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이들은? "언어와 신체 발달 지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이들은? "언어와 신체 발달 지연됐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5.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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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미친 영향’ 총 1451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병)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한 결과, 참가자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정춘숙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이 함께 주관했으며,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709명, 학부모 742명, 총 1451명을 대상으로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6일간 진행했다. 두 기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동들에게서 전에 없던 신체와 언어발달 지연 등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를 발견해 조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아동을 위한 대책 마련을 제언하고자 이날 기자회견을 마련됐다. 

◇ 원장·교사·학부모 10명 중 7명…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영향 미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병)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병)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춘숙 의원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영유아의 언어·신체·사회성·정서 발달의 지연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아동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공백으로 인한 발달 격차가 또 다른 불평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연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에게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기관의 아동들에게 이전에 없던 발달의 변화가 발생했는지’ 질문에, 원장 및 교사의 71.6%, 10명 중 7명 이상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의 발달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원장 및 교사의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 및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뒤이어 ‘바깥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운동시간 및 대근육·소근육 발달기회가 감소했다’고 77.0%가 응답했고,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짜증, 공격적 행동 빈도가 증가했다’고 63.7%가 답했다. 또 ‘낯가림, 기관 적응 어려움 및 또래관계 문제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고 55.5%는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느끼는 아동의 발달 지연에 대한 위기의식도 다르지 않았다. 학부모의 68.1%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의 발달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변화는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학부모의 76.0%는 ‘바깥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운동시간 및 대근육·소근육 발달기회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60.9%는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짜증, 공격적 행동 빈도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 및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는 데 52.7%가 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가정보육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미디어 노출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83.5%로 이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학부모들에게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전후로 자녀의 사교육 프로그램 이용에 변화가 있는지’ 물으니, 10명 중 절반 이상인 55.1%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변화는 ‘가정에서 학습을 목적으로 양육자가 직·간접적 도움을 주는 등의 엄마표 사교육이 늘었다’고 72.9%가 답했으며,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화상영어수업 등 온라인 플랫폼 사교육 이용이 늘었다’고 60.0% 답했다.
 
◇ “아동의 자유로운 바깥놀이 시간 확보 지원 방안…정부와 지자체 지원 필요”

홍민정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67.4%는 ‘아동의 자유로운 바깥놀이 시간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을, 원장 및 교사의 69.3%는 ‘교직원의 심리·정서적 건강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원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정책 제언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홍민정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67.4%는 ‘아동의 자유로운 바깥놀이 시간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을, 원장 및 교사의 69.3%는 ‘교직원의 심리·정서적 건강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원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정책 제언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설문조사에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학부모의 67.4%는 ‘아동의 자유로운 바깥놀이 시간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원장 및 교사의 69.3%는 ‘교직원의 심리·정서적 건강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홍민정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정책을 제언했다. 정책 제언에는 ▲아동의 발달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및 치료 지원 확대 ▲부모-아동 간, 교사-아동 간 일상적 상호작용 매뉴얼 보급 확대 ▲영유아기의 아동들의 발달 지연이 누적되는 상황에 대비해 초등 교육과정에 대한 연계 정책 마련 ▲안전한 바깥놀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아동의 신체활동과 바깥놀이에 대한 최소·필수 기준의 제시 ▲아동의 바깥놀이를 위한 공간 확보 ▲지원 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 등이 포함됐다. 

홍 공동대표는 '아동의 발달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및 치료 지원 확대'와 관련해, “조사에 참여한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들은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나이보다 한 살 어린 것 같이 인지나 신체 발달 능력이 떨어지는 영유아가 코로나 이전보다 많고, 전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사회성과 아이들의 발달이 전체적으로 퇴보되었다’, ‘교육면에서 한 살을 뒤로 생각하고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생활연령이 낮아졌다’고 주관식 응답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어발달 지연, 정서적·사회적 의사소통 발달 지연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유치원·어린이집과의 적극적인 소통망을 구축해 조기에, 발달 문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발견하고,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취약아동·장애아동 지원에 관한 적극적인 개입과 모니터링 및 지원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홍 공동대표는 "아동의 바깥놀이 확대를 위해서는 지원 인력 확충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사 대 아동 비율 낮추는 것’과 연결된다. 홍 공동대표는 “지난해 서울시가 시행한 ‘국공립어린이집 질 개선 연구’ 결과에서도 보육교사의 80.1%가 보육의 질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처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를 꼽았다”면서 “서울시는 지난 4월, 보육현장의 1순위 요구사항인 교사 1인당 아동 비율 개선과 관련해 총 52억 원을 투입해 7월부터 내년 말까지 시범사업에 나선다. 정부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잃어버린 평범한 영유아기…우리 사회가 다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인천에서 온 다섯 살 아동 양육자 최현수 씨는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는 양육자의 고민을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인천에서 온 다섯 살 아동 양육자 최현수 씨는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는 양육자의 고민을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원장과 영유아 양육자도 참석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정수경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은 0세 때부터 7세 때까지 보육을 받는 곳이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선생님과 보육활동을 진행한다. 언어발달 지연은 물론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비언어적인 특징, 얼굴표정으로 알 수 있는 신호를 배울 수 없는 시간을 지내오고 있다. 때문에 어른들은 알 수 없는 다양한 발달의 지연을 당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를 통해 아이들이 피해 받는 부분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했다.  

인천에서 온 다섯 살 아동 양육자 최현주 씨는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는 양육자의 고민을 털어놨다. 최 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매일 나가던 산책도, 친구들과 지내던 야외활동도 사라진 채 오로지 기관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면서 “가정보육을 하는 양육자들은 매일 아이와 어떻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마트폰과 동영상 의존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고민들로 새로운 갈등과 상황에 대처하며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놀이터와 공원 이용이 막혔으니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사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라도 최소한의 야외활동은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걱정이 될 때, 오로지 양육자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했다”면서 “어른들은 방역지침이 세부적으로 제시됐지만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를 위한 안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꼬집었다. 

최 씨는 “(아동을 위한 안내가 부족한 가운데) 우리 모두의 아이들은 관계와 사람에 대한 갈증, 놀이와 경험의 결핍을 갖게 만들었다. 자연과 놀이로부터 받는 자극,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장 문제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결핍과 갈증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령기를 맞을 때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아이의 발달과 경험의 격차문제를 오롯이 양육자와 가정에 맡길 게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신뢰감이 필요하다”면서 “아이가 발달 단계에 어긋나게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우리 양육자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미 아이들은 평범한 영유아기를 잃어버렸다. 어른들이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발달과 경험의 격차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혹은 성인이 되었을 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양육자들과 기관에만 짐을 지우지 않고, 우리 사회와 정부가 다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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