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아동과 아무 상관없는데”… 정말 그런가요?
“우리 회사는 아동과 아무 상관없는데”… 정말 그런가요?
  • 기고=김건영
  • 승인 2020.08.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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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건영 (주)마리몬드 매니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선활동을 넘어 경영활동으로 축적한 유무형의 기업 자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한 단계 더 나가 지속가능경영은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자 합니다.

기업과 아동권리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동노동 문제입니다. 실제 개발도상국의 아동노동 착취 문제는 심각합니다.

전 세계 아동노동 인구는 약 1억 5000만 명입니다. 방글라데시는 전체 아동 중 노동 종사 아동의 비율이 46%에 이릅니다. 전 세계 아동노동 인구 중 위험한 노동에 투입되는 아동의 수는 7300만 명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리고 매년 2만 2000명의 아동이 일터에서 사망합니다(출처 : 국제노동기구 ILO).

우리는 아동노동 문제를 다른 나라의 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도 아동 노동 문제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7년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안전장치 없이 홀로 근무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몇 차례 더 일어나 몇 명의 귀한 생명을 잃고 나고 서야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우리는 아동노동 문제를 다른 나라의 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베이비뉴스
우리는 아동노동 문제를 다른 나라의 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베이비뉴스

아동노동 외에도 기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아동과 아동의 권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친화경영 모범 기업 9곳을 뽑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동과 아무 상관이 없는 회사인데 아동친화경영 평가를 받아야 하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는 선발 실무자의 이야기는 기업의 아동친화경영에 대한 낯설음을 잘 보여줍니다.

아동복을 만들거나 이유식을 만들어야만 아동과 관련이 있는 기업일까요? 아동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미래의 생산자, 노동자이자 소비자입니다. 당장은 우리 기업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 꼭 아동복이나 이유식을 만들어야 아동과 관련 있는 기업일까요?

'아동 권리와 경영원칙 10항목'(유엔글로벌콤팩트ㆍ세이브더칠드런ㆍ유니세프)에 따르면, 기업을 경영하면서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아동권리를 존중하며, 아동권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모든 기업 활동과 사업 관계에서 아동노동 철폐에 기여해야 한다.

▲연소 근로자와 부모, 양육자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모든 기업 활동과 시설에서 아동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서 아동권리를 지원해야 한다.

▲마케팅과 광고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환경, 토지의 취득, 사용과 관련하여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분쟁지역에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긴급 상황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고 도와야 한다.

▲아동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지역사회와 정부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위 10가지 원칙을 보면 아동노동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의 아동권리 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육아와 양육에 있어 기업경영의 원칙은 아동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기업의 근로자는 아동들의 보호자입니다. 좋은 시설의 직장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은 직원의 복지 측면뿐 아니라 아동친화경영의 중요한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육아 지원을 위한 단축근무 실시, 육아휴직 제도의 올바른 운영, 지속적인 아동 양육 교육 실시 등도 근로자들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업은 근로자의 육아 지원 제도를 통해서도 아동에게 큰 영향을 준다 ⓒ베이비뉴스
기업은 근로자의 육아 지원 제도를 통해서도 아동에게 큰 영향을 준다 ⓒ베이비뉴스

◇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이 아동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케아의 말름(MALM) 서랍장 사고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가 아동을 왜 고려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벽에 고정하지 않은 말름 서랍장에 아동이 매달려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아동이 질식사하였습니다. 미국에서만 5명이 아동이 숨지고 90여 명의 아동이 다쳤습니다.

이케아는 2017년 사망한 아동의 유족에게 4600만 달러(약 550억 원)를 지급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이 사고는 아동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설계단계에서 성인의 관점이 아닌 아동의 상황을 고려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광고나 마케팅에서는 어떻게 아동권리를 지켜야 할까요? 작년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광고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립스틱을 바른 아동의 입술을 클로즈업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회사는 광고를 내리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습니다.

같은 달엔 아동 속옷 모델을 성 상품화했다며 가이드라인 제작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한 광고는 아동학대로 보고 강력히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더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가지고 마케팅 캠페인과 광고 등에서 아동을 성 상품화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은 NGO를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하는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아동보호 시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이 아동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거나 줄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아동의 권리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 중심에 아동권리 보호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건영 ㈜마리몬드 매니저는 국제아동인권센터 자문위원입니다. 이 글은 국제아동인권센터 칼럼(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ildrights&logNo=222066031303&redirect=Dlog)으로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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