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여기 와서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인도에 사방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유모차가 갈 길이 다 막힌 영상을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8살, 4살 두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큰아이 키울 때나 둘째 키울 때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유모차를 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주변 눈치를 봐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유아 보행권 캠페인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 6기 소망식에 참여한 김현정(35)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유모차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 주로 계단을 이용해야 해서 힘들다.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를 유모차도 같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안전문제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고 역무원이 말하더라”고 전했다.
2013년부터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베이비뉴스가 주최하고 있는 영유아 보행권 캠페인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 소망식에 참여한 가족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유모차는 못 가는 좁은 인도… "위험 무릅쓰고 차도로 갈 때도"
이날 행사장에서는 특히 2인용 유모차를 많이 볼 수 있었다.
6살·5살·3살 아이와 함께 나온 박민지(33) 씨는 “아이가 셋이라 대중교통은 엄두가 안 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유모차를 끌고 타면 ‘사람도 많은데 왜 유모차를 끌고 오느냐’는 시선이 많다. 저희는 연년생이라 2인용 유모차를 사용하고 있는데 2인용이다 보니 자릴 많이 차지한다. 이 상황을 좀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여러 쌍둥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윤소현(34) 씨는 9개월 된 이란성 남매 쌍둥이 엄마다. 두 아이를 2인용 유모차에 태워 남편이 (유모차를) 끌고, 아내는 그 옆을 함께 걷고 있었다.
윤 씨는 유모차 이용과 관련해, “이면도로 노상에 주차를 하거나 인도에 걸쳐 차를 주차해 놓으면 2인용 유모차는 폭이 넓어서 지나가기 힘들다.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쌍둥이 유모차는 폭이 넓으니 건물이나 시설의 입구 문 폭이 좀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미영(44) 씨 역시 4살 딸 쌍둥이 엄마다. 강 씨는 “2인용 유모차를 이용하다 보니 인도 위 가로수나 유모차가 지나가기 불편한 곳이 많아 종종 도로로 내려가 다닐 수밖에 없는데, 차가 다니는 길에서 유모차를 끌다 보니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 엄마·아빠도 만났다. 경기도 광명에서 온 김진만(남·38), 조영란(여·37) 부부는 임신 9개월 차다. 김 씨는 “아빠가 돼서 유모차를 끌면 마냥 좋을 것만 같았는데 유모차 대중교통 이용이라든지,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 “사회적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배려하는 마음도 중요할 듯”
이날 처음 행사에 참여했다는 시민들은 유모차의 보행권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개선 의견도 내놨다.
윤소현 씨는 “처음 행사에 왔는데 유모차와 육아하는 사람에 한정돼서 캠페인이 진행되는 것 같아 약간 아쉽다. 일반인들이 많이 참여해서 유모차 이용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함께 도와주셔야 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1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진희(39) 씨는 “유모차를 끌어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일이 많다. 유모차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사람들이 많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 주로 사람들이 덜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타는 편”이라면서 “사회적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배려하는 마음도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는 강미영 씨는 “올해 두 번째 참여해 보니 (유모차 보행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 의식은 부족한 것 같은데 배려는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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