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호 기자】
지난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의 4관왕 수상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자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팸투어 코스 조성’, ‘반지하 세트복원’, ‘기생충 동네투어’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곳은 마포구 손기정로에 위치한 ‘돼지쌀슈퍼’이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라는 간판으로 등장하는데 이곳 아현동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토박이 가게라고 한다. 최근에는 '기생충'을 본 팬들과 언론의 방문이 이어져 슈퍼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를 배경으로 한 관광코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화 전문가와 함께 하는 팸투어’로 '기생충'의 주요 촬영지 4곳을 소개하는 기생충 탐방코스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과 종로구 부암동 등 영화에서 기택(송강호분) 일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주택 주변 풍경을 실제로 촬영한 ‘돼지쌀슈퍼’, 동네 계단과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스카이피자 등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영화 '기생충' 촬영지를 이용한 마케팅이 정작 영화에서 말하려고 했던 메시지를 가린 채 결국 ‘빈곤 포르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관심과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품인 만큼 관광 효과는 대단할지 모르겠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구경거리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고 현재 영화처럼 반지하나 높은 언덕에서 살았거나, 또 현재 지금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런 타인에게 공개되는 민낯은 영화처럼 재밌거나 유쾌하지 않기에 가난의 상품화가 아니냐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최근 개봉해 많은 인기를 모았던 영화 '조커'다. 영화 조커 속에 나와 유명해진 빈민가 계단 장면은 뉴욕 우범지역 중 한 곳으로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가 아니었지만 조커의 흥행 이후 많은 영화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방문객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불편을 호소했고 최근에는 계단 위 춤추는 장면의 촬영으로 이곳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계단 근처에 붙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실제 영화 촬영지에 거주한 주민들의 불만은 단순한 타지인들의 몰림으로 인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빈곤의 민낯을,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상품이 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 즉 가난마저 구경거리가 되는 현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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