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가 출생소식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시행, 사각지대는 없나?
산부인과가 출생소식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시행, 사각지대는 없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5.0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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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도입 촉구 간담회’ 들어보니...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4월 30일 오전 10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도입 촉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세이브더칠드런
4월 30일 오전 10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도입 촉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세이브더칠드런

올해 초, 인천에 살던 9살 여자아이 하민이가 숨졌다. 조사 결과 하민이의 엄마는 하민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사망 확인서에는 주소도, 생년월일도 없이 ‘성명: 무명녀’라고 적혔다. 하민이의 엄마는 딸을 살해했고, 그 뒤 자백했다. 하민이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 하민이의 생부인 아빠는 하민이의 뒤를 따랐다. 하민이는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학, 건강보험 등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죽어서야 세상에 알려진 이름 무명녀 하민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30일 오전 10시, 서영교·소병철·신현영·양금희·최혜영 국회의원,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주최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도입 촉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주최자, 발제자와 토론자를 제외한 다른 인원은 유튜브 생중계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튜브는 복지TV와 세이브더칠드런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 했고 현재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서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출생통보제를 촉구하는 시간이었다. 출생통보제는 산부인과병원 등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정보를 신속히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생미등록 아이의 75.3%는 베이비박스에서 발견

김희진 사무국장은 "출생미등록 아동의 75.3%가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김희진 사무국장은 "출생미등록 아동의 75.3%가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출생 미신고 아이는 말 그대로 출생이 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출생 미신고 아이를 알아낼 수 있을까?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아동복지 시설을 대상으로 약 2주간, 지역아동보호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2주간 출생 미신고 아동이 얼마나 있었는지 설문조사 협조요청을 했다. 

확인결과 출생미등록 아동 75.3%가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됐다. 김희진 사무국장은 “미혼모 또는 미혼부가 아닌 법률혼 관계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동일 가능성이 많다”며 “그 밖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발견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동학대 신고된 아동 중 출생미등록 아이의 평균 연령은 2.4세다. 김희진 사무국장은 “이런 경우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엄마의 소재를 노출할 수 없거나, 유전자 검사를 해야하는데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동들이 유기된다”고 말했다. 

김희진 사무국장은 “출생신고를 안 한 아동의 복리를 위해 검사나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2015년에 가족등록개정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2년간 지자체 단위 출생신고 사례는 없고, 검사가 출생신고한 사례는 1건”이라며 “유기아동들은 기아출생신고 또는 성본창설 가족관계등록 절차를 거쳐 친생부모의 모든 기록을 박탈당한다”며, 출생미등록 상태에서도 사회복지서비스에 누락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윤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과장은 아동복지시설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 담당자·현장조사팀 담당자와 아동양육시설의 생활복지사·자립지원 전담요원의 실무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들은 ▲출생 미등록 아이 발견시 공적 시스템 부재 ▲미등록아동 발견시 공적 의료 서비스 제한 ▲출생신고 안한 부모 고발조치 했지만 ‘혐의 없음’ 판결 ▲통장개설 불가로 후원금 받을 수 없음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비 부담 ▲ 미등록 아이 관리 시스템 부재 등을 들었다.

올해 3월 실태조사에 참여한 아동양육시설 담당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날로부터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점 아닐까요? 국적도, 이름도 없이 그냥 세상에 던져지는 거니까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 법무부 “출생통보제, 산모가 병원꺼려할수도 있어 위험”

김민지 사무관은 법무부가 구상하는 출생통보제의 정책 방향과 의미를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김민지 사무관은 법무부가 구상하는 출생통보제의 정책 방향과 의미를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만 명.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기혼여성 15세에서 49세의 분만장소는 0.2% 조산원을 제외하고 종합병원, 병원, 의원, 보건의료원이며, 올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신생아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행정당국에 알리는 조처로 출생 미등록 아이들을 보호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출생 미등록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정병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병원에서 출산할 수 없는 사람, 출생신고를 아예 할 수 없는 사람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생통보제에 대해서 김민지 법무부 사무관은, 법무부가 구상하는 출생통보제의 정책 방향과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보호와 배려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절차가 출생통보제라는 것. 김 사무관은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두 번째는 부모의 출생신고 이행과 출생사실 파악 결과로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이가 발생하면 국가가 직접 출생등록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은 법원행정처 가족관계등록과 사무관은 “출생통보제 법률안을 검토 중”이라며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 고려해야 하며,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에게 출생통보 의무를 부여했을때 병원 출산을 꺼리게 되면 산모와 아이가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문제점을 제시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박병은 사무관은 “의료기관을 지정해서 익명 출산이 가능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이가 어머니를 알고 싶어하는 알권리를 훼손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의료기관 장이나 의료인들의 부담 ▲법률상 부와 생물학적 부 기록 문제 등을 말하며, “법원행정처는 아동사각지대 없이 보호받아야 하는 것에 동의, 그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출생통보제 위해…‘보호출산제, 의료법, 가족관계등록시스템 등 의논해야’

출생 미등록 아이들을 위해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고려해야 하는 점은 많다. 비밀 출산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출생통보제가 도입돼야 하는지 등. 출생통보제에 관해서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박병은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혁신과 과장은 “행정안전부는 출생된 아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처다. 현재 출생신고를 하면 많은 혜택을 받는데, 신고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모든것은 출생신고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학대되는 아이들까지 지자체나 정부에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비쳤다.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출생통보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산모들이 의료기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출산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료계 제도 도입을 할 때 행정과 과태료 부과에 관한 부담에 대해서 손문금 과장은 “의료기관에서 입력한 데이터가 가족관계등록시스템으로 최대한 행정력을 최소화해야한다. 전산적인 부분과 과태료 조항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며 “이 외에도 아이 성별, 태어난 시간 등을 의료인이 작성하려면 의료법 근거 조항 필요하다”고 세부적 조율에 대해서 의논했다.

이 밖에도 서영교 의원은 “병원 밖에서 출생한 아이들의 출생 미등록이 문제”라며 “지역 통장·방장·지역 공무원들이 마실돌 듯 출생 미등록 아이가 있는 체크해야한다”며 “경제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 DNA 검사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 단체들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2시 서울시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정부의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 단체들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2시 서울시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정부의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편,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 단체들은 정부의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지난해 11월 25일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었다. 단체들은 “보호출산제가 아닌 출산통보제 도입 및 출생신고 절차 간소화를 통해 아동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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