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한 달 수입 0원… 돌봄노동자는 누가 돌보나”
“코로나로 한 달 수입 0원… 돌봄노동자는 누가 돌보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5.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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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 시간제 노동자 생계 대책 요구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4일 서울 서대문구 공공연대노조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서울 서대문구 공공연대노조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구들장이 무너지는데 천장을 아무리 높여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구들장이 무너지면 천장을 떠받치는 서까래가 주저앉는데 말입니다. 현장에 있는 노동으로 따듯함을 제공하면, 국가는 유지하면 됩니다. 국가의 지원으로 생계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공공연대노조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를 열고 돌봄노동자가 처한 어려움을 공유하고 정부에 요구할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자리는 단시간 돌봄노동자의 생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위협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련됐다.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산모신생아건강관리사 등 돌봄노동자는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근무를 하는 시간제 노동자다. 4대 보험 적용대상으로 ‘특고 및 프리랜서’가 아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하고도 업무 형태 때문에 실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권현숙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장은 감염 스트레스와 저소득으로 고통받는 아이돌보미의 현실을 증언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권현숙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장은 감염 스트레스와 저소득으로 고통받는 아이돌보미의 현실을 증언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의견서 보내고 기자회견·면담도 했지만… “정부는 고려한단 말만”

“근무를 못하는 사람은 생계가 걱정이고, 근무를 하는 사람은 감염이 돼 활동 가정에 피해를 줄까, 이용자에게 내가 감염될까 걱정돼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이돌보미들은 코로나19로 생계 위협을 느낀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시에서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권현숙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장은 “아이돌보미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기 때문에 일하지 않으면 한 달 임금이 0원”이라며 “생계가 힘들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아이돌보미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돌봄 일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4대보험이 들어 있어 겸업도 힘들고, 일부 센터는 센터장 승인을 받아야 겸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문제가 심각해 여성가족부에 생계대책을 요구했고, 4월 국장 면담 과정에서 대처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권 분과장에 따르면, 아이돌보미들은 여성가족부에 연계 취소된 건은 예정된 금액을 모두 지급하고, 코로나19로 일을 못한 아이돌보미에게는 지난해 평균 근무시간이나 감염병 이전 평균근무시간에 준해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권 분과장은 “여가부는 ‘대책을 고려해보겠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활성화로 돌봄대책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권 분과장은 이같은 방안을 두고도 “이용자들은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 이용료 부담 때문에 이용할 수 없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긴급한 상황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용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아이돌보미 국가 책임제’와 ‘아이돌보미 기초근무시간 보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주연 아이돌봄분과 군산분회장은 아이돌보미 생계대책을 관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의견서를 두 차례 발신했고, 연계취소 실태를 조사했으며, 기자회견도 두 차례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6일부터는 정부청사와 주요 지자체 청사 앞에서 1인시위와 1만 명 서명운동도 진행 중임을 밝혔다. 

오 분회장은 “다양한 활동으로 절박한 심정과 요구를 알렸지만 정부는 묵묵무답”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답을 줘야 하지만, 이 사태가 지속되면 아이돌보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은 14일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에서 "어린이집 폐원과 페이백 등으로 교사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은 14일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에서 "어린이집 폐원과 페이백 등으로 교사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보육교사 이중고… “휴원 중 보육아동 20만 명 줄고 페이백 증가”

이번 증언대회에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순미 공공연대노조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2월 29일 기준 전국 3만 7475곳이던 어린이집은 지난달 말 3만 5806곳으로 줄었다. 전체 4.5%에 해당하는 1669곳이 코로나19 휴원기간 동안 문을 닫은 것이다. 이 중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어린이집 보육아동도 가파르게 줄었다. 2월 말 135만 명이던 어린이집 보육아동은 지난달 약 117만 명까지 떨어졌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 기간 중) 20만 명에 가까운 아동이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양육수당을 신청했다”며 “보육료를 받지 못한 어린이집은 실제로 운영할 돈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교사들은 엄청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한 최 위원장은 “연차 강요나, 무급휴가, 페이백, 권고사직 등과 관련해 노조에서 152건의 교사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전에 많이 있던 적폐인 페이백(교사가 봉급의 일정금액을 원장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일)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해고·권고사직 금지와 페이백 등 내부 비리 제보 시 보호 시스템 정비 및 지자체 지도점검 강화 등을 정부 요구안으로 내놨다.

14일 열린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에서 단시간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들이 터져나왔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열린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하는 돌봄노동자 코로나19 증언대회’에서 단시간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들이 터져나왔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아울러 장애인활동지원사, 다문화방문지도사, 아동복지교사, 장기요양기관노동자, 주민센터 강사 등이 코로나19가 불러온 어려움을 공유하고, 생계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들을 내놨다.

이에 공공연대노조는 정부에 시간제 돌봄노동자에 코로나19 시기에 별도의 생계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향후 돌봄노동의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70만 명에 달하는 돌봄노동자에 정부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실질적 소득감소분에 대한 생계대책 마련 ▲기초근무시간 보장 등을 통한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 ▲돌봄을 전면적 국가책임으로 전환 등을 돌봄노동자 생계대책 개선방안으로 내놨다.

한편 증언대회에 함께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안타깝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19 사태는 수 억 원을 받는 스포츠 스타의 땀방울보다 택배노동자의 땀방울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하면서 “어려운 상황들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피해와 문제가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노동은 저희의 가족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지만 그 노동이 제대로 인정과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면 각각의 가정이 위험하고 위태로워진다”며 단시간 돌봄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증언대회 말미에 노사정 비상 대표자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사회안전망 대폭확충과 단시간 노동자 생계대책 마련을 상정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5, 6월 중에 코로나19 고용안전 생계대책 대정부 교섭 투쟁을, 고용불안 해결과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자 7월 4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준비 중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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