스티커를 다시 받지 못한다. 통학차량은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고 매일 운행 시 차량 상태와 운전자 상태를 먼저 확인점검 받은 뒤 운행해야 한다.

차량만큼 운전자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캐나다에서는 통학차량 운전자가 아침에 출근했을 때 음주측정을 하게끔 돼 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운행 전날 과음을 한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등의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한다.

만약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업계에서 완전히 퇴출당한다. 아동과 관련한 사고에는 더 잣대가 엄격하다. 성범죄자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마약을 투약했는지, 정신이상 병력이 있는지 지정된 병원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검진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차량과 운전자에 대한 관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 정부 교통과에서 준사법권을 부여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현장감시원이 불시에 점검을 하고, 차량 안전에 문제가 있다거나 운전자의 건강상태 등에 부적합한 점이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운전을 중단시킬 수 있다. 김 씨는 “캐나다에서 상업용 차량 운전자들이 경찰보다 현장감시원을 더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최재원 씨는 "국내에서는 통학차량 관련 법 위반이나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징역형을 살고 나오더라도 다시 통학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며, "운전자 이력관리 자체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캐나다나 미국의 통학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 점검 매뉴얼에 따라 매일 확인 점검 한 후 운행에 나간다고 말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는 캐나다나 미국의 통학차량 운전자들은 차량 점검 매뉴얼에 따라 매일 확인점검 한 후 운행에 나간다고 말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한국은 중대 교통사고 운전자도 통학차량 운전… 통제 벗어난 치외법권"

김 씨는 25년 동안 캐나다에서 운수업체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라며, 조심스럽게 운전자의 자질과 마인드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캐나다나 미국의 통학차량 운행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씨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학차량 운전자는 은퇴한 노인이나 주부의 시간제 일자리로 활용하고 있다. 돈벌이 목적이 아닌 내 아이, 내 손자·손녀를 위한 봉사·서비스의 개념으로 일을 하므로 안전운행에 대한 마인드가 형성돼 있어 사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씨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차량 운전자는 자기 소유의 차량으로 적어도 하루 3~4건씩 운행하고,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교통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씨는 “한국은 대부분 개인이 소유한(지입차량) 차량으로 학교, 어린이집·유치원, 학원, 독서실 등으로 아이들을 이동시켜주고 대가를 지급받다 보니 하루에 적어도 네 '탕' 이상은 운행을 해야 한 달 월급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캐나다와 비교해 한국 통학차량 제도의 문제점으로 통제권을 벗어난 자가용 영업을 지적했다. “캐나다나 미국은 통학 전용차량 허가가 따로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인 승용차로 쓰다가 통학, 관광 등 다용도로 쓴다"며, "9인승은 버스가 아닌 자가용으로 영업을 허용해주고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어 운전자가 통제권을 완전히 벗어난 치외법권 속에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캐나다나 미국처럼 통학차량에 '공개념'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지입차량의 영업에 대해선 법적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다.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 운영자들은 통학차량 운행에 무조건 비용이 적게 드는 운전자를 선택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돈 중심의 시장 논리를 벗어나 인권 중심으로 근본적인 뿌리를 바꿔야 한다.”

한편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도 지난 9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 방송 인터뷰에서 통학차량과 운전자 관리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허 교수는 “어떤 운전자가 어느 시간대에 아이 몇 명을 태우고 어느 구간을 운행하는지 파악이 전혀 안 된다"며,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성(性)적으로 문제가 있는 운전자는 아닌지, 전혀 관리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입제와 관계없이 9인승 이상 통학을 목적으로 하는 통학차량은 다 신고하도록 해놨는데 문제는 신고가 안 된 차량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면서 “지입차량이 상당히 많은데 불법이니까 신고도 받지 못한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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