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고도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않은 미국 이야기
코로나 백신 맞고도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않은 미국 이야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11.0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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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인류학] 미국 엄마의 코로나 검사 경험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젊고 건강하다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며 거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인데다 심지어 여전히 코로나는 음모라는 음모론을 펼치며 접종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베이비뉴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젊고 건강하다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며 거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인데다 심지어 여전히 코로나는 음모라는 음모론을 펼치며 접종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베이비뉴스

지난 몇 주를 내내 심한 기침과 미열, 그리고 콧물에 고생을 했다. 이미 지난 5월에 백신 접종을 전부 완료했지만 기침이 점점 심해지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아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해 있는 동안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이고 이국에서 도움 받을 곳도 쉽지 않았다. 결국 감기약이라도 받아볼까 싶어서 휴일 아침 일찍 가까운 얼전트케어(urgent care, 미국에서 예약없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병원. 대기 시간이 긴 것은 감수해야한다)에 갔다. 의사는 열이 심하지 않고 백신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 코로나 검사를 권했다. 실제로 해당 클리닉에 방문한 백신접종자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했다. 면봉으로 코 양쪽 안을 훑어 검사를 끝내고 항생제 처방을 받아 집으로 왔다. 한국에서 검사를 받았던 지인이 이야기해준 것과 달리 면봉은 코 깊숙이 넣지 않고 간단히 코 입구 부분만 훑었다. 혹시나 해서 자가 격리에 관해 물었더니 확진 된 것이 아니니 원하면 그냥 집에서 쉬는 정도로 있으라고 했다. 식구들과의 격리도 권고하지 않는다. 어쨌든 나 스스로 집 안에 격리하며 검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이틀이 지나서 전화가 왔고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거짓말처럼 음성 결과를 통보 받은 당일 저녁부터 기침과 열이 잦아들었다.

지난 9월부터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남편이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까지 모든 수업은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 극히 일부의 점포만 빼고는 식당과 상점들은 정상 영업을 시작한지 오래고 심지어 얼마 전에 큰 아이의 정기검진을 위해 찾은 소아과에서는 더 이상 체온을 확인한다거나 검진 전에 주차장에서 대기하도록 하지도 않았다. 일본에 있는 한 지인은 내게 미국은 백신 접종으로 이미 정상 생활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부럽다는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미국 내의 의료진들이나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백신은 무료로 제공되고 물량도 부족하지 않지만 미국내 접종 완료 비율은 56% 정도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주(state)에 따라 백신 접종에 대한 태도가 상이해서 웨스트 버지니아, 앨라배마, 아이다호, 미시시피, 와이오밍 주 등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율이 계속해서 40% 초반에 머무르는 주들도 적지 않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젊고 건강하다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며 거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인데다 심지어 여전히 코로나는 음모라는 음모론을 펼치며 접종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신 접종 비율이 더 이상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에는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백신을 맞은 사람의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입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거나 많은 상점에서 매장 내에서 마스크는 필수가 아니라고 공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 백신 접종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는데다가 확인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백신 접종도 아직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원들의 백신 접종을 필수화 하고 있다. 대학 등지에서도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그나마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지만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 앉은 대형강의에서도 백신 접종 여부나 확진 여부를 묻거나 확인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코로나 감염인 학생이 충분한 자가 격리 없이 증상이 사라졌다고 바로 수업에 참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 학생의 수업 받을 권리를 교수나 학교 측에서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이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자유의 침해를 혐오하는 미국인들에게 강력한 마스크 규제는 계속해서 논란이 있어왔고 이제 백신이 보급되고 나서는 마스크가 필수라고 공고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강력하게 독려(“Strongly encouraged”)하거나 권고(“recommended”)하는 정도로 공지해 놓은 실내 공간에서조차 거의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특히 야외에서는 아무리 밀집된 군중이 있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 따라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던 작은 아이도 우리 가족 말고는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니 자꾸만 마스크를 벗어도 되느냐고 물어본다. 작은 도시에 얼마 되지 않는 아시안 가족이라 안그래도 눈에 띌 텐데 거의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더더욱 눈에 띌 터였다. 하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우리 가족은 여전히 외출을 조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있다. 백신 접종의 시작된지 한참 되었지만 접종률이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축배를 든 기분이다. 일상생활로 돌아간 듯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히려 조심하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하고 있는 요즘 미국의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아예 안 보낼 수는 없게 되었고 학교나 유치원에 혹시 확진자가 생기더라도 어떤 공지도 주지 않는 요즘 상황에서 우리만이라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하거나 모임에 가야할 상황이면 실내 활동은 피하고 야외활동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기관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손을 닦을 것을 당부한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돌파 감염 사례가 발생한다고 하니 백신을 맞은 후에도 나 자신도 그리고 백신을 맞지 못한 아이들까지 늘 걱정이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더 이상 코로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만 같은 요즘 미국의 분위기에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이 찾아오는 요즘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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