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난자 기증받아 딸 낳은 이유? 제가 특별한가요?”
“정자·난자 기증받아 딸 낳은 이유? 제가 특별한가요?”
  • 김윤정 김정아 기자
  • 승인 2019.09.24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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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없는 나라, 스웨덴③] 9세 딸 키우는 ‘자발적 미혼모’ 헬레나 씨 이야기

【베이비뉴스 김윤정 김정아 기자】

스웨덴에는 싱글맘이 없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사는 싱글맘이 없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힘겹게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을까? 직접, 스웨덴 스톡홀롬을 찾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얻고 왔다. -기자 말

“원래부터 아빠가 없는 아이예요.”

딸 릴리(Lilly, 9) 양을 소개하던 싱글맘 헬레나 비요르크벌(Helena Björvall, 54·이하 헬레나) 씨의 말이다. 헬레나 씨는 정자와 난자를 기증 받아 릴리를 낳았다. 그가 택한 방식이 국내에선 아직 낯선 일이지만 스웨덴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스스로 ‘자발적 싱글맘’이 된 헬레나 씨를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브롬마(Bromma) 지역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헬레나 비요르크벌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헬레나 비요르크벌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정자·난자 기증 받아 딸 출산”

헬레나 씨의 집에 들어서자 그와 그의 딸 릴리 양이 취재진을 반겼다. 마침 아이와 저녁 식사를 하려던 헬레나 씨는 식사를 마친 뒤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는지 취재진에게 물었다. 취재진이 동의하자 두 사람은 조그맣게 마련된 발코니에서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식사 중인 헬레나 씨와 릴리 양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식사 중인 헬레나 씨와 릴리 양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식사를 마친 헬레나 씨는 거실에 자리를 잡고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헬레나 씨는 릴리 양을 낳게 된 배경을 “남편과 아이를 갖지 못해 입양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합의점을 찾을 수 없어 남편과 헤어진 뒤 혼자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밝혔다.

헬레나 씨는 러시아에서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의 많은 여자들이 덴마크에 있는 클리닉에서 정자 기증을 받는다. 그는 “저는 나이가 좀 있어서 난자도 기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라 여러 방법을 찾던 중에 러시아를 선택하게 됐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당시 스웨덴에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후에 취재진은 한 스웨덴 언론의 기자를 사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 기자는 “당시 스웨덴에서는 정자와 난자 기증을 통한 임신이 불법이라 덴마크나 러시아에서 정자기증을 받았던 것일 것”이라며 “스웨덴에서는 2년 전에 합법화된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헬레나 씨는 정자와 난자 기증을 통한 출산에 대해 얘기하며 “저처럼 하는 친구가 다섯 명이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헬레나 씨는 정자와 난자 기증을 통한 출산에 대해 얘기하며 “저처럼 하는 친구가 다섯 명이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딸의 출생 배경, 딸과 나에게 모두 자연스러운 일”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낳은 딸 릴리 양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사교적인 성격에 친구들도 아주 많다는 릴리 양은 또렷한 눈빛으로 스스로를 직접 소개했다. 릴리 양은 “알빅(ALVIC) 학교에 다니고 체육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라고 얘기했다.

릴리 양이 헬레나 씨와 있을 때 자주 하는 일은 ‘부둥켜안고 장난치며 놀기’다. 헬레나 씨는 딸에 대해 “아주 밝고 명랑하며 늘 에너지 넘친다”고 표현했다.

헬레나 씨는 릴리 양이 자랄 때 자연스럽게 출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헬레나 씨는 “릴리는 제가 혼자서 키운 아이예요. 아이에게 ‘중대한 비밀을 알려줄게’라면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어떤 형태로 낳았는지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알려줬어요. 릴리에게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모두가 당연한 걸로 인지하고 있죠”라고 전했다.

릴리 양 역시 “친구들과 엄마 혹은 집에 대한 얘기를 나눠요”라며 자신의 출생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반 막스(Max)도 엄마만 있어요. 아빠도, 엄마도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같은 상황의 주변 친구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헬레나 씨와 릴리 양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헬레나 씨와 릴리 양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스웨덴 육아 관련 제도 및 정책 아쉬운 점? 없어”

헬레나 씨는 릴리 양을 키우면서 양육보조금을 받는다. 양육보조금은 이혼한 가정의 부모가 서로 합의를 통해 필요한 금액을 양육하는 쪽에 지급하는 것이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사회보험청이 개입해 양육자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헬레나 씨처럼 남편이 없다면 나라에서 정해진 금액을 받게 되는데, 헬레나 씨는 “지금까지 1500크로나(한화로 약 18만 4700원)를 받아왔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양육보조금에 대한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한쪽이 내지 않을 땐 사회보험청이 내주면서 청구를 하는 식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회보험청이 중재를 하면서 내지 않으면 빚쟁이가 되게끔 하는 거죠. 개인 신용과도 연결해서 채무를 갚아가는 식으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내게끔 하는 겁니다”라고 알려줬다.

헬레나 씨는 연예부 기자로 활동하며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헬레나 씨는 연예부 기자로 활동하며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휴직은 부모가 각자 나눠쓰게 돼 있는데 남편이 없는 헬레나 씨는 혼자서 휴직기간을 모두 사용했다. 헬레나 씨는 육아 관련 제도 및 정책 중 제일 좋았던 것으로도 육아휴직을 꼽으며 “아주 오랫동안 집에 있을 수 있으니 좋았어요”라고 얘기했다.

특히 “새롭게 생겼으면 하는 건 없어요”라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헬레나 씨는 “있는 것도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어요. 유치원 비용이나 방과후 활동도 수익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아요. 유치원, 학교, 방과후 활동은 모두 가격이 싸면서 잘 갖춰져 있어요. 내 일을 할 수 있게끔 한 시스템이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 “아이와 균형 있는 행복한 삶 살고파”

릴리 양은 헬레나 씨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방문을 닫고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이 자주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보였다.

릴리 양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아주 좋고 착하고 상냥하고 아름답고 가끔은 이상한 엄마”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릴리 양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아주 좋고 착하고 상냥하고 아름답고 가끔은 이상한 엄마”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헬레나 씨는 이혼을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정자 및 난자 기증 출산에 대해선 “꽤 흔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빠가 둘이고 엄마가 셋이고. 동성애자들도 얼마든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울 수 있어요. 워낙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게 특별할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런 일에 늘 열려있고 사람들에게도 말을 해요. 여기에 대한 문제점이나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의식을 받은 적은 없죠. 오늘 이런 인터뷰도 편하게 얘기했고 특별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헬레나 씨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제 삶에서 아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 아이와 함께 균형 있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게 가장 추구하는 바입니다”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릴리 양은 그런 헬레나 씨에 대해 “아주 좋고 착하고 상냥하고 아름답고 가끔은 이상한 엄마”라고 표현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헬레나 씨는 ‘너무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삶’을 행복한 가정이라고 정의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헬레나 씨는 ‘너무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삶’을 행복한 가정이라고 정의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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