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 만나려면 열심히 공부해라?”
“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 만나려면 열심히 공부해라?”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2.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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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결혼에 대한 생각' 조사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결혼에 대한 생각' 조사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 만나고 싶지 않냐, 그러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한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오빠의 애인이 되는 건가요? 저는 그런 오빠의 애인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요?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그 누구의 애인이나 아내나 엄마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토론회’에서 대학생 당사자로 나선 이아무개 씨의 토론 내용 중 일부다. 이 씨는 “친구들과 비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 20대 1000명(남녀 각 500명) 응답자 중 ‘결혼할 의향이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는 응답률은 47.3%. 성별로는 남성 37.5%, 여성 57.0%로 나타났다. 

결혼 의향에 부정적인 응답자가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34.7%)’, ‘양성 불평등 문화(가부장제 등)가 싫어서(22.4%)’, ‘아이 낳기 싫은데 낳으라고 할까 봐(12.5%)’ 순으로 꼽았다. 특히 여성은 ‘양성 불평등 문화(가부장제 등)가 싫어서(30.5%)’라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애·결혼·자녀·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대들은 과연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박보미 인구보건복지협회 연구원은 지난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인적사항 ▲거주지 ▲사회·경제적 상태 ▲가족 및 가구형태 ▲연애·결혼 가치관 ▲자녀 가치관 ▲사회 가치관 ▲성 건강 ▲행복 및 가치관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 20대 여성 결혼 꺼리는 이유, '양성 불평등 문화 때문' 1위

박보미 인구보건복지협회 연구원은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박보미 인구보건복지협회 연구원은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혼제도에 대해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응답이 80.5%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 75.2%, 여성 85.8%. ‘결혼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4.8% 있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4.7%로 나타났고, 생활동반자법 도입에는 69.1% 찬성했다. 

기존 결혼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본인 부모의 결혼생활에 대한 평가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해 ‘불행한 편’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행한 결혼’이었다는 응답률이 높아진 것을 보면 가정 내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문제 인식을 여성이 더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혼·혼족에 대해 긍정적 의견이 47.8%, 아무 생각이나 감정 없음 45.3%, 부정적 의견 6.9%. 한편 비혼·혼족에 대해 사회의 태도는 좋지 않은 편이라는 응답이 49.2%, 좋게 대한다는 응답이 7.4%로 조사됐다.

자녀 출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전체 응답자에게 향후 출산할 의향을 물었을 때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는 응답률 56.9%. 10명 중 6명은 낳고 싶지 않은 편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42.6%, 여성 71.2%로 차이를 보였다. 결혼하고도 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39.5%에 달했다.

주변의 자녀를 키우는 가족을 봤을 때 ‘부정적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21.0%이며,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데 적절치 못하다’는 응답이 36.4%로 조사됐다. 여성은 양성평등, 독박육아, 출산 두려움 등 더 다양한 이유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각종 지원 중 결혼 및 양육 지원, 경제적 지원 등이 출산 및 양육에 대한 현재의 부정적 견해를 긍정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혼 및 출산 의향이 없는 편은 결혼 및 양육지원을, 결혼 및 출산 의향이 아예 없는 경우는 양성평등 실현을 가장 긍정적인 영향 요인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 20대 여성 10명 중 7명 꼴, "아이 낳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와 행복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20대 10명 중 7명은 현 사회의 경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회의 불공정함을 경험해 봤다’는 응답도 74.2%에 달했다. 불공정성 경험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으며, 이유로는 ‘윗세대의 부조리함, 경제력, 성별’ 순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3점, 또래세대는 4.87점으로 본인보다 또래세대가 더 행복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본인의 행복을 구성하는 3요소로 ‘경제력, 가족, 취미생활’차례로 응답했고, 현재의 이런 행복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 것은 ‘가족, 친구 및 지인. 인터넷·SNS’순. 일상 속의 행복으로는 ‘가족·친구·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많았고, 이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취미생활을 같이 할 때’였다.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직장 관련(취업난, 경력단절 등) 37.0%, 경제적인 부분(생활비, 등록금 등), 30.0%, 주택난 13.1% 순으로 나타나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불공평한 사회의 경험 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행복 전망에 대해, ‘현재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다. 비슷할 것 43.3%, 불행해질 것 7.6%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2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유에 대해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20대들의 생각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수립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20대여서 미래 행복 전망도 긍정적으로 나온 것 같다, 30대였더라면 모든 수치가 20대보다 부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 "우리 사회 20~30대 청년의 정체성과 역할 매우 중요… 정책 변화 요구"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실태조사 결과, 청년들은 여가보다는 일, 이상보다는 현실, 과정보다는 결과, 집단보다는 개인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실태조사 결과, 청년들은 여가보다는 일, 이상보다는 현실, 과정보다는 결과, 집단보다는 개인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진 토론회는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20대 당사자, 이아무개 대학생 ▲30대 당사자, 원규희 대표(도도한콜라보, 서울시 뉴딜일자리 ‘청년혁신활동가’) ▲김수빈 단장(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활력사업단) ▲이윤주 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민아 과장(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연령 규정은 평균 19세에서 29세 혹은 31세로 나타나고 점차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의 삶과 인식 변화와 관련해,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태조사 한 결과, 청년들은 일보다는 여가, 이상보다는 현실, 과정보다는 결과, 집단보다는 개인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결혼준비 경험이 20대가 30대보다 높게 나타난 의외의 결과를 소개했다. 20대에 결혼준비를 하다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점점 경제적인 상황이 좋아지지 않다 보니 결혼, 출산, 양육이 먼 꿈이 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년정책은 아동이나 여성정책과 비교해 역사가 짧은 편이다. 고용과 노동 구조,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 등과 관련해 사회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 20~30대 청년의 정체성과 역할은 매우 중요해진다”면서 “청년을 타깃으로 한 시혜적·일회적 특성의 정책으로서의 접근이 아닌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차원에서 전 영역에 걸친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청년세대의 사회 및 행복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높은 편이고 연애, 결혼, 자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바뀌었으나 아직 사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미래 행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어 토론회를 통해 청년세대의 행복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제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경기 부천 소사),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 모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동주최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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