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누군지 정하느라 아이 방치… 더 용납해선 안 돼"
“아버지 누군지 정하느라 아이 방치… 더 용납해선 안 돼"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1.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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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상희 국회의원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김상희 국회의원실

“아동의 출생기록은 부(父)의 확정보다 우선합니다. 아동의 출생에 대한 공적 기록은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법적인 측면에서 친생추정은 애초에 자녀의 복리를 위해 만든 규정이지만 혼인관계를 전제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미혼부 가족에게는 아동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2015년 11월 1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사랑이법’) 시행으로, 모(母)의 인적사항(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을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혼부들의 출생신고가 쉽지 않다. 미혼부들은 자녀 출생신고를 위해 소송을 거쳐야 하고, 걸리는 시간도 빨라야 2~3개월, 늦으면 1~2년 이상 걸린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출생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도 2017년 이와 동일한 권고를 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년 아동인권 모니터링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전현정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

발제에 나선 전현정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는 ‘친생추정과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라는 주제로 법적인 부분을 자세하게 짚었다. 전 변호사는 "(사랑이법) 법안의 취지는 친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모의 이름까지 모르는 경우는 드물어 거의 이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전 변호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아동으로 의료보장을 받을 권리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 그밖에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받을 권리에서 배제되고, 아동학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현재 미혼부가 자녀를 출생신고 하려면 ▲가정법원 서류 접수,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서’와 ‘특별 대리인 선임 신청서’를 작성한 후 거주 지역 가정법원에 제출 ▲특별 대리인 허가를 받으면 유전자 검사 신청 ▲유전자 검사 기관으로부터 ‘친생자 확인 판결 결정문’을 받은 뒤 ▲시·군·구청에 출생신고 접수까지 과정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 “미혼부 출생신고 위해 과도한 사생활 소명 요구 절차 부적절”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사랑이법’ 개정 이후 남아 있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관련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고 자녀 양육에 책임을 다하고자 함에도 자녀의 출생신고 과정에서 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함을 소명하게 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생활을 소명하게 하는 현행 제도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출생신고라는 자녀의 인권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에 있어 유전자 검사로 생부임이 증명된 자에게 과도하게 사생활을 소명하도록 하는 절차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출생신고 전이라도 자녀의 건강보험과 보육료·양육수당 적용은 가능하다. 병원에 ‘신생아로서 건강보험증에 등재확인을 받지 못한 경우’로 처리하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보건소에서 관리번호를 받으면 필수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보육료, 양육수당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서 미혼부 자녀는 ‘사회계층 특별보호자’로 적용돼 관리번호를 부여받으면 가능하다.

송 연구위원은 “그러나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갔을 때 이러한 정보에 대한 안내나 접근성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지환(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 대표, 이상명 누리청소년센터 센터장, 황정희 전국여성법무사회 법률구조위원회 위원장,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우열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사무관, 김민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전문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김상희 국회의원실
이날 토론회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구정책과생활정치를위한의원모임·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가 공동주최했다. ⓒ김상희 국회의원실

현행 출생신고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 ▲가족관계등록부의 이중 작성의 문제 ▲외국인 모의 국적 취득의 문제 등이 쟁점. 법원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의한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 절차’에서 사건본인의 모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이유는 사건본인인 자녀가 다른 사람의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가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민법은 제844조에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고(동조 제1항),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동조 제1항),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성립한 자녀(동조 3항)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송 연구위원은 “이러한 민법의 강한 친생추정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현실에서 보다 더 중한 법익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동의 인건과 복리의 가장 기본이고 우선인 출생신고에 있어 절차적 장애로 인해 출생미등록 상태를 야기하고 있다. 자녀가 친생추정을 받는지 여부가 자녀의 출생등록 앞에 시급한 법익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보편적 출생통보제, '아버지 중심' 출생신고 구조적 변화 의미 크다"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될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도 도입과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이 대안으로 나왔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정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이가 방치되는 상황을 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보편적 출생통보·출생등록제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어진 토론에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편적 출생통보제도 내지 출생등록제는 미혼부 자녀출생 신고 과정에서 발행하는 문제를 미혼부 개인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족 중심, 특히 남성(아버지) 가족 중심 출생신고 과정을 부모 당사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랑이법’을 이끈 사랑이 아빠 김지환 대표(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는 “출생신고 주체를 미혼부 입장을 보고 바꿔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길러지고 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를 봐달라는 것이다. 반려견도 등록을 하는 세상인데 갓난 아이에게 출생신고 기간은 긴 시간이 될 수 있고 너무나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연락해 온 미혼부들의 출생신고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지자체 주도 유전자 검사 필요 ▲긴급주거지원 시설 확충 ▲임신, 출산, 출생신고, 주거지원, 양육물품 지원, 의료지원, 취업지원, 채무조정 등 사회제도 및 복지서비스 이용에 대한 논스톱 상담 인력 ▲우선 출생신고 등 실질적 대안을 내놨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나라에서는 친생추정과 관련해 출생 시 기준의 원칙을 채택해 모가 혼인 중에 임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혼 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도록 친생추정 규정을 개정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경애 부장은 "외국의 입법사례는 이혼 후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 하지 않도록 하려면 그 전제로서 그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원칙을 폐기했다"면서 "친생추정조항이 이런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등록부상 부와 실제 부가 달라서 친생부인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든가 등록부상 남편이 알게 될 것이 두려워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구정책과생활정치를위한의원모임·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가 공동주최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KDB 산업은행·KDB 나눔재단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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