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파파요? 놀리는 말 아닌가요?” 잘못 알려진 라테파파의 의미
“라테파파요? 놀리는 말 아닌가요?” 잘못 알려진 라테파파의 의미
  • 김윤정 김정아 기자
  • 승인 2019.09.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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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없는 나라, 스웨덴④] 길거리에서 만난 스웨덴 시민 인터뷰

【베이비뉴스 김윤정 김정아 기자】

스웨덴에는 싱글맘이 없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사는 싱글맘이 없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힘겹게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을까? 직접, 스웨덴 스톡홀롬을 찾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얻고 왔다. -기자 말

“라테파파요?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이번 스웨덴 취재의 인터뷰이(interviewee)이자 싱글대디인 마르쿠스 민수 정(Markus minsu zung, 49) 씨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있었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라테파파에 대한 질문을 듣고 이같이 답했다.

국내에서 라테파파는 한 손엔 카페라테를, 또 한 손엔 유모차를 끌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북유럽 아빠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스웨덴에 국빈 방문을 했을 당시, 김 여사가 스톡홀롬 훔레고든 공원에서 스웨덴 라테파파들과 커피타임을 가졌다고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로, 라테파파라는 말은 부러움과 동경을 담아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취재진이 스웨덴에서 직접 들어본 라테파파에 대한 이야기는 달랐다. 라테파파라는 단어를 못들어봤다는 이도 있었고, '아빠가 육아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인데,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을 자랑 삼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약간 비꼬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오히려 취재진의 통번역을 맡은 황덕령 코디네이터는 “스웨덴엔 레인보우패밀리, 보너스맘이란 개념이 있다”며,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단어들을 알려줬다.

실제로 스웨덴에는 ‘레인보우(무지개)’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한다. 보다 생생한 스웨덴의 가족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취재진은 거리로 나갔다. 지난달 28일 스웨덴 스톡홀름 헤게르스텐(Hägersten) 지역에서 만난 시민 5명의 목소리를 전한다.

◇ “한국에선 왜 싱글맘을 차별하나요?”

동거녀와 함께 16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헤르만 세블리엔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동거녀와 함께 16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헤르만 세블리엔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처음 취재진의 눈에 들어온 시민은, 한 명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젊은 아빠였다. 헤르만 세블리엔(Herman Sewelen, 27·이하 헤르만) 씨는 스웨덴 배구 협회 홍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현재는 유아휴직 중으로 이날 마지막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동거녀와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들은 16개월이고 내일부터 어린이집에 다녀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취재진은 싱글맘, 싱글대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헤르만 씨는 “일반적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훨씬 더 어려울 텐데 혼자서 해나가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국내에서 바라보는 싱글맘과 싱글대디를 향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설명했다. 헤르만 씨는 “왜 차별을 하나요?”라고 되물으며 “질문에 대한 저의 첫 번째 반응은 ‘왜 차별을 하냐’고 묻고 싶은 거예요. 싱글맘, 싱글대디가 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해서 이끈 일이 아닌데 어떤 가치와 잣대를 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라며 의아해했다.

◇ “라테파파, 놀리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아”

아내와 함께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비드 브리에드베리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내와 함께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비드 브리에드베리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두 번째로 만난 인터뷰이는 유모차에 아이 두 명을 태운 또 다른 아빠였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는 다비드 브리에드베리(David Bredberg, 34·이하 다비드) 씨 역시 이날 마지막 육아휴직일을 보내고 있었다.

다비드 씨에게도 국내에서의 싱글맘과 싱글대디들의 상황을 알려줬다. 그는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가치에서 뭔가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닐까 해요”라면서도 “저는 전혀 그런 편견이나 차별적인 생각이 없고, 혼자서 다 해내는 게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내 소피아(Sofia) 씨의 남편이자 아들 프레이(Frej, 1) 군과 일사에(Ilsa, 4) 군의 아빠였다. 국내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라테파파에 대한 생각도 묻자, 다비드 씨는 “아빠가 육아하는 건 스웨덴에선 당연한 건데,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노천카페에서 트렌디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를 마시면서 유모차를 끄는 그런 사람들을 놀리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변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 만큼 육아에서의 어려운 점도 질문했다. 다비드 씨는 “아이를 키울 땐 다른 걸 할 수 없다는 게 어렵지만, 스웨덴의 시스템에 대해선 아주 만족합니다. 첫째 때는 9개월, 둘째 때는 11개월을 육아휴직으로 썼는데 아주 만족해요”라고 얘기했다.

◇ “스웨덴에선 일반적인 가족일 필요 없어”

베이비뉴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소피 율란데르 씨와 헨릭 씨의 아이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소피 율란데르 씨와 헨릭 씨의 아이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건축회사에 다니는 소피 율란데르(Sofie Julander, 38) 씨와 기차운전사 헨릭(Henrik, 43) 씨는 부부였다. 두 사람은 싱글맘, 싱글대디에 대해 “둘이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 엄청 힘든데, 혼자서 다 해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7개월의 빅토르(viktor)와 3살의 알렉스(alex)를 양육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스웨덴의 양육 및 육아 시스템에 대해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어요”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아주 관대한 정책들이 있다는 것으로 알아요. 부모수당, 어린이집 제도 등이 너무 잘 돼 있어 불평할 게 없습니다”라고 칭찬했다.

한국의 싱글맘, 싱글대디를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선 “아주 슬픈 일”이라고 표현하며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것 같은데, 사회에서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든 문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부모, 싱글맘 등을 부정적으로,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저로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족의 단순한 형태를 생각하는 데서 온 시각이란 것은 이해되나 스웨덴은 반대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의 형태가 오히려 다양해지고 있고 ‘무지개 가족’, ‘보너스 가족’이라면서 일반적인 가족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죠. 엄마가 둘이고 아빠가 둘이고, 보너스 엄마가 있고 보너스 아빠가 있고, 이런 가족들 말이에요. 엄마나 아빠가 있어야 하는 전통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나온 시각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한부모에 대해 특별한 견해 없어”

베이비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웨덴 현지인 율라 브란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웨덴 현지인 율라 브란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외에도 연금 생활자인 율라 브란트(Ulla Brandt, 91) 씨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차별하는 건 도움이 안 될 텐데”라며 “싱글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없어요.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 보안 정책 연구원은 “싱글맘에 별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게 훨씬 편할 테니 혼자라면 더 힘들 것 같단 생각은 들지만 부정적인 시각은 전혀 없어요. 예전에 비해서 싱글맘, 한부모가 아주 많아진 것 같긴 해요. 주변이나 가족 중에 한부모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견해를 가질 것 같진 않아요”라고 생각을 밝혔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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