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아동 보호자 10명 중 8명은 미세먼지가 임신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4명은 자녀가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상의 이상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년 제1차 인구포럼 : 대기환경과 저출산·고령화’에서 발표됐다.
대기환경 중에서도 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춘 이번 포럼은 미세먼지가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아동 및 노인의 삶에 대해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정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수준은 높아졌지만 그에 반해 실질적인 연구·조사는 되지 않았다”며 “특히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 대한 기초자료가 부족해 시의성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자 연구를 하게 됐다”며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고민’ 71.4%… “미세먼지, 아동 건강에 부정적 영향”
12세 이하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4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서 보호자 44.5%는 미세먼지로 인해 자녀가 알레르기성 비염, 호흡기 질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87%는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병원 진료 경험은 보호자의 학력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30.9%가 미세먼지 때문에 등원·등교, 소풍 등의 공식적인 야외활동에 불참하도록 했으며 41.7%는 가족모임·친구모임 등 여가 활동에 불참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공기가 더 좋은 곳으로 이사 또는 이민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보호자는 각각 71.4%, 55.4%에 달했다.
미세먼지는 임신과 출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5.6%가 추가적인 자녀 출산 계획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전체 응답자 중 83.2%는 ‘미세먼지가 임신·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출산계획이 있거나 미정인 부모 가운데 80% 이상이 미세먼지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는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미세먼지 대응에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아동 보호자의 75.6%가 미세먼지 정보를 매일 확인한다고 답했지만, 이들 중 한부모 또는 고졸 이하 저학력일 때 정보 확인 수준이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출·야외 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실내 환기 자제 등 환경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발생시 대처방안 실행 정도도 아동 보호자가 고학력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 부연구위원은 “아동 보호자의 실천률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아동 연령·부모 학력·가구 형태가 미세먼지 대처 방법에 연관성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민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응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미세먼지 평균 농도 높은 지역, 미숙아 출산율 높다
한편, ‘미세먼지 농동와 미숙아 출산 위험의 관계’를 주제로 발제한 송인규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선임연구원은 미세먼지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0㎍/㎥ 이상인 지역에서 미숙아(임신 기간 37주 미만인 신생아) 출산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1.57배 높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단태아 174만 명을 분석한 결과로, 조사방법은 국민건강공단 데이터 상의 임산부 주소지와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 선임연구원은 “호흡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혈액을 타고 기관으로 가는데, 산소독성과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핵심적인 생물학적 기전”이라며 “염증성분이 많아지면서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미숙아 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분비계 교란을 미치거나 아빠에게도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 선임연구원은 “이 결과를 과하게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인과관계보다는 상관성 정도를 파악한 것으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인구사회학적·환경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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