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버스 카시트, 안심할 수 있을까?
어린이 통학버스 카시트, 안심할 수 있을까?
  • 칼럼니스트 전용완
  • 승인 2020.01.3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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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이야기] 아직, 불안한 버스가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승용차, 대중교통, 어린이 통학버스 등 도로 위 모든 차량에 카시트 의무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전세버스 관계자들은 카시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유치원이 산 어린이용 카시트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카시트 의무화는 어린이 교육시설의 통학용, 현장학습용 차량에 적용되면서 많은 진통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만 6세 미만 카시트 의무화가 도로 위 모든 차량에 적용되면서, 대부분의 어린이 통학버스 및 현장학습용 고속전세버스에 적용된 ‘2점식 자동 되감기 안전벨트’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국제 카시트 안전기준과 국내 카시트 안전기준을 만족하는 제품 중, 2점식 안전벨트용 전방형 카시트가 시중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국내의 다양한 업체들이 2점식 벨트 고정형 카시트를 개발해 KC 인증을 받아 국내시장에 유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제품들을 국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예산을 들여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책이 시행되고 시장이 따라가면서 매우 잘 돌아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책을 운용하는 국가기관과 구매 소비자인 어린이 통학버스 소유주, 그리고 실 탑승자인 어린이들의 학부모님들께 두 가지 문제점을 알리려고 합니다.

◇ 카시트 안전 기준 다르고, 어린이 통학버스 법적 기준 다르고

국가기술표준원 자동차용어린이보호장치 안전기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기술표준원 자동차용어린이보호장치 안전기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기술표준원 자동차용어린이보호장치 안전기준으로 카시트에 탑승한 더미(사람 대신 측정하는 인형 등-편집자 주)의 머리가 전방으로 이동하는데 허용된 길이는 550mm 입니다. 반면, 실제 어린이 통학버스의 좌석과 좌석의 거리는 법적 기준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최소 460mm 이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할 수 있는 자동차는 어린이용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 규격은 가로·세로 각각 27cm 이상, 앞 좌석 등받이의 뒷면과 뒷 좌석 등받이의 앞면 간의 거리는 46cm 이상이어야 합니다(「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25조제2항)."

카시트 안전기준에 머리 수평 이동량이 550mm인데 어린이 통학버스 좌석 열간 거리는 460mm라는 기준이 참 황당합니다. 어린이 통학버스를 소유한 교육기관, 학원 관계자분들께서는 줄자 가지고 가셔서 좌석 앞 열 뒷 판과 뒷 열 앞판 사이의 거리를 한번 측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카시트 안전기준 550mm라는 것은 카시트 두께, 더미 머리 위치 시작점부터 측정하는 것이므로, 순수하게 버스 좌석 간의 거리는 550mm만 충족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앞뒤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 사용 목적이 다른 안전벨트로 카시트 인증 테스트 진행

카시트 인증기관에서는 'ALR' 안전벨트로로 카시트 인증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ALR 안전벨트는 오래된 승용차 뒷좌석 중앙에 적용됐던 벨트로, 비행기 안전벨트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비행기 안전벨트와 승용차 안전벨트는 그 목적이 다릅니다. ⓒ베이비뉴스
카시트 인증기관에서는 'ALR' 안전벨트로로 카시트 인증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ALR 안전벨트는 오래된 승용차 뒷좌석 중앙에 적용됐던 벨트로, 비행기 안전벨트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비행기 안전벨트와 승용차 안전벨트는 그 목적이 다릅니다. ⓒ베이비뉴스

우리나라 어린이 통학버스 및 전세 고속버스 차량에 적용되는 2점식 안전벨트는 대부분 자동 되감기 2점식 안전벨트입니다. 주먹만 한 되감기 뭉치가 있는 공항 리무진 타보셨으면 알고 계실 겁니다. 그 공항 리무진에 적용된 안전벨트를 ELR(Emergency Locking Retractor)이라고 합니다. 이 벨트들은 우리나라 버스에만 적용되는 내수전용 벨트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카시트 고정을 위해 허용되는 2점식 안전벨트는 자동 되감기 ELR이 아니라 수동 조절 벨트 및 ALR(Automatic Locking Retractor)입니다. ALR은 오래된 승용차 뒷좌석 중앙에 적용되었던 안전벨트입니다.

현재는 법이 바뀌어서 승용차에는 적용할 수 없고, 비슷한 형식으로 비행기 안전벨트가 있습니다. 비행기 안전벨트가 2점식인 이유는 난기류 또는 이착륙 시, 승객을 좌석에 고정하기 위함이지 사고 시 전방충돌 보호 목적이 아닙니다.

문제는 카시트 인증기관에서 2점식 고정 카시트 인증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할 때에도 ALR 안전벨트를 이용해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린이 통학버스용 카시트라면 승용차와 별도의 기준으로 테스트와 인증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벨트가 다르니까요.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카시트를 어떤 안전벨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야 하고, 소비자도 꼭 확인한 뒤 구매해야 합니다. ⓒ포브리니 카시트 소개 자료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카시트를 어떤 안전벨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야 하고, 소비자도 꼭 확인한 뒤 구매해야 합니다. ⓒ포브리니 카시트 소개 자료

어린이 통학버스용 카시트 판매 업체들도 자신들의 카시트가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자동 되감기 안전벨트에 연결되는 것도 모른 채 제품을 ‘어린이집 전용 카시트’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카시트 판매자도 해당 제품이 어떠한 안전벨트에 적용이 가능한지 알려야 하고, 소비자도 꼭 확인한 뒤 구매해야 합니다. 

◇ '카시트 의무화', 강력하고 진보적인 제도지만 현실 반영 제대로 됐더라면…

대중교통과 어린이 통학버스를 포함해 카시트를 의무화 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사실상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도 카시트 의무화를 스쿨버스와 대중교통에까지 적용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승용차의 최신 카시트들을 2점식 안전벨트용 버스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어린이 통학버스의 차체 안전도를 장갑차 수준으로 높이고, 철저한 속도 제한장치, 차량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해 승하차 시, 멈추지 않고 추월하는 차량을 촬영, 경찰에 전산 발송해 범법자를 법원에 출석하게 한 뒤 범칙금과 벌점을 주는 제도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스쿨버스의 좌석 뒷면에 충격흡수 장치를 설치하고 좌석의 높이를 높인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2점식 벨트조차도 없는 버스 좌석이라는 평가에 최근 3점식 안전벨트 의무적용 법안이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강제력은 없으나 최신 스쿨버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국제규격의 3점식·5점식 안전벨트, 앉은키를 높여주는 부스터 방석이 적용된 좌석을 옵션으로 적용하여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카시트와 같은 어린이 보호장치는 자율에 맡기고, 그 외 모든 안전 관련 제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시작한 ‘도로 위 모든 차량의 카시트 의무화’는 전 세계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제도 중에서도 상당히 진보적이고 강력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생명을 다루는 교통에 관련한 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깊게 연구하고 현재 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후에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제도의 허점 때문에 어린이들은 지금도 엉터리 어린이 통학버스에 생명을 맡기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어린이 통학버스에 과연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태울 수 있겠습니까?

*칼럼니스트 전용완은 자동차 회사의 홍보 담당자로 자동차와 함께 살았다. 아이가 셋이라 다른 아빠들보다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와 카시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게 됐고, 카시트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 올리다 혼자 보는 것이 아까워 네이버 카페 '아이와차'를 개설해 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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