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곧바로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는데, 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자.
◇ 응급피임약, 원치 않는 임신 못 줄여
우선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지 못한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미국,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중국 등에서 낙태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하게 됨으로써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의 임신과 성병 유병율이 높아졌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피임율이 매우 낮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응급피임약 마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면 정상적인 피임율의 향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낙태 예방 정책의 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는 해외의 보고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만연한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 과연 응급피임약의 보급 확대가 우선 고려돼야 할 정책 사항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응급피임약의 오남용, 여성들의 생식 건강 위협
산부인과 의사들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반발하고 나선 두 번째 이유는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여성들의 생식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것.
산부인과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이란 계획임신을 위한 정상적인 피임방법을 사용하던 중 불가피하게 실패한 경우나 강간 등의 피치 못할 경우 응급으로 사용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일반피임약의 10~15배)으로 만들어진 응급약”이라며 “정상적인 피임 없이 이를 필요시마다 오용하면 그 효과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남용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 및 합병증을 야기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 월경주기에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그 부작용이 심각하며 정상 용량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출혈(31%), 오심, 복통 등의 부작용 발현의 빈도가 높고, 무엇보다 임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의 발현빈도가 높은 (피임실패율 15~40%) 의약품”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부정출혈을 월경으로 오해해 임신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자궁외임신을 늦게 발견하면 난관파열 등으로 복강 내 출혈을 초래하게 돼 복용 후 세심한 관리가 없다면 다음 임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이런 위험성을 갖고 있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국민건강의 피해는 절대 편의성보다 우선 될 수 없으며, 그 피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 무책임한 성문화 확산될 것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는 세 번째 이유로 “응급피임약의 편리한 사용 증가가 불러오는 것은 사전피임 소홀로 인한 무책임한 성문화 확산”이라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경고했다.
이들에 따르면 피임효과가 확실한 정상적인 피임약 복용률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15~40%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2.5%에 불과하며 응급피임약의 복용률이 오히려 그 두 배나 되는 5.6%에 이르고 있는 실정.
이와 관련 산부인과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최소한 정상적인 피임약의 복용률이 유럽이나 미국 수준이 된 이후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시기상조임이 명백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 노출이 증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올바른 성의식과 정상적인 피임 문화를 정착시켜 불법낙태를 근절하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여성의 건강과 낙태 문제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우리나라가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고 낙태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은 응급피임약 사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피임율을 높이고 책임 있는 성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들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정상적인 피임약 복용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 시기상조이며, 이는 피임약의 복용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국민인식이 정착된 이후 다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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