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송을 기대합니다
방송의 날,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송을 기대합니다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1.09.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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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린이'와 같은 용어는 바로 사용 중단해야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방송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되새기며 아동의 권리를 더욱 존중하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베이비뉴스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방송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되새기며 아동의 권리를 더욱 존중하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베이비뉴스

오늘, 텔레비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그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요.

“방송이 끝날 때까지 나를 쳐다보는 건 이제 제발 그만해. 난 정말 지쳤다고!” (크록텔레 가족, 파르티샤 베르비)

기나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맞이한 첫째 딸아이가 2학기 교과서들을 한 무더기 받아왔다. 요즘 책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아이가 받아 온 교과서들을 하나씩 훑어보다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 인용돼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바로, ‘크록텔레 가족’이라는 책으로 크록텔레 가족과 텔레비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텔레비전 없이는 절대 못 살만큼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크록텔레 가족의 텔레비전은 무리를 하다가 결국 지쳐서 쓰러지고 만다. 가족들은 텔레비전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지만 결국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데려오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텔레비전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는 텔레비전의 진심어린 충고에 가족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텔레비전을 쉬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비단 동화책의 크록텔레 가족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과 다양한 OTT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접하고 있지만 어쨌든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이 돼 버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3~9세 어린이의 하루 평균 매체 이용시간은 약 4.8시간이며 이 중 TV 시청시간이 2시간 10분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제한된 바깥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요즈음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는데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방송 또는 OTT 시청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1%에 달했다.

이는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한 ‘2020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연구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놀이 활동의 경우 16.2%에서 13.6%로 감소한 반면 TV 및 유튜브 시청은 18.0%에서 24.2%로 증가했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의 경우에도 친구를 만나는 것은 9.3%에서 1.5%로 감소한 반면 넥플릭스나 드라마 시청하기는 6.0%에서 12.5%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미디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지배하고 있고, 아동의 경우에도 일상의 많은 시간을 미디어에 할애하고 있다. 미디어 시청 시간이 늘어난 만큼 콘텐츠의 영향력과 파급력도 날로 커지고 있으며 아동의 생활과 생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오는 9월 3일은 ‘제58회 방송의 날’이다. ‘방송의 날’은 방송이 문화 향상과 복지를 위해 이바지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방송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되새기며 아동의 권리를 더욱 존중하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관련해 첫째, 아동의 입장에서 방송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예들 들어 최근 일부 방송에서 ‘~린이’와 같은 표현을 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물론, 시작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귀여운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방송에서도 점차 서툴거나 어리숙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사용이 방송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고, 아동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확산될 수도 있다. 결국, 방송이 아동이란 존재를 어떻게 보느냐의 이슈인데, 아동 당사자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어도 떳떳한 용어를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해 아동의 입장에서 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방송의 경우 아동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온 국민이 따라하기도 하고, 만화 주인공의 모습이나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는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다루는 주제와 에피소드는 물론 그것을 풀어내며 쓰여지는 말이나 태도 등에 대해서도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며 특히, 아동들이 보게 되는 방송의 경우 더더욱 세밀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도 크록텔레 가족처럼 텔레비전을 포함한 미디어를 전면적으로 중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를 적절히 접하고, 잘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미래는 물론 현재의 주인공인 아동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방송이 되어지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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